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이야기

최남단 … 마지막 아닌 ‘이어도’를 향한 시작

제주한라병원 2011. 11. 10. 13:24

2010년 / 8월

숨은 제주 알고 싶은 제주 - 마라도

최남단 … 마지막 아닌 ‘이어도’를 향한 시작

 

<사진제공=서귀포시청>

 

지금까지 유인도 순회를 해왔다. 이번 호는 유인도의 마지막 순서로 마라도로 이동을 해본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국토 끝이다.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늘 사람들을 끌고 다닌다. 더욱이 여름철엔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곳이 마라도다.


마라도는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 본 섬에서 오가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 시간은 반시간이다. 다르다면 똑딱선에서 좀 더 크고 안전한 배로 대체됐다는 점이 아닐까. 덕분에 우린 예전보다 마라도에 쉽게 오가게 됐다.

 

갚아도 좋고 말아도 좋다

예전엔 얼마나 힘겨운 여정을 거쳤던지 ‘갚아도(가파도) 좋고, 말아도(마라도) 좋다’는 말을 뱉곤 했다. 두 섬(가파도․마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빚을 갚아도 그만, 말아도 그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속 뜻은 그게 아니다. 두 섬을 낀 사람들은 거센 조류 때문에 만나기 힘들었기에 그런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곳의 바람은 워낙 거세다. 여름철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 마라도 등허리를 넘어 곧바로 서쪽 바다에 떨어진다. 겨울철엔 반대로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거칠 것 없이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나무라도 많다면 바람이라도 막으련만 마라도엔 그늘을 주고, 바람을 막아줄 나무를 만나기 힘들다. 나무가 없는 이유는 이 곳에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란다. 밭을 일구기 위해 불을 지르면서 울창한 나무는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또한 이런 얘기도 전해온다. 마라도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달밤에 퉁소를 불자 수많은 뱀이 몰려들었고, 그 뱀을 제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렀는데 불타기 시작한 숲은 석 달 열흘간 타들어갔다고 한다.


바람만 가득하고, 나무도 없는 이 곳. 예전 이 곳을 기행했던 이는 유형(流刑)의 섬에 들어온 듯 마라도를 ‘한국의 남극’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젠 외로운 섬이 아니다. 마지막 땅이 아닌 해양 전진기지 ‘이어도’를 향한 시작의 땅이다.

 

마라도가 선사하는 ‘맛’과 ‘멋’

 

오전 10시, 마라도로 가는 첫 배가 뜬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하루 4편, 모슬포항에서 바다로 떠나는 정기여객선도 하루 6편 가량이다. 바람 방향에 따라 마라도에 내리는 곳은 다르다. 마라도 선착장은 4곳으로, 바람과 조류에 따라 배를 대는 곳이 달라진다. 서풍이 불면 마라도 동쪽에 있는 살레덕에 배를 대고, 동풍이 불 때는 자리덕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만일 살레덕에 내린다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바다 향기 가득한 살레덕을 벗어나면 마라도는 섬 이미지를 던져버린다. 해안선을 끼고 돌아도 2500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모습은 오름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포장된 길만 따라가다간 자칫 볼거리를 놓칠 수도 있다. 가장 처음 만나야 하는 할망당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망당은 아기업게의 전설이 얽힌 곳으로, 바다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던 제주인들의 신앙의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마라도의 최고 풍경은 바다의 힘이다. 그건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다. 길에서는 보지 못한다. 마라분교를 좀 지나 팔각정 근처에 해식동굴을 감상하기에 그만인 곳이 있다. 이 곳 사람들이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거친 바다의 숨소리가 들린다.


마라도엔 ‘맛’도 풍부하다.
강태공을 기다리는 낚시 포인트가 많다. 특히 마라도에서만 잡히는 바닷고기가 있다고 한다. 긴꼬리벵에돔으로 맛이 일품이다. 주요 낚시 포인트로는 장군바위 바로 밑의 장시덕, 선창작인 살레덕과 자리덕, 팔각정 밑에 위치한 남대문, 북쪽으로는 작지끝 등이다.


물질하는 해녀들이 건져 올린 미역은 최고로 알아주는 상품이다.


마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장면도 있다. 개그맨이 선전해 화제가 된 그 자장면엔 마라도에서 난 해산물을 듬뿍 집어넣어서인지, 아니면 외로운 섬에서 먹어서인지 기막힌 맛을 낸다.

 

걸으면서 즐기는 풍경

 

마라도에 오면 반드시 만나야 하는 곳. ‘국토최남단’ 비다. 이 비를 만나기에 앞서 장군바위를 마주하게 된다. 장군바위는 사방에서 둘러보면 동물 형상을 닮았다. 장군바위 동쪽 평평한 곳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뒹구는데, 힘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 흔들어보라. 흔들바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힘에 움찔거린다.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은 39m다. 거기에 역사를 자랑하는 등대가 있다. 마라도 등대는 1915년 무인등대에서 1955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등대 앞에는 6대주 5대양의 주요등대 10개 모형을 전시해두고 있다.


이제 마라도 여행을 마무리 할 시점이다. 마라도는 1시간이면 둘러볼 건 다 볼 수 있다. 제 맛을 더 느낄 요량으로 회도 먹고, 특유의 자장면 맛도 즐긴다면 넉넉하게 2시간이면 된다.


그런데 여름이다. 숨이 헉헉 막히는 여름이다. 여름철 마라도에서는 더위를 막을 방책이 없다. 그러기에 양산이나 챙이 있는 모자, 선크림을 바르는 건 필수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사진제공=서귀포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