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길 잃은 새가 우리에게 묻다!

제주한라병원 2023. 7. 3. 11:19

 

검은이마직박구리 Light-vented Bulbul (Pycnonotus sinensis)

 

길 잃은 새가 우리에게 묻다!

 

 

직박구리과(科) 새는 세계적으로 151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한국에서 관찰되는 종(種)은 직박구리와 검은이마직박구리 두 종뿐이다. 직박구리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텃새로 서식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집 주변이나 과수원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개체수도 타 시·도에 비해 많은 편인데, 두 마리가 함께 다니며 요란스럽게 우는 새가 직박구리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제주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서식 하지 않았지만 2002년 10월에 전라북도 어청도에서 처음 관찰 된 이후 탐조인 들이 꼭 만나보고 싶어 하는 새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중국 남부와 동부 그리고 대만, 베트남 북부와 같이 따뜻한 나라를 중심으로 분포하여 서식하는 새다.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새가 우리나라에서 관찰되었으니 이슈화 될 만한 일이었다. 이후 이동 시기인 봄과 가을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섬에서 간혹 관찰 되어 드물게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통과철새로 알려지게 되었다.

 

2004년에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에서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자들에 의해 이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이 관찰되었고, 2008년 8월에는 전라남도 신안군 가거도에서 번식이 확인되었다. 이후 가거도에서는 매년 번식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10여 마리가 일 년 내내 관찰되고 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5시간을 꼬박 배를 타고 가야만하는 외딴섬으로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 있는 가거도는 이동철새들에게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섬이다. 가거도에서는 철새들의 이동시기에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어 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꼭 가보고 싶은 섬이기도 하다.

 

가거도 보다 새들에게 더 중요한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와 마라도다.

대만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남쪽에서 이동해 올라오는 새들이 바다를 건너 힘들게 올라오다 힘이 빠져 쉬어야할 즈음에 눈앞에 나타나는 곳이 바로 마라도와 제주섬이다.

 

마라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기록이 없던 새들이 많이 관찰되기도 하는데 ‘흰목딱새’를 비롯하여 ‘푸른날개팔색조’, ‘붉은가슴딱새’, ‘비늘무늬덤불개개비’ 등이 국내 최초로 관찰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길 잃은 새로 원래의 서식지에서 마라도 까지 오게 되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의 북방화를 원인으로 얘기하는 학자들이 많다.

 

검은이마직박구리의 경우도 중국 남부 그리고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분포 했었는데 서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되어 예전에는 관찰되지 않던 마라도를 비롯한 제주본섬과 서해안 일대의 섬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2009년 5월 마라도에서 검은이마직박구리가 처음 관찰되었다. 이후 용수리, 모슬포, 하도리 등에서 관찰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두 마리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도 관찰되기도 한다. 2018년 4월에는 모슬봉에서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체를 확인 하였지만 번식 여부를 알 수 없었다. 2019년 5월 6일 구좌읍 하도리에서 어린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먹이고 있는 개체가 관찰되어 번식이 확인 되고 있지만 둥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2020년 6월에 이르러 구좌읍 종달리에서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가는 개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후 제주 전역에서 번식 개체가 확인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간혹 볼 수 있어 검은이마직박구리가 점차 텃새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제주에 없던 개체가 이동해 와서 제주를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을 마냥 반가워해야만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구 전체를 재앙에 빠뜨릴 수 있는 온난화의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거니와 이들이 지역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의 서식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길이 행여 우리가 잘 못 가고 있는 길을 야단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검은이마직박구는 크기가 19cm정도이며 머리꼭대기와 눈 뒤쪽, 턱과 목이 흰색이다. 귀깃은 짙은 색이며 뒷부분에 흰색 둥근 무늬가 있다. 멱은 흰색이고 윗면은 회갈색이다. 어깨사이는 어두운 올리브색을 띄며 몸은 녹색 빛이 나는 갈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며 어린 새는 윗면이 더 옅고, 머리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