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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여동생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하자…

제주한라병원 2022. 3. 11. 13:44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 위대한 라 신이 준 미녀 ①

 

람세스 2세, 히타이트족을 정벌하는 등 방대한 제국 만들어

영토 순시하던 중 베크텐 공주의 미모에 반해 왕비로 삼아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선망은 인간의 삶 속에 면면히 녹아 흐른다. 이집트 파라오 중에서도 번영과 장수로 유명한 람세스 2세 시절에 있었던 미녀 이야기를 살펴보자.

 

람세스 2세 재위기간 중에 이집트는 서쪽으로는 리비아, 동쪽으로는 페르시아, 북쪽으로는 히타이트, 남쪽으로는 바빌론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를 통치하게 되었다. 파라오에 즉위한 지 5년 만에 람세스 2세는 유명한 카데시 전투에서 히타이트 족을 섬멸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 후 62년간 지속된 재위 기간 동안 그는 방대한 제국을 매년 순시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주변의 왕들과 귀족들은 그에 대한 충성과 복종의 표시로 갖가지 진귀한 선물을 그에게 가져오곤 했다.

 

어느 해 그가 메소포타미아의 거대 도시 바빌론(이집트인들은 네헤른이라고 불렀다)을 순시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인근에서 많은 왕들과 왕자들이 그를 알현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들은 마치 누가 더 값진 선물을 가져오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금은 세공품, 터키석, 향로 등 갖가지 선물들을 대왕에게 바쳤다.

 

그런데 베크텐에서 온 왕은 다른 이들이 일반적으로 가져오는 보석이나 향수 같은 것이 아니라 뜻밖에 자신의 큰 딸을 데리고 왔다. 람세스 2세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그는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온 세상을 다스리는 파라오시여. 저는 대왕께 저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선물로 바치려고 합니다. 바로 저의 딸입니다.”고 말했다.

 

람세스 2세가 베크텐 왕의 옆에 서있는 아가씨를 바라보니 과연 세상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추야자 나무처럼 날렵한 몸매, 눈처럼 흰 얼굴, 별처럼 빛나는 두 눈, 흑단처럼 검고 윤기있는 머릿결…. 누구든지 보기만 하면 단번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미모였다.

 

“베크텐의 왕이여. 그대의 선물은 어느 왕, 어느 왕자가 가져온 선물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오.” 람세스는 베크텐의 왕에게 감사를 표한 후 서기에게 말했다. “듣거라! 지금부터 이 아가씨의 이름을 ‘위대한 라 신이 준 미녀’라는 뜻으로 ‘네페루 라’라고 부르겠노라. 나는 그녀를 나의 아내로 삼을 것이니 이를 만방에 알리도록 하라. 지금부터 네페루 라의 이름을 카르투쉬(왕의 이름을 두른 타원형의 고리) 안에 넣도록 하고, 아부심벨에 건설중인 신전에도 내 이름과 함께 새기도록 하라.”

 

람세스 2세는 네페루 라와 함께 이집트로 돌아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파라오에게 어떤 보석보다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몇 년이 흘러 재위 15년째가 되던 해에 람세스 2세는 테베의 아몬 라 축제를 주관했다. 이 축제의 절정은 사제들이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라의 신성한 범선을 카르나크 신전에서 룩소르 신전까지 메고 나르는 행사였다. 일년 중 이날 하루 동안만 공개되는 아몬 라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나일 강 위에는 횃불을 밝힌 수많은 배들이 여기저기 떠 있어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축제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한 시종이 왕비와 대왕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고했다. “파라오시여, 지금 베크텐의 왕으로부터 사신이 당도하여 위대한 네페루 라 왕비님께 선물을 바치겠다고 하옵니다.”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라.” 람세스 2세가 명령을 내리자 잠시 후 사신이 들어와 땅에 입을 맞추며 머리를 조아렸다. 왕비에게 가져온 선물을 바치며 사신이 말했다. “파라오시여, 저는 당신의 신하, 베크텐의 왕의 명령을 받고 어려운 부탁을 하기 위해 왔나이다. 다름이 아니오라 고귀하신 네페루 라 왕비님의 여동생, 벤트레쉬트 공주께서 이상한 병에 걸렸는데 네헤른 지방의 어떤 현자도 병을 치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병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릅니다. 저의 주인이신 베크텐의 왕께서는 이집트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마법사가 많으니 공주님의 병을 고칠 마법사를 청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켐의 마법사들을 능가할 사람은 다른 나라에는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람세스 2세는 사신의 말을 듣고 곧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지혜의 집(일종의 문서보관소)에 가서 가장 학식이 현명한 서기들을 이리로 데려오라. 더불어 감추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현명한 마법사들도 함께 데리고 오라.”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