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자연계의 청소부

독수리 Aegypius monachus ; Cinereous Vulture
지구상에 개체수는 4000여마리도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돼
2000년대 초반 많이 관찰됐으나 최근에는 보기가 힘들어져
파란 하늘을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손가락을 펼친 듯이 여섯개의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며 서서히 다가온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 하지만 독수리는 이름에 맞지 않게 사냥을 잘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조류들 중 가장 큰새에 속한다. 너무 덩치가 커서 움직임이 날렵하지 못하다. 실제로 동물들을 사냥하지 못하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자연계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에서의 독수리의 기록은 1968년 성판악인근에서, 1972년 한림읍 금악오름 인근에서 관찰됐다. 이후 기록이 없다가 20여년만인 2002년 11월 16개체가 찾아와 제주의 상공을 선회하며 지내기 시작했으며, 이후 1년 내내 제주도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도래 초기에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최근에는 간혹 1~2개체만이 관찰 되며 점차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모든 야생동물들이 그렇듯이 독수리가 제주에서 관찰되기 위해서는 먹이가 중요하다. 제주의 대표적인 동물인 노루의 개체수가 예전에는 많았으나 최근 중산간 일대의 농작물 피해 때문에 노루의 개체수를 조절하느라 포획하여 안락사 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제주도 당국은 일부농민과 단체의 등쌀에 떠밀려 2013년 7월1일부터 2016년 6월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 포획을 허용했다. 2015년 말까지 단 2년 6개월 만에 공식 발표된 것만도 무려 4597마리가 포획됐다. 밀렵꾼이 설치한 올가미, 들개, 차량사고, 농가가 쳐놓은 그물망 등에 의해 죽은 노루까지 포함할 경우엔 더 많은 숫자의 노루가 생명을 잃었다. 그만큼 독수리들의 먹이 자원이 사라진 것이다.
독수리의 시력은 인간의 시력과 비교할 수 없다. 우리 인간은 1.5의 시력이 대부분이지만 독수리는 5.0의 시력을 가지고 있어 아주 멀리서도 먹이를 구분 할 수가 있다. 후각이 자주 발달되어 있어 수㎞ 떨어진 곳에서 바람에 날려 오는 동물 사체에서 나는 부패되는 냄새를 맡아 먹이를 찾는다.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작은 뼈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대식가 이기도 하다. 하지만 먹이가 없으면 몇날 며칠을 굶기도 한다.
독수리는 폐사된 노루를 먹잇감으로 이용하였으나 이마저도 이제는 여의치 않게 되었다. 중산간 일대의 목장지대에서 먹잇감이 생겨도 까마귀나 까치와의 먹이 경쟁에서도 독수리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에서의 독수리의 먹잇감은 중산간 일대에서 자연사하거나 사고로 죽는 노루나 가축을 먹으면서 제주에서 지내야 하는데 노루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독수리가 지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독수리들은 몽골지역이나 티벳지역에서 번식후 11월경에 도착하여 겨울을 지낸다. 어린새들이 많이 찾아오며 강원도 철원지역과 경북 고성지역에서 대부분 지내다 봄이면 다시 번식지역으로 이동 해 간다. 독수리들이 번식의 성공은 먹이와 비례한다고 한다. 매년 어미독수리 한쌍이 키워내는 새끼는 달랑 1마리다. 대부분의 맹금류의 포란기간은 길기도 하지만 어린 독수리를 날수 있을 때까지의 육추기간도 90일이나 된다. 주번식지인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는 죽은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번식기에 폐사되는 동물이 많으면 독수리의 번식은 성공하겠지만 먹잇감이 없을 때는 번식을 거르기도 한다. 아무리 드넓은 초원이 많은 몽골이지만 독수리들이 둥지를 틀만한 공간이나 지역이 한정돼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맹금류들은 매년 같은 곳에서 둥지를 만들어 번식하는데 새로운 개체들이 둥지터를 빼앗는 경우도 있다. 한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기도 하는 곳이 몽골이다. 겨울에는 온통 얼어붙어 먹이를 찾기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둥지터를 지키기 위해 어른독수리들은 남쪽으로의 이동을 포기하고 기나긴 겨울을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참고 견디며 내년 새끼를 키울 준비도 한다고 한다.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키워내는 새끼독수리는 1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독수리들은 번식도 여의치 않지만 지구상에 살아가지도 힘겨워 지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독수리의 개체수는 4000여마리도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 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243-1호 이며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으로 보호종이다. 이들이 이번 겨울에는 제주를 찾아와 무사히 지내기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