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률과 청년실업의 함수
2010년/3월
대학진학률과 청년실업의 함수
대학입학 시즌이 거의 마무리되며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수능시험을 비롯한 입시 절차를 거쳐 대학별로 학생을 모집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감안하여 각자 원하는 대학에 지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당락이 결정되어 합격자가 발표되면 등록금을 납입함으로써 신입 대학생 입학과 관련된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일 년에 두 번 매우 바쁜 시기가 있는데, 대학 등록금 납입기간이 바로 그 때다. 1월~3월 그리고 7월~9월이다. 등록금 납부시기에 등록금 대출과 장학금 지급 등의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에는 ‘든든학자금’(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이라는 새로운 등록금 대출제도가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된지라 더욱 분주했었다. 그런데 필자가 재단에서 일을 하게 된 후 새로이 알게 된 놀라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지난 20년 동안 상상도 못할 만큼 기록적으로 높아져 왔다는 사실이다. 1990년에는 진학 대상자의 33%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진학률은 해마다 가파르게 높아져 2004년부터는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에는 약 84%에 달해 정점을 찍으며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높은 대학진학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영국의 경우 대학진학률이 30% 대이고 높다는 편인 일본과 미국도 50~60%대 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학교육이 거의 의무교육이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진학률이 높은 것이다.
거기에는 90년대에서 2000년대를 거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대학의 양적 증가와 정원확대라는 배경이 있었다. 그나마 작년에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진학률이 줄어드는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줄어든 폭은 2%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20세기 우리의 교육열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근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시키고,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60년대에 세계 최빈국(最貧國)에 속했던 한국이 이제는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대에 진입할 수 있게 한 토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특유의 강한 교육열은 개발경제 시대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모습까지 발전해오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 진학률 수준은 분명히 비정상적으로 높아 국가와 사회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취업문제다. 이태백이라는 서글픈 용어에서 느낄 수 있듯 청년 실업문제는 사회 전반의 골치아픈 문제로 떠올랐다. 20년 전에는 30%정도의 청년이 대학졸업자가 되었는데 이제는 그 세배 가까운 80% 정도의 청년들이 대졸자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 10명중 3명이 대졸자였다면 이제는 8명 이상이 대졸자인 것이다. 대졸 청년들은 ‘나도 대졸인데...’ 하는 인지상정 속에 중소기업 보다는 여건이 양호해 보이는 대기업을 선호하게 될테고, 거꾸로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젊은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소위 ‘미스매칭’ 현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어느 한 부분만 달라져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우선 교육품질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수준 이하의 대학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는 교육생태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와 대학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것이 잘 진행되면 대입정원도 자연스럽게 축소 될 것이다.
더불어 마이스터교 같은 고등학교 전문교육이 활성화되도록 사회와 기업들이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전문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기업현장(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에서 기회를 부여받고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여기에는 대졸과 고졸이라는 사회적 차별의 축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만사형통의 길이 아님을 고려해봐야 한다. 알찬 중소기업을 찾고 그곳에서 꿈을 키워내는 도전정신은 놀라운 보람을 잉태할 수 있다. 막연한 대입 만능주의의 허상을 체감하고 개인별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현실적인 미래설계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자 ‘교육’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교육=대학’ 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에 우리 모두 고개 끄덕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