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내 마음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워 달라”

제주한라병원 2022. 6. 30. 13:18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 마법과 기적 ①

 

파라오 스네푸르는 자잠잉크의 말에 따라 뱃놀이에 나섰는데

한 시녀의 연꽃문양 황금 머리테가 물에 빠지자 노젓기 멈춰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건설한 파라오 쿠푸의 아버지는 파라오 스네프루였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이집트를 평화롭게 다스렸다. 그의 재위 기간 중 이집트는 외적의 침입도 받지 않았고 국내적으로도 특별한 어려움이나 걱정거리가 없었다. 평화의 날이 계속되자 스네프루는 차츰 무료함을 느꼈다.

 

파라오 스네프루는 뭔가 재미있고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 멤피스의 궁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새로운 흥미를 끌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때 스네프루에게 마법사 자잠앙크가 떠올랐다. “나를 즐겁게 하고 새로운 구경거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일 것이다. 얼른 가서 자잠앙크를 데려와라.”

 

왕의 명령을 받은 시종들은 곧 지혜의 집으로 달려가 자잠앙크를 데리고 왔다. 스네프루는 그에게 말했다. “짐은 오늘 궁전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것을 찾아 보았으나 별다른 것이 없었다. 너의 지혜로 내 마음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을 알아 보라.”

 

마법사 자잠앙크가 말했다. “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멤피스 아래로 배를 타고 유람해 보시는 것이 어떠하겠는지요?”

 

“나일 강 유람은 전에도 해 보았으나 별로 즐겁지 않았다.” 스네프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색다르게 유람을 해 보소서. 왕궁에 사는 아리따운 시녀들로 하여금 배를 젓게 하시고 시녀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소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하늘의 새들과 강변의 푸른 초목들을 보시면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라면 과연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파라오는 자잠앙크의 제안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면 그대가 이번 여행을 책임지고 준비하시오. 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대령시키시오.”

 

파라오의 허락을 얻은 자잠앙크가 관리들과 시종들에게 파라오의 이름으로 말했다. “금과 호박금으로 장식된 흑단으로 만든 노를 스무 개 준비하라. 그리고 파라오의 배를 저을 스무 명의 아가씨를 궁궐에서 선발하라. 긴 머리에 몸매가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자라야 한다. 선발된 아가씨들에게는 스무 돈의 금과 은실을 준비하여 몸을 장식할 수 있도록 하라.”

 

모든 것이 준비되자 파라오는 곧 나일 강을 유람하기 위해 배에 올랐다. 멤피스 남쪽으로 유람하는 동안 아름다운 여인들이 서툰 솜씨로 노를 저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니 파라오의 울적한 기분이 사라졌다. 반짝이는 나일 강물에 자맥질하는 새들의 날개짓과 강변에 우거진 푸른 나무와 풀과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니 파라오의 마음은 기쁘기 한량없었다. 마치 오시리스와 함께 지상을 다스리기 위해 돌아오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선미에서 방향키를 잡고 있던 한 시녀가 노의 손잡이를 놓쳤다. 그 과정에서 노가 그녀의 머리를 스치면서 머리에 쓰고 있던 황금으로 만들어진 연꽃문양 머리테도 함께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물에 빠진 머리테를 찾으려 하자 다른 아가씨들도 노를 들어 올리고 부르던 노래를 멈추었다.

 

파라오 스네프루가 물었다. “왜 노를 멈추는 것이냐?”

 

“방향키를 잡은 소녀가 키를 들어 올렸으므로 저희는 계속 노를 저을 수가 없습니다.”

 

스네프루는 머리테를 빠뜨린 소녀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너는 어찌하여 노를 들어 올렸느냐? 내 기분을 망칠 작정이냐?”

 

“아니옵니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제가 그만 파라오께서 제게 주신 황금 머리테를 강에 빠뜨렸나이다.” 소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너에게 다른 머리테를 줄 테니 노를 계속 젓거라. 알았느냐?”

 

그러나 그 소녀는 계속해서 울면서 말했다. “황공하오나 저는 그 머리테가 좋습니다. 다른 것은 원하지 않사옵니다.”

 

시녀가 계속해서 울자 파라오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강 바닥에 빠진 머리테를 찾아 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마법사 자잠앙크가 이 유람을 생각한 사람이니 이 난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