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하얀 눈테안경 착용한 듯…계절따라 깃 색깔 달라

제주한라병원 2022. 6. 3. 14:18

 

 학도요 Spotted Redshank : Tringa erythropus

 

얕은 물가에 사는 도요물떼새 중 학처럼 다리가 길어 명명

다른 새와 달리 암컷은 알을 낳고 떠나버리고 수컷이 포란

 

 

많은 조류의 이름을 붙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부리를 물속을 저으며 먹이를 잡는다 하여 저어새, 부리가 위쪽으로 휘어져 있다고 하여 뒷부리 도요, 긴 다리를 자랑하듯 물속을 성큼성큼 다니며 먹이를 찾는 장다리 물떼새, 부리가 넓적하여 넓적부리오리 등 새들의 형태나 습성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

학도요(鶴-도요)라는 새가 있다. 겨울철이면 우리나라 중북부지방에는 장수의 상징인 두루미(학,鶴)이 방문한다. 긴 목과 긴다리를 가진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새다. 도요물떼새들은 대부분 얕은 물가에서 서식한다. 많은 도요물떼새들 중에 다리가 길어 흡사 학(鶴)을 닮았다 하여 학도요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학도요는 도요과의 새로 겨울철에는 등은 잿빛을 띄는 갈색, 아래쪽은 흰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오렌지색으로 다른 도요새들과 비교하면 크게 특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여름에는 아주 의외의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몸 전체가 아주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검은 정장을 입고 우아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눈 주변에 하얀 눈테의 안경을 착용한 것 같은 특징이지만 겨울철의 깃과 너무 틀려 다른 새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새이다.

필자도 오랜 전에 도요물떼새들을 관찰 할 때 자주 개체를 혼동하기도 한 새가 바로 학도요다. 제주에서 도요 물떼새 관찰은 봄과 가을에 이동하는 시기에 볼 수 있다. 지금 올라오는 도요새들은 여름깃을 하고 화려하게 우리 제주를 지나가고 있다. 번식을 마치고 9월이면 이동을 시작하여 남반구로 이동 중에 제주를 다시 찾는다. 하지만 이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려 했던 모습은 없고 전체적으로 회갈색과 배부분은 흰색으로 바뀌어 다른 도요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새들이 같이 내려오게 되니 개체 구분이 쉽지 않던 초창기 초보 탐조인 시절에는 봄에 봤던 새들의 모습이 가을이면 전혀 다른 새로 보이기도 했다. 아마 도요새를 구분 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생각 된다.

우리나라에서 관찰이 가능한 새의 종류는 550여종, 그 중 제주에서는 417여종(2017년 제주야생동물도감)의 관찰 기록이 있다. 수많은 새들의 대부분이 겨울철에는 수수함을 띄지만 여름철이 되면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깃털의 색깔이 화려한 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수컷들의 색깔이 더욱 화려하게 된다.

 

여름은 번식하는 계절이다.

 

한정된 장소에서 자기짝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주변에 많은 경쟁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둥지 장소와 먹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개체들이 번식준비를 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는 것이 번식의 성공 여부를 가늠 할 수 있다. 2세를 얻기 위한 암컷 쟁탈전이 봄이 다가오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수하던 겨울깃이 점차 변하여 자기들만의 독특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 입는 것이다. 수많은 수컷들이 자기만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며 자기의 존재를 알려 암컷을 유혹 하려는 것이다.

반면 암컷들은 대부분 수수한 색을 유지한다. 번식을 위해 둥지를 틀고, 포란을 하고 새끼 새들을 육추하는 동안 천적들로 하여금 안전을 위해서이다. 수컷과 같이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둥지에 앉아 있으면 그만큼 천척이나 다른 위험 인자들에게 쉽게 눈에 띄게 되기 때문이다. 위장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사히 2세들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자연을 살아가는 경험에서 터득한 방법인 것이다. 학도요의 번식특징은 암컷이 포란 및 육추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암컷이 포란하며 수컷과 같이 육추를 담당한다. 학도요는 자기를 유혹하는 많은 수컷들중에 선택하여 알을 낳아준 후 둥지를 떠나면 숫컷이 포란과 육추를 담당한다.

 

여름깃을 가진 학도요

 

 

겨울깃을 가진 학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