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아토피 증세보다 무서운 정보의 편식
2012/4
편식-아토피 증세보다 무서운 정보의 편식
처음 손자를 보았을 때 귀엽기 짝이 없지만 이 아이가 엄마, 아빠 아니면 안기지 않으려 하고 울어대 나중에는 밉기까지 하더군요. 손자가 다섯 살이 지나서도 그래 혹시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식사 때는 고기 종류를 좋아하고 야채나 나물, 김치 등 채소는 입에 대지 않으려 해 근심이 더해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 증세가 있어 가려움증과 피부에 두드러기 증세가 나타났고 네댓 살이 되니까 천식 증세가 발생하고 고열 증세도 자주 생겨 걸핏하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느라 아들과 며느리, 아내가 애를 먹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갔는데 상당히 좋아졌으나 아직 아토피 증세가 남아있습니다. 된장찌개와 김치는 좀 먹지만 아직도 육류를 편식하는 것 같아 아들과 며느리에게 적극적으로 시정해 보라고 당부해 보지만 둘 다 직장을 다녀서인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떨어져서 사는 저희 부부는 속상합니다. 방송이나 신문에는 편식하는 어린이들을 잘도 고치는 사례가 소개돼 부럽습니다. 은근히 아들과 며느리가 원망스럽고 그런 손자를 보고만 지내는 제가 한심하기도 합니다.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술을 좋아하고 건강에는 신경 쓰지 않다가 당뇨병과 고혈압 증상이 발견됐습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복용하고 주변에서 좋다는 각종 건강보조 식품을 잔뜩 먹었으나 수년간 좀처럼 증세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의사 선생의 조언대로 잡곡밥을 상용하고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 종류 발효식품 효소를 꾸준히 들면서 술을 자제했더니 혈당과 혈압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되고 몸도 가뿐해져 다행입니다. 당뇨와 고혈압에 좋다는 두부와 버섯, 헛개나무 등을 편식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세끼를 조금씩 먹고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한두 가지만 먹으면 도리어 몸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 스스로 알게 된 것입니다.
편식은 건강에 좋지 않고 어린이들이 한두 가지 음식만 집중적으로 섭취하면 질병이나 성장부진으로 평생 고생하기 쉽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방치하면 할수록 심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고친다고 강요하면 할수록 더 고치기 힘들다고 하니 손자의 편식 증세를 어떻게 고쳐야 할 지 걱정입니다.
배고팠던 시절 1950~60년대는 배불리 먹기가 힘들었지 아토피라는 단어는 몰랐습니다. 단백질 부족증으로 배가 볼록 나오고 제대로 씻지를 않아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오는 아이들은 있었으나 가려움증-아토피 증세를 앓는 어린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환경이 오염되고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돼 편식이 늘어나 아토피 환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식생활에서 편식이 어릴 적 습성대로 우리 몸에 배어들 듯이 요즘 세상 사람들은 지식의 편식, 또는 정보의 편식 현상이 심합니다. 우리의 지식과 갖고 있는 정보는 집에서 부모에게,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면서는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익히고 또 책을 통해서, 컴퓨터, TV,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게임을 통해서 등 가까운 사람들과 갖가지 매체를 통해서 우리 몸에 배어듭니다. 여러 가지 경로로 익히는 우리의 지식과 정보이지만 이것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편향돼 있다면 문제입니다. 가령 못된 사람이나 나쁜 친구들과 많이 어울려 생활하고 듣고 배운다면 자연히 똑같이 못된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예로부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고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읽는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서도 샌다’고 했습니다.
우리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도 보고 배운대로 우리의 머리를 지배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나 특정 사안을 해석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어릴 때부터 익힌 지식이나 가치관이 기본이지만 우리가 성인이 돼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신문, 방송, 인터넷 포탈 사이트를 통해서 우리의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섹스나 폭력으로 가득찬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접하면, 폭력을 당연시하고,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져 버리는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미디어가 조장한 세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개인의 비행을 정당화하고 냉소주의에 빠지게 할 우려가 다분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식과 정보의 편식이 심합니다. 이로 인해 모든 사안에 대해 좌파와 우파의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인식하고 극과 극으로 맞섭니다. 좀처럼 타협하지 않고 양보를 하면 큰일나는 줄 압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4월 1일 '한국인의 복지의식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스웨덴,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일본, 한국 등 6개국 국민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가별 이념 지형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제외하고 좌우 비율을 따지면, 프랑스는 좌파(43.7%)ㆍ우파(21.3%)가 2 대 1이었으며, 일본은 좌파(5.6%)ㆍ우파(43.7%)가 1 대 8로 우파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스웨덴은 좌파(47%)ㆍ우파(30.1%) 비율이 5 대 3 정도였고, 스페인도 좌파(52.7%)가 우파(17.8%)를 압도했습니다. 한국은 좌파(34.8%)ㆍ우파(33.7%)의 비율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비교 대상 중 영국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좌파(38.7%)•우파(41.7%) 세력이 비슷했습니다.
한국의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배타심이 가장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6.25 동란을 겪은 세대는 좌우익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지만 어쨌든 어느 사회나 좌파와 우파가 있고 진보와 보수가 있습니다. 서로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어 논쟁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반대파의 사상과 그의 활동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논쟁을 통해서 소통을 해야만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해결책은 '정보편식'을 벗어나 '정보혼식'으로 접근해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정보혼식은 종이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종류의 매체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좀 들더라도 정보혼식을 통해 균형 잡힌 지식과 판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미디어를 접해보는 노력이 극과 극을 치닫는 우리 사회의 살벌한 대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주한라병원 로비에 설치된 ‘희망의 벽’벽화. 뉴욕에서 활약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가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테마 속에 어린이들이 그린 작은 그림을 모아 ‘희망, 소통, 화합’을 담았다.
지난 1월 학생인권조례폐기 범국민연대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곽노현 교육감 사퇴와 학생인권조례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