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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만이 능사 아니다 양질의 의료역량 확보위한 지역사회 총체적 노력 뒤따라야

제주한라병원 2023. 8. 1. 09:44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만이 능사 아니다

양질의 의료역량 확보위한 지역사회 총체적 노력 뒤따라야

 

 

최근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 TF’가 구성·운영되고 제주도와 의회,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추진 방안으로 제주 지역에 대한 진료권역 분리를 요청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의료법에서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전문적인 종합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 되어 있는데, 필수진료과목을 포함한 20개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해야하며 의사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10명당 1명 이상, 간호사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3명당 1명을 둬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한다. 3년마다 평가를 거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며 상급종합병원은 1~2차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4(2021~2023)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있어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분류하여 45곳을 지정했는데 권역별로 보면 서울권이 14, 경기 서북부권 4, 경기 남부권 4, 경북권 5, 경남 동부권 5, 경남 서부권 2, 충남권과 전남권에 각 3, 강원권과 전북권에 각 2, 충북권에 1곳이 지정됐다. 이처럼 수도권과 경상권에 전체 상급종합병원 중 75.5%(34)가 집중되어 지역 형평성에 맞지 않고, 제주의 경우 유명 병원이 많은 서울권역에 포함되어 있어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제주를 단일 권역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인데 상급종합병원의 특정 지역 쏠림에 따라 중증환자들의 원정진료 현상과 의료자원 유출이 가속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진료권역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으로 지방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서 발표한 '제주도 종합병원 진료 인프라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입원 치료 환자의 16.5%16,109명이 도외로 원정 진료를 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도외 병원에 지출한 의료비는 1,080억원으로 전체 도민 의료비의 25.4%에 달한다.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도외로 원정진료를 떠난 도민은 113,820, 의료비는 1,870억원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항공료와 숙박비 등 부대 비용까지 합치면 엄청날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도민 부담을 덜기 위한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렇지만 진료권역 분리를 해법으로 삼는다는 것은 근원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의견이 타당하게 보여진다. 관계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을 지정만 해놓고 의료역량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도민들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 TF’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장점으로는 수도권 원정 진료비용 부담 감소를 위한 기반 구축을 비롯해 중증질환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기반 조성, 의료인프라 확충, 도내 종합병원 진료 수준 향상 토대 마련 등이며 단점으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 이용 시 본인 부담 비용 상승과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강보험 적용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 입장에서의 장점으로는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 상승에 따른 수입 증대·의료질 향상 기반 마련, 상급종합병원 미지정 병원의 신규 이용자 유입 가능성 증가 및 초진 환자 확보 유리 등이 제시되고 있다. 단점으로는 지정기준 충족을 위한 추가 인력·장비·조직수준 향상을 위한 투자 및 관리비용 부담 증가, 상급종합병원 미지정 병원의 상대적 이미지 저하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민선8기 제주도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육지부 큰 병원으로의 원정 진료에 따른 도민 불편 감소와 의료체계 분업화로 의료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원론적인 목표에 이의를 제기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인지해야할 대목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전에 양질의 의료역량 확보가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 확보 없는 단순한 지정은 퇴행과 불편 그리고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우려가 크다.

 

제주도에 대한민국의 의료기준에 부합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의 인식개선 그리고 지자체와 병원의 부단한 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무엇부터 우선해야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이를 위한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노력을 주문한다.

 

<출처 KBS뉴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