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장끼, 까투리, 꺼병이로 불리는 꿩

제주한라병원 2023. 8. 1. 09:54

 

Ring-necked Pheasant, Phasianus colchicus

 

장끼, 까투리, 꺼병이로 불리는 꿩

 

꿩!

참새만큼이나 누구나 알고 있는 새다. 그만큼 사람들과 같이 친밀하게 살아가는 새이지 않을까 한다. 꿩은 제주 중산간이나 초지와 밭 심지어 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5~6월 즈음이면 주변의 밭에서 번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밭농사를 짓는 분들이라면 자주 목격 했을 것이다.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여서인지 몰라도 꿩이 꿈에 나타나면 대부분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 꿩을 잡거나 꿈에 나타나면 재물이 들어온다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진다고 하고, 꿩을 놓치는 꿈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할 꿈이라고도 한다.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지내는 꿩의 습성 때문에 좋은 의미로 해몽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번식기에 다른 종류의 새들보다 알을 많이 낳는데 보통의 산새들이 3∼4개의 알을 낳는데 비해 꿩은 10∼15개 이상을 낳으며 심지어 둥지에 알을 낳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몇 개를 꺼내버리면 그만큼 다시 알을 낳기도 하여 다산과 풍족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필자가 어릴 때는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을 때라 부모님께서 밭일을 하시다가 꿩알을 몇 개 주워 오셔서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꿩은 소리와 움직임에 예민해 사람이 조금만 다가가도 주변으로 숨어 버리거나, ‘꿩~’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 버려 사냥을 하기에 어려운 새이기도 하다. 그런데 꿩이 잘 날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알 품기를 할 때이다. 꿩은 모성애가 강해서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둥지 주변에서 3시간 가까이 머물렀어도 움직이지 않다가 바로 둥지 앞에까지 다가설 즈음 그제야 위험을 느끼고 날아오른다. 꿩은 계속 사람을 감시 했겠지만 방심했던 사람은 날아오르는 꿩의 소리에 혼이 나갈 정도로 놀라 주저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육지부에서는 훈련된 매를 이용하여 꿩을 사냥하는 문화가 있는데 제주에서는 맹금류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잡는다. 다른 새들과 달리 무게가 많이 나가는 꿩은 멀리 날지 못할뿐더러 날개가 크지 않아 바로 날아 오르기 힘든 새다. 대신 위험을 느끼면 냅다 달려 도망을 간다. 꿩이 달리는 모습을 보신 분들은 ‘와!’ 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주 재빠르다. 그래서 꿩을 잡는데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동네에서 달리기 좀 하는 장정 네 다섯 명이 한조를 이루어 사냥개를 이용해 꿩을 쫓는다. 사냥개의 접근에 꿩이 날아올랐다 다시 내려올 즈음 넓게 퍼져있던 사람들이 달려가 다시 꿩을 날아오르도록 한다. 사냥개 역시 부지런히 꿩을 쫓아 달리고 사람들은 꿩의 위치를 서로 알려주면서 추격전을 벌리게 된다. 날기와 달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지구력이 약한 꿩은 점차 지쳐 날지도 달리지도 못하게 되는데 이때 재빠르게 포획하여 사냥을 마친다.

 

예로부터 제주는 척박한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왔다. 먹을거리는 언제나 부족하였으며 육류와 같은 단백질 공급원은 특히 귀했다. 벼농사가 거의 힘든 화산 섬 제주는 메밀, 조, 보리 등의 밭농사가 대부분이었다. 필자 정도의 연배들이 배고픈 어린 시절 먹었던 ‘조배기(수제비의 제주방언)‘ 음식 문화가 생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꿩은 먹거리가 부족한 제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꿩고기 특유의 고소함과 메밀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꿩메밀 칼국수는 지금에 이르러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의 옛 어른들은 가슴살은 육회로 먹고, 다른 부위는 포를 떠 건조시켜 육포로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 외에 샤브샤브, 만두, 칼국수, 수제비, 꿩엿 등도 만들어 먹었으며 오늘날까지 제주 음식문화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필자 역시 소싯적 부모님께서 직접 만든 꿩엿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하듯 꿩은 제주 선인들 주변에 항상 같이 있으면서 훌륭한 음식까지 되었었다.

 

속담에도 꿩이 많이 등장하는데 ‘꿩 대신 닭’, ‘꿩 먹고 알 먹기’, ‘오시록(으슥한)헌 디 꿩독새기(꿩알) 낳는다.’, ‘아무리 궁해도 집 안에 날아든 꿩은 잡지 않는다.’ 등이 있다.

 

꿩은 꿩과의 새로 점이 많으며 꼬리가 매우 길다. 보통 5~6월에 알을 낳고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다른 나라에 서식하는 꿩들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꿩의 색상이 더 화려하고 무늬가 멋지다. 재물, 행운을 상징하며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