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새 대통령 취임후 재정복구 실현위한 개혁 진행

제주한라병원 2012. 2. 3. 13:48

2012년/1월

- 어느 섬나라 이야기 4

새 대통령 취임후 재정복구 실현위한 개혁 진행


2003년 1월, 나우루는 정부차원에서 두 가지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성명서를 발표한 대통령의 이름이 각각 달랐다. 쿠데타가 일어난 건지 또는 단순한 착오인건지, 나우루에 입국할 수 없는 바깥세상에서는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해 2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나우루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나우루의 전화와 인터넷이 단절된 것이다. “난민들이 정부를 전복했다” “미국이 테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홍수가 난 것 같다” 등 온갖 소문만 난무했다. 나우루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역시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진짜로 여겨지는 나우루 대통령으로부터 구조 요청이 왔다. 급파된 구조팀이 도착했을 때 대통령 집무실은 불타버리고 없었지만, 국가 실종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히 3월에 통신은 복구되었으나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구조를 요청한 진짜 대통령 버나드 도위요고가 그새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워싱턴의 한 병원에서 심장 발작을 일으켜 급사한 것이다.

 

나우루 의회의 정원은 18명인데, 그중 한 명이 의장을 맡고 나머지 17명이 다수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한다. 연로한 의원들은 당뇨병 또는 신장이나 심장에 지병이 많아서 오스트레일리아 병원에서 정기검사나 인공투석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한 명이 결석하면 남은 16명이 다수결 원칙에 따라 대통령 투표를 하다보니 찬성과 반대가 똑같이 8대 8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의장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던져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다. 즉 의장이 대통령을 자기 마음대로 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때문에 ‘누구를 의장으로 삼을까’를 놓고 종종 말썽이 벌어진다. 설사 다툼이 잘 수습되고 차츰 일이 해결되어 가다가도 불참했던 의원이 귀국하면 곧바로 불신임안이 제출되고 그러면 또 순식간에 대통령이 뒤바뀌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2004년 4월, 나우루의 파산위기는 더 커졌다. 미국의 GE캐피털이 미화 2억 달러가 넘는 빚을 ‘5월 5일’까지 갚으라고 요구해왔다. 보유하고 있던 해외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빚이었다. 물론 갚을 수 없었고, 따라서 값나가는 해외 보유 자산들이 압류되어 버렸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부족한 자금을 임시로 빌려준 덕에 가까스로 파산은 면했지만 다른 부동산도 거의 다 남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졌고 드디어 9월에 개혁성향의 루드비히 스코티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의욕적으로 압류상태에 있던 메르퀴르 호텔을 매각해 부채 먼저 갚아나갔다. 그리고 나우루 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 재무 관리들을 초청해 자국의 재정상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세계는 나우루의 이러한 개혁조치를 높게 평가했다. 

 

10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개혁파 의원이 14명이나 당선되었다. 바꿔 말하면 수구파가 몰락한 것이다. 원로의원 5명이 낙선했고, 그 중에는 수년간 재무장관을 지냈던 클로드마르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전직 대통령도 셋이나 있었다. 그동안 갈팡질팡해 온 나우루지만 이제는 ‘오스트레일리아 주도의 지원 아래 재정 재건을 실현’하는 쪽으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들어진 나라, 나우루는 약 100년 사이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왔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나라. 교육비와 병원비가 모두 무료인 나라. 식사는 대부분 식당에서 외식으로 해결하는 나라. 아무도 일하지 않지만 모두가 부자인 나라. 한때의 나우루의 모습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나우루 사람들은 한동안 과도하게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얻은 대가로, 소중한 자원과 경작지, 그리고 고유한 문화를 잃어왔다. 얻은 것과 잃은 것, 어느 쪽이 많을지는 그들과 우리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나라에는 또 다른 위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나우루 공화국의 전 대통령 클로드마르는 1997년 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지구온난화방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의가 실패하면 우리나라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