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망각에 갇힌 회색빛 도시풍경을 노래
내작은 서랍속의 음악 - 에피톤 프로젝트 ‘유실물 보관소(2010)’
‘015B’, ‘토이’의 계보를 잇는 작곡가 중심의 밴드
낡은 서랍 속에 봉인됐던 기억이 그리움에 녹아
잠을 자는 것도, 깬 것도 아닌 무기력함 속에서 이 앨범 첫 트랙이 가을 아침을 깨우듯 희미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마치 여행하듯 빠져들게 된다. 다음 곡으로 힘찬 발걸음을 재촉하듯, 경쾌함으로 ‘반짝반짝 빛나는’이 객원가수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의 목소리로 흐른다. 세번째 곡으로 원맨밴드 천재 뮤지션이란 평을 듣는‘이진우’가 부르는 ‘한숨이 늘었어’가 유실됐던 기억을 깨우고, 가녀린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인 ‘심규선’이 다음 곡 ‘선인장’이 상쾌함을 더한다. 기타선율과 함께한 그녀의 명품 보컬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화동’이 드라마 ‘미생’의 주제곡 ‘내일’을 부른 ‘한희정’과 함께 유실된 기억을 되뇌이며 노래한다.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
다음으로 보사노바 리듬으로 객원가수 ‘Sammi(새미?)’가 ‘해열제’를 노래하고 또다시 ‘심규선’이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듯 서글픈 ‘오늘’을 노래한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차세정’의 솔로 프로젝트 그룹으로 ‘015B’, ‘토이’의 계보를 잇는 작곡가 중심의 밴드이다. 2008년도에 발표했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feat. 타루)’라는 곡이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얻으며, 이후에 발표한 EP음반도 많은 히트를 하면서 메이저씬에 등장하게 된다. 눈이 부시게 시린 감성이 담긴 푸릇한 음의 향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되는 에피톤 프로젝트가 발표한 정규앨범이 바로 오늘 소개한 ‘유실물 보관소’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지 않았지만, 잊혀져 버린 기억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에 관한 상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에 상실과 망각의 대한 이야기를 얹어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앨범이다. 발표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 들어도 좋다. 기억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으로, 낡은 서랍속에 봉인되어 있던 기억들이 피어 오르며 그리움에 녹아 흐르고, 조각나버린 기억은 다시 따스한 봄의 위로를 받으며 한곳으로 모이게 된다.
[에필로그]
“ ~머리가 아파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금 저릿한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아, 눈물 한 숟갈 남몰래 삼키고 나면, 언제 아파 했었는지 다 잊게 될 거야~” - ‘해열제’중에서
☞ 유튜브 검색창에 ‘유실물보관소’를 검색하고 감상하세요. 항상 볼륨은 크게, 그리고 전곡 감상을 추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