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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있는 제주, 제2의 고향입니다"

제주한라병원 2012. 5. 3. 09:31

"생명의 은인 있는 제주, 제2의 고향입니다"
올레길서 추락 사고 환자, 1년여만에 병원 다시 찾아 감사 전해

 

 

 

누구나 안 좋은 일을 당했다거나, 어딘가에서 사고를 경험한다면 그와 관련된 것들은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잊어버린다. 그러나 사고 당시 나를 도와주고 살려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며 그곳을 다시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한 사람이 있다.


그는 제주올레길을 답사하던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가 제주한라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살아난 관광객으로 지난 3월 6일, 1년 3개월만에 병원을 찾아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현영씨(43.여). 제주도로 여행와 혼자 올레길을 걷던 이 씨는 지난 2010년 11월 24일 오후 2시15분께 제주시 애월읍 올레 16코스에서 여동생과의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행방불명되었다. 연락 두절로 걱정이 된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하였고 즉시 경찰은 공개수사를 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하였다. 그로부터 약 47시간 후인 11월 26일 오후 1시25분께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메초등학교 인근 하천가에 엎어져 쓰러져 있는 이 씨가 발견, 제주한라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발견 당시 이 씨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목뼈 골절이 심한 상태였다. 하천 아래로 추락하면서 정신을 잃은 이 씨는 후에 의식을 회복했으나 경척수손상으로 인하여 사지마비가 발생하여 손발을 꼼짝할 수 없었다.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이 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구조될 수 있었다.


"사고 첫날엔 금방 구조될 거라고 생각했죠. 둘째 날이 되니, 왜 나를 찾으러 오지 않나 라는 답답함이 들었고, 셋째 날에는 내가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죠.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고 그동안 실천을 미뤘던 일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어요. 잠시 후,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소리를 질렀어요. 점점 사람들 소리가 크게 들리자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내 몸 상태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오직 나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기쁨과 반가움만 있었죠."
병원 도착시 이 씨는 사지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4시간여에 걸친 경추골절에 대한 목 앞과 뒤 수술을 받고 10여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었고 이후 연고가 있는 서울 소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지난 3월 6일, 이 씨는 가족들과 함께 제주한라병원 신경외과를 찾아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이상평·유재철 과장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서울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제주를 다시 찾아 사고 당시 은인들을 만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사실 이번 사고가 있기 전부터 목디스크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수술을 권유받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느 병원을 다녀도 제게 신뢰와 편안함을 주는 곳은 없었죠. 그렇게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다가 이번 일을 겪으며 제주한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요. 제주한라병원에 있었던 10여일의 시간은 그동안 제가 갖고 있던 병원에 대한 불신을 씻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중환자실에서 처음 만나게 된 이상평 과장님은 항상 밝은 태도로 편안하게 저를 대해 주셨고, 유재철 과장님은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제 얘기를 다 들어주고 받아들여주셨어요. 물론 실력이야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셨으니,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죠."


신경외과 이상평 과장은 “이제 건강을 되찾았으니 올레 홍보대사를 맡겨도 되겠다고 말하자 무척 좋아했다”며 “이 씨는 입원당시에도 환자같지 않게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고 기억했다.


이 씨는 다시 제주를 방문하겠다며, 그때는 신경외과 의료진들과 함께 한라산 등반을 하겠노라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제주는 이제 저의 제2의 고향이예요. 올레길을 걸으며 많은 분들을 만나고 제주의 숨은 곳곳을 보고 느끼며 제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지금은 제가 살고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의 일기예보까지 꼭 챙겨봐요. 제주에 눈이 온다고 하면 눈이 쌓인 한라산과 올레길을 떠올리고,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면 제주의 친구들이 비 피해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들죠. 이번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예요. 다만 그러한 사고가 발생한 곳이 제주였을 뿐이죠. 고마운 분들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제주인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시 와야죠. 그때는 올레길도 걷고 한라산도 올라갈 거예요."


좋은 친구들을 제주에서 만났다는 이현영 씨. 오히려 제주는 이현영이라는 좋은 친구를 얻었다. 사고의 힘든 순간을, 재활치료의 고단한 과정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는 그녀를 올레길의 한 코스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