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수 감소로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매 Falco peregrinus ; peregrine falcon
해안도로 개설로 차량과 방문자 많아지면서 서식지 위협받아
높은 해안절벽 등에 허술한 둥지 마련해 바닥에 알 낳고 포란
바람을 가르며, 파란 하늘을 쏜살같이 나는 새가 있다.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매가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매가 날아가는 모습과 사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323-7호. 매가 환상적인 비행솜씨를 자랑하며 제주의 하늘을 날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보호종(種)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만하는 아주 귀한 새이다. 맹금류들 중 매와 수리류는 전 세계적으로 엄격한 규제와 국제협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약 등에 의해 오염된 먹이를 먹음으로써 개체수가 줄어들기도 했으며, 각종 개발에 의한 서식처의 파괴 등으로 더욱 개체 수가 감소되고 있어 자칫하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도 얘기 할 수 있다.
매는 높은 해안절벽이나 섬의 절벽 바위에 허술한 둥지를 마련한다. 제주에서는 간혹 높은 아파트의 베란다에서도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의 산새들은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튼튼하게 만들어 새끼들을 키워 내지만 매는 마땅한 둥지를 만들지 않고 그냥 바닥에 알을 낳고 포란하여 새끼를 키워 낸다.
산새들은 새끼를 금지옥엽과 같이 추울새라 품어주고, 먹여 주며 정성을 쏟아 어린새들을 키원낸다. 하지만 맹금류인 매는 솜털이 나기 시작하고 갓 태어난 새들이 조금만 크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새끼를 품어 주는 법이 거의 없다. 맹금류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강하게 성장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 같기도 하다.
매가 제주 해안가 절벽에서 찬바람 불던 아직 겨울이 가기전인 2월부터 번식을 준비한다. 교미 후 하루에 한 개씩의 알을 낳고 포란을 시작하여 4월 초에 하얀 솜털의 새끼들이 태어난다. 이른 봄에 둥지를 마련하여 매들은 3개월간의 번식이 끝났다.
1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는가 하면 4마리까지 태어난 둥지도 있다. 하지만 새끼가 많다고 무작정 좋아 할 수도 없다. 새끼가 많을수록 부모 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게 된다. 식구가 많아 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더욱 사냥을 열심히 해야만 한다. 4월부터 5월말까지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지내던 산새들이 번식지를 찾아 우리나라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먹이인 새들이 많이 올라오므로 이 시기에 맞춰 매들은 번식을 하는 것이다. 월동지를 떠나 남쪽 먼 곳으로 부터 힘겹게 바다를 건너오던 산새들은 제주섬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쉴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해 제주섬에 도착 할 즈음 매들이 이들을 사냥해 서 어린 새끼들을 키우게 된다.
아비 매는 어린매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엄청난 식성을 갖고 있는 새끼매의 식성에 맞추려고 부지런히 새들을 사냥해온다. 조그만 새들이 매의 발톱아래서 퍼득이는 것을 보거나 팔색조(천연기념물)와 같이 귀한 새들이 잡혀 왔을 때는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안타까움은 말할 수 없다.
아비매가 사냥에 성공하여 털을 뽑아 어미매에게 먹이를 건네준다. 이를 가지고 둥지로가 잘게 잘라 어린새에게 먹여준다. 우리 인간들의 육아법과 비슷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간혹 먹이가 없을 때는 어미매는 아비매에게 먹이를 잡아 오도록 호통을 치기도 한다. 매번 나간다고 먹이를 잡아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바다를 건너오는 새들이 없는 날도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새들이 비행하기에 가장 힘든 날이다. 바람을 이용하여 날개짓을 하다가 힘들면 활공을 하기도 하는데, 바람이 없으면 계속 날개짓을 해야 하니 이들은 바다를 건너다가 힘에 겨워 바다로 추락하는 새들도 있다. 그래서 바람이 없는 날은 먹이를 잡아 올 수도 없다. 적당한 바람이 있는 날은 어린새들이 포식 하는 날이다. 어린새들을 먹이다가 남는 먹잇감들은 둥지 주변 절벽바위틈 곳곳에 숨겨 두었다가 먹이를 잡아 올 수 없는 날에는 꺼내어 어린새들에게 주기도 한다.
제주의 해안은 수많은 해안도로 인해 해안변의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때, 어렵게 번식에 성공한 매들을 보면서 우리로 하여금 제주 해안의 변화가 필요함을 생각해보게 한다. 해안도로 개설로 인해 해안 절벽 위로 차량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해안 도로를 따라 해안경승지 등을 찾으면서 나날이 새들의 번식지가 위협받기도 하며, 번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한번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위해 해야 할 일 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이 자연과의 공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남준 · 핵의학과, 조류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