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이야기

용(龍)이 온 몸을 드러내 '구욱 구욱' 운다

제주한라병원 2011. 11. 10. 13:33

2010년 / 11월

 

알고 싶은 제주 - 예래동 질지슴 해안
용(龍)이 온 몸을 드러내 '구욱 구욱' 운다

 

 

 

 

여행이 업이 아닌 이상 그 자체가 일상이 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하려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뒤따른다. 익숙함과의 결별을 위해 찾은 것은 다름 아닌 4령(靈) 가운데 하나인 용이었다.


제주에는 용에 얽힌 지명들이 곧잘 등장한다. 농경이 주업이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 물을 지배하는 용은 신앙의 대상이 되었고, 설화의 주제로 등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귀포시 예래동에 그런 용이 있다. 질지슴이라 부르는 바닷가 동쪽(용문덕)에 그 용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정말 생김새 그대로가 용이다. 머리며, 뿔이며, 꼬리까지 이어지는 형상이 영락없는 한 마리 용이다. 제주에서 용을 거론할 때 용두암을 반드시 집어넣지만 그 곳의 용이 머리만 있다면, 질지슴 이 곳엔 한 마리 용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손에 잡히는 지삿개가 여기 있네

질지슴 서쪽을 큰코지, 동쪽은 작은코지라고 한다. 하예포구에서 동쪽으로 오다보면 큰코지를 만난다. 큰코지에서 작은코지까지는 1㎞ 가까이 된다. 여행의 재미라면 발로 디디는 것인데, 여기가 그런 재미를 준다. 걷고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나름대로 여유를 갖고 해안가를 누비려 한다면 걷기를 권하고 싶다.


큰코지에는 진황등대가 있으며, 그 주위에는 용암이 뿜어낸 갖가지 형상의 뾰족한 바위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주도 해안에는 잘 다듬어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멋진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라면 대포 주상절리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지삿개로 부르는 곳이지만 지삿개의 육각기둥은 손으로 만질래야 만질 수 없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이 곳 질지슴이 달래준다. 큰코지에서 동쪽으로 난 해안가를 질지슴이라 한다. 커다라면서도 둥근 바위군이 모여 내도 알작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바다소리를 내주기도 한다.


질지슴의 으뜸이라면 지삿개를 그대로 옮겨다놓은 형상이다. 지삿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이 곳 질지슴을 들러 육각기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지삿개에서 보던 그 바위 모양 그대로가 여기에 있다. 육각기둥이 되려다 떨어져 나온 바위들도 만나게 되며, 직접 육각기둥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질지슴의 끝인 작은코지와 만난다. 이 곳엔 용이 드나들던 용문덕이 있다. 용이 드나들었다는 문 사이로 파도가 내리칠 때는 일대 장관을 이룬다. 용문덕은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지나던 문턱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덕'은 바닷가에 형성된 높고 커다란 바위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이 곳에선 용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용문덕의 동쪽에 정말 한 마리 용이 버티고 있다. 분명 용문을 드나들었음직한 용이 굳어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한 마리 용을 감상하며, 용이 왔다 갔다 했다는 용문덕으로 내려가본다.


용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웅~, 웅~' '구욱~, 구욱~'. 용문덕에서 나는 소리다. 바닷물이 용문덕 아래 돌을 감싸며 때릴 때 이런 소리가 난다. 용의 울음은 듣지 못했으나 용문덕은 '용의 울음은 바로 이것이다'고 가르쳐주는 듯하다.


질지슴을 찾아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안덕면 대평리에서 바닷내음을 간직한 채 줄곧 동쪽방향으로 달린 뒤 하예포구를 지나면 진황등대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곳부터 펼쳐진 바닷가가 질지슴이다.


대평리로 향하지 않을 거라면 창천삼거리에서 중문 방면으로 오다가 예래동으로 들어오면 된다. 예래동사무소를 지나 바다쪽으로 난 삼거리에서 왼쪽(논짓물)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오면 된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