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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4개월 만에 막대한 피해 입히고 팬데믹 종료 선언

제주한라병원 2023. 5. 31. 09:48

3 4개월 만에 막대한 피해 입히고 팬데믹 종료 선언

 

 

코로나 19 펜데믹 종료에 즈음하여

 

 

사실상의 코로나 엔데믹이 선언됐다. 이는 코로나 관리가 풍토병 수준으로 이루어짐을 뜻한다. 엔데믹은 특정 지역의 토착화된 질병을 지칭하며 '풍토병'이라고도 한다. 지리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은 감염병이 일정 지역에서 절멸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며, 아프리카 감비아세네갈의 리프트밸리열, 아프리카남아메리카의 황열병, 동남아시아아프리카 일대의 말라리아 등이 대표적이며, 코로나 19 등장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511,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6월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키로 했다. 3단계로 구성해 순차적 적용 예정이던 일상회복 로드맵은 1·2단계가 통합된다. 이르면 5월 중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와 의원급 의료기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도 해제한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020120일부터 비상대응 해제를 선언하기까지 무려 34개월이 걸렸다. 정확히 1208일만이다.

 

최근의 상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내린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한데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며,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세기 만에 나타난 최악의 팬데믹(대유행)이 끝났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역사적으로 흑사병이나 스페인독감 등과 같은 팬데믹은 정치·경제·사회구조에 많은 변화를 촉발시켰다. 팬데믹 시기 우리나라의 누진 확진자는 3,135만여 명에 이르며 제주에서도 40여만 명이 확진돼 전체 도민 10명 중 6명꼴로 감염됐다. 사망자 수 또한 전국적으로는 35000여명, 제주에서는 50여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우리는 많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 디지털 전환에 가속이 붙은 것도 그중의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을 멈춰야만 했던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비대면 환경에서 활동하는데 익숙해졌다. 디지털산업의 폭발적인 증가도 가져왔다. 긴밀한 글로벌 공조와 백신의 빠른 개발 등 과학기술의 힘으로 팬데믹을 비교적 빠르게 이겨낸 것 또한 특기할만하다.

 

경제적 피해는 막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16,815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손실 규모는 추산 중이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20211인 자영업자의 분기별 소득이 코로나19 확산 전이던 2019년에 비해 18% 감소했다고 밝힌바 있다.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피해 규모를 67조원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전 사회적인 우울감 증가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접촉·교류의 감소와 고립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학자들은 팬데믹은 끝났지만 언제 또다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 지속적인 세계 총인구 증가, 항생제 내성 증가 등으로 인해 감염병 유행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우리는 위기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밑거름 삼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중앙정부는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에 대비해 방역과 의료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경제적 피해 최소화, 지원 체계, 정신건강 회복 지원 등을 담은 중장기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정책 사안들처럼 용두사미가 돼선 곤란하다.

 

앞으로도 팬데믹은 얼마든지 닥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여 방역과 의료 역량을 촘촘하게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감염병 재난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취약계층 보호와 재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여실히 드러난 공공의료 체계의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함께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병상·인력 동원과 백신 확보에 대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주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은 제주 지역 의료의 취약성을 재확인시켜주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백서에서 제주지역의 경우 공항 또는 항만을 통해 신종 감염병 유입 가능성이 큰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신종 감염병 유행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제주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를 통한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제주도 감염병관리과 신설, 역학조사관 증원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재정 지원을 통한 민간병원 내 음압격리병상 확충과 공조 시스템-동선 분리 시스템 구축 등도 제안됐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우리는 36개월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혹독한 비용을 지불했다. 그 비용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더욱 평등한 사회 실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