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형 참사’ 없는 세계적 안전도시로 만들자
행사 개최시 안전대책 수립, 평상시 안전점검과 안전교육·훈련 절실
아시아 최초 4회 연속 국제안전도시 인증…위해요인 개선노력 성과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260명에 가까운 안타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이 대형 압사 사고는 304명이 사망한 2014년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최대 인명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이태원에는 할로원데이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으며,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이른바 ‘연쇄깔림’ 으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 당일 이 호텔 서측 골목 저지대 중간의 18.24m²(5.5평)공간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 행인끼리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서로 뒤엉키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넘어져 앞쪽 사망자가 가중됐다는 것.
할로원(Halloween)은 영미권의 전통적인 기념일로 10월31일이다. 가톨릭에서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일인 ‘모든 성인 대축일’ 또는 ‘만성절(萬聖節)을 11월1일로 하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귀신이나 주술 등의 신비주의와 연관시킨 것이 기원이다. 현대에 와서는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상업적이고 새로운 기념일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2년전부터 영어학원 등을 시작으로 대중화돼 비공식 기념일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이태원은 6·25전쟁 이후 인근에 미8군사령부가 위치해 있다 평택으로 이전된 이후 한국 젊은 층의 명소가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건조물·시설물 등의 붕괴사고를 비롯 화재·폭발사고, 가스·화학물질 누출사고, 기차·선박·항공기 등의 추락·침몰사고 등 대규모의 피해를 야기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1993년의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사망자 292명),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사고(〃32명),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501명),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192명),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304명)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와 연관된 대형 사망사고도 있었다. 1970년 12월 14일 발생해 326명의 사망자를 낸 남영호 침몰사고가 그것이다.
그날 서귀포항에서 출항한 제주~부산을 잇는 정기 폐리인 남영호 침몰사고의 사망자 수는 대한민국의 해상 참사로는 1위, 6·25전쟁을 제외한 사망자 수로는 삼풍백화점에 이은 두 번째로 많은 참사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농·어업중심 사회에서 고도산업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재난환경이 급변하면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손해를 유발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고밀도의 도시화에 따른 건축·시설물 등의 대형화, 철도·항공·선박 등 교통수단의 대형화와 이용률 증가, 도시가스의 보급 확대, 화학 산업의 발전 등이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대형 사망 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다중이용시설의 대규모화와 건축물·산업시설 등의 노후화, 생활공간의 밀집화, 교통수단 관련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사후제재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그래도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사전예방책으로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안전점검 및 업무종사자 등의 의무 강화, 각종 행사의 철저한 안전대책 강구, 기관 및 단체의 교육·훈련 의무화 등이 더욱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사후 예방책의 하나로 처벌 규정의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이처럼 대형 안전사고의 선제적 예방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4회 연속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전 세계 31개 국 346개 도시 중 제주특별자치도는 117번째로 공인(’07. 7. 30)을 받은 바 있다.
안전도시의 개념은 1989년 스톡홀름 사고 손상 세계 학술대회 선언문에 기초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안전도시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사고로 인 한 손상을 줄이기 위하여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로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안전 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주지역 사고 손상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이고, 사고 원인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안전 위해 요인을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 등이 결실을 맺은 성과라는 자평이다. 사고손상 사망자의 경우 지난 2007년 80명에서 2021년 56.5명으로 29.4%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제주도가 명실상부 ‘안전’에 관한한 명실상부 세계적 도시로 자리매김 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한 창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