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천일평칼럼

눈에 띄는 건강정보는 많지만 과신은 금물 

제주한라병원 2011. 12. 2. 13:42

2011년 / 11월

 

눈에 띄는 건강정보는 많지만  과신은 금물  

 

‘줄기세포로 노인성 치매치료에 성공’
지난 10월 24일 충북대학교는 수의과학대 김윤배 교수 연구팀이 인간의 신경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치매치료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동안 쥐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지기능 개선 연구는 있었으나 인간 줄기세포를 직접 적용한 연구는 세계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충북대팀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병원팀과 2009년 12월부터 3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치매치료 소식에 반가웠던 것은 어머니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칠순이 넘은 후에도 건강하셔서 아버지가 14년 전 돌아가신 다음에도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치매는 머리를 많이 쓰면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울의 명문여고를 수석으로 졸업하셨고, 나이가 드신 후에도 친구들과 자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식구들이 모이면 며느리들과 고스톱 등 놀이판을 벌이시고, 30년간 요가를 매일 1시간 이상씩 하셔서 자식들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일흔 일곱이시던 11년 전, 여동생이 사는 캐나다에 혼자 해외 여행를 다녀오시고 얼마 있다가 외출했던 분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시지 않던 차에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할머니가 집을 못 찾아 보호하고 있으니 모시고 가십시오”라며 집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어떤 분이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치매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갔습니다. 집을 나가셔서 행방불명 신고를 한 게 대여섯번입니다. 한밤중에 경찰들도 찾지 못해 뜬 눈으로 지새웠고, 택시기사가 공원에서 헤매는 분을 모시고 오거나, 동네 빈 건물 한 구석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하루가 지나 동네 사람들의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외출하지 못하게 했지만 교묘하게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셔 나중에는 끈으로 소파에 발을 묶어두기까지 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아내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가스불을 만지시다가 화재 일보직전까지 간 게 두 번이나 되고 냉장고를 정리하신다고 뒤집어 놓아 아내가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괜찮은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차도는 없고 입원비, 간병비가 한 달에 무려 300만원 이상 들어 부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치매 노인을 전문으로 보살피는 월 80만원 정도가 드는 요양소, 노인복지관에 들어가 1년여 간 지내시다 7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역임한 정대철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10년 전 사석에서 제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 때문에 집안이 괴롭다”고 얘기하자 그도 “나도 어머니(우리나라 여성 최초 변호사였고 여성운동과 반독재 민주운동가 이태영씨)가 한 8년을 치매로 고생하셔서 혼났다”고 공감하더군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 여수상 등 뇌 활동이 많은 사람들도 걸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피폐해지고 경제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주는 무서운 병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환자는 늘어만 가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데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아직은 나오지 않아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을 충북대학팀에서 찾아냈다니 깜짝 놀랄 만합니다. 김윤배 교수는 "학습 및 기억력은 콜린성 신경계의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형성되지만 치매 환자는 이 물질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했다"며 "인간 신경 줄기세포에 아세틸콜린합성효소(ChAT) 유전자를 삽입해 F3.ChAT로 명명된 줄기세포를 이식, 치매모델 동물의 기억력을 회복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특히 이 세포로부터 분화된 줄기세포들은 어린이 뇌성마비, 다발성 경색증, 루게릭병 등 다른 뇌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여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특허출원 중이며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로 선정됐으며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권위지인 '세포이식(Cell Transplantation)지'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상당히 믿을만한 소식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5년 전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 몇 가지가 발표되면서 5년내 치매 치료제를 내놓는다고 했는데 아직도 좋다는 치료제가 나왔다는 결과는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실제 관련 분야의 의사들은 “그 연구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고 치료제가 나오려면 수년 내지 10년 이상의 임상 실험과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조속한 시일내 치료법 개발은 어렵다고 합니다.


 저도 현대 의학이 상당히 발달한 것은 공감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말은 믿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27년 전 미국에 올림픽 취재를 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손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된 저는 사고 후 로스에인절스에 있는 란초로스 아미고스 라는 세계적인 재활-정형외과 병원에 입원했는데 5개월 후 퇴원할 때 그곳 의사들은 저에게 “미스터 천, 앞으로 5년, 늦어도 10년 내로 걸어다닐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올 것이요”라며 악수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계속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가끔 그곳에 들러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 중입니까?”라고 물으면 그들은 “아직 실험 중”이라고 27년간 똑같은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건강정보가 난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하지만 실은 지키기 힘든 다음과 같은 가르침만을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잘못된 건강 정보에 혹하지 마라
건강의 기본은 아주 간단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이다.


2.작은 아픔에 민감해져라
나이가 들면 ‘작은 아픔’에 민감해져야 한다. 작은 감정의 변화에도 민감할 필요가 있다.


3.중년의 운동을 하라
격렬한 운동보다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운동 걷기, 등산, 스트레칭, 수영, 골프, 필라테스 등의 운동이 적합하다.

4.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
불에 직접 굽거나 태운 음식은 피한다. 고혈압, 당뇨 등을 줄이려면 저염식으로 배가 덜 부르게 먹도록 한다.

오색 채소와 오색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5.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지 말라
통풍과 당뇨병에 걸림 위험을 높인다.


6.이쑤시개 대신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하라
만병의 원인인 잇몸질환을 예방하려면 이쑤시개보다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7.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칫솔질을 하라
자주 쓰지 않는 손을 써보는 훈련을 통해 대뇌에 자극을 주게 되면 치매예방에 좋다.


8.하루에 사과를 5개 이상 먹어라
섬유질 섭취는 대장암 예방의 최선이고 사과는 배변에 좋다.


9.하루에 10분 정도는 햇볕을 쬐라
탈모, 근력약화, 관절통 등은 비타민D 부족에서 나타난다.


10.건강검진과 치과는 6개월에 한 번씩 가라


11. 감정을 표출하라
잘 웃고, 잘 울고, 잘 느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감동도 웃음도 눈물도 인색해지게 된다. 늘 기쁜 마음으로 지내면 치매에 걸릴 시간이 없고 면역력도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