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이태훈세계여행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요크

제주한라병원 2023. 11. 1. 14:11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요크

 

 

 

영국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00km 정도 달려가면 고대 시대에 건축된 성벽의 도시, 요크를 만나게 된다. 요크는 서기 71년에 로마인들이 점령한 후 요새와 성벽을 짓고, 도시의 이름을 주목 나무가 있는 장소라는 뜻의 에보라쿰(Eboracum)’이라고 명명하였다.

 

영국의 역사로 대변되는 요크 요크는 로마 황제를 지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아버지인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가 사망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후 데이라 왕국, 노섬브리아 왕국, 스칸디나비아 요크 왕국 등의 수도였고, 북잉글랜드의 중요한 요지로 자리를 굳게 지켰던 도시이다.

 

12세기에 이르러 영국에서 런던 다음으로 크게 성장하였는데 요크의 구시가지에는 13세기 때 건축된 영국 최대의 고딕 양식의 요크 민스터(세인트 피터 성당)가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서 있다. 조지 6세가 요크의 역사가 곧 영국의 역사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고대와 중세의 많은 역사유적이 남아 있다. 물론 조지 6세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요크는 고대 로마인들이 점령과 노르만족의 침략을 경험했고 빅토리아 시대의 파란만장한 변화를 모두 겪어냈다. 마치 시간의 침입을 거부하려는 듯, 도시는 아직도 4km에 달하는 중세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영국인의 문화와 생활상 그리고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여행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요크시의 중세 성벽 아스라한 영광을 그대로 간직한 요크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성벽이다.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로마인들이 건축한 이 성벽은 1,9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 물론 성벽의 원형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달리하며 증축되고 재건되었다.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성벽 걷기는 요크 여행의 백미인데 성벽을 걸을 때마다 마치 고대 로마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이 도시를 찾는 여행객은 요크의 성벽 걷기를 위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벽 걷기는 성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이기보다는 요크의 역사를 보고 느끼기 위해서다.

 

성벽과 관련된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1800, 요크 시에서는 도시 개발을 위한 많은 경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유지 보수가 어려운 성벽들을 허물어 버리자는 안건을 의회에 제출하였고, 당시 조지 3세와 성벽을 보호하려는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크 시는 3곳의 요새와 네 개의 성문을 무너뜨렸다. 요크의 역사와 삶의 궤적을 함께 한 성벽이 무너지자 많은 시민이 성벽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를 결성하고 기금을 마련해 성벽 복구에 안간힘을 썼다. 그 후로도 성벽을 없애려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렇듯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요크 성벽의 일부분만이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중세의 거리 쉠블스 성벽 걷기 여행이 어느 정도 끝날 즈음이면 찬란한 중세시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시가지 중심에 이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중세의 거리로 유명한 쉠블스는 시간을 초월한 듯 한 이색적인 분위기로 거리 곳곳이 장식되어 있다. 우리에게 아주 낯선 이름이지만 영국과 유럽에서는 중세의 거리를 가장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도살장’, ‘육류 시장이라는 뜻의 쉠블스라는 이름은 푸줏간의 거리라는 뜻을 가진 앵글로 색슨어 플리쉠블스(fleshammels)’에서 유래된 것으로, 1885년에는 정육점이 31개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정육점이 하나도 없지만 900여 년 전에 쓰인 책에 이곳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셈블스의 나이는 적어도 900여 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좁은 거리 사이로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쉠블스 골목길은 건물들 사이의 폭이 좁아 어떤 골목은 한쪽에서 팔을 뻗으면 다른 쪽의 집을 만질 수 있을 정도이다. 과거 푸줏간이 들어서 있던 이 작은 골목길은 지금에 이르러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과 보석점, 골동품점 등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요크시의 주요 쇼핑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쉠블스 거리를 걷다 보면 성벽을 걷을 때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거리의 바닥은 움푹 파였고, 시간의 흐름 속에 건물 기둥은 낡고 휘어졌지만, 중세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요크 시민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상징, 성당 민스터 이런저런 생각하며 좁은 거리를 배회하다 보면 골목 맨 끝에 서 있는 요크의 상징이며 영국의 또 다른 아이콘인 요크 민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히는 요크 민스터는 고딕 양식 건축을 재현하고 있는 성당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로 한 발짝 들어서면 양옆으로 높게 솟아있는 기둥에 둘러싸인 넓은 예배당과 아름다운 색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성스럽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 압도당하게 된다. 서쪽 유리창의 그림은 특히 인상적이다. 1291년 예배당 본당의 중앙을 만들기 시작해 2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당시 건축자들은 요크 민스터 건물 외벽이 커다랗고 둥근 지붕과 높은 돌기둥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요크 여행 요크에는 매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성지순례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영국다운 모습을 보고 싶거나 고대 로마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싶을 경우 런던이 아닌 요크로 가야 하는 이유를 요크를 여행하다 보면 명확히 느끼게 된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 대신 과거의 영화를 밑바탕으로 온고지신하는 요크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삼스럽게 영국의 힘을 다시 느끼게 된다.

 

4km에 달하는 중세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요크 구시가지
13세기 때 건축된 영국 최대의 고딕 양식의 요크 민스터.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
2,000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성벽의 흔적들.

 

1068년 윌리엄 1세가 지은 클리포트 타워.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쉠블스 거리
중세의 거리를 가장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쉠블스 거리.
런던을 제외하고 한 도시에 성이 두 개 이상 있는 곳, 요크.
매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성지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요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