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흙을 건축재료로 다뤄보려고 실험중”
[나는 제주건축가다] <1> 아뜰리에11건축사사무소 박현모
코로나19 영향으로 삶의 방식 바뀌고 공유 개념도 생길 듯
도시 건축물이 수시로 용도 변할 경우 생동력 가질 수 있어
올해부터는 제주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 우선 제주도내 젊은 건축가들이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제주도내 인터넷신문인 ‘미디어제주’를 통해 연재되었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 여기에 게재한다. [필자 주]
- 건축가 박현모는...
그가 손에 쥔 책은 정말 너덜너덜하다. 얼마나 손에 쥐고 봤을까. 얼마나 숱하게 페이지를 넘겼을까.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이다. 늘 책상 옆에 놓고 읽는다. 나약해질 때,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책을 걷는다. 안도의 자서전은 그에게 정신적 스승이다.
건축가는 많이 봐야 한다. 짬이 나면 여행을 한다. 르 꼬르뷔지에가 남긴 작품을 만났고, 루이스 칸의 흔적도 봤다. 여행은 건축적 영감을 제공한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은 그의 사무실(아뜰리에 11)은 루이스 칸의 작품을 보는 느낌도 준다. 알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은 숱한 건축상을 그에게 안겼다. 건축사무소 이름에 들어간 숫자 ‘11’(일일로 읽음)은 혼자 설 수 없는 건축의 느낌도 있지만, 실제로는 편안한 가을을 뜻하는 11월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가을은 모든 걸 벗을 준비를 하지만, 사람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를 한다. 그는 또 다른 준비를 한다. 아뜰리에 11을 다른 이들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꿈을.
- 고향 용수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용수리는 한경면 끝단이어서 개발이 덜 되었다. 용수리는 특이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다에 인접해 있고, 바다엔 차귀도와 와도가 있고, 당산봉도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 논농사를 하는 지역이었다. 저수지도 있고, 평야도 있다. 제주도의 많은 걸 지리적으로 다룰 특성이 있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절부암이 있다. 매년 3월 14일 제를 지낸다. 김대건 신부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 용수리는 제주도내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옛 모습이 지켜지고 차량통행도 덜하다. 물론 개인적인 기억에 남아 있는 용수리는 변했지만.
용수리가 그나마 보존됐던 건 마을 어르신들의 역할이 컸다. 마을 어르신들은 큰 길이 들어오는 걸 경계했다. 일주도로가 여길 들어오질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 타 지역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버스 정류장까지 20~30분 걸어야 했다. 어르신들이 마을 안쪽으로 일주도로가 들어오는 걸 반대했고, 때문에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결론적으로 마을 원형은 지키게 됐다.
- 제주도가 가진 땅의 가치는 뭘까.
건축물의 형태나 공간적인 측면에서 지역을 어떻게 풀어갈까에 고민을 하면서 사옥 일부에 적용했던 게 있고, 건축재료에 대한 부분도 생각했으면 한다. 재료에 대한 생각은 1차원적으로 보이지만 요즘에 맞는 기술력으로 새롭게 해석해보고 있다.
제주도의 흙은 63가지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다르고, 그러기에 여러 작물도 분포한다. 제주의 흙을 돌이라는 재료와 엮었을 때 어떤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석은 많이 하고 있지만 제주흙을 다루는 건 보질 못했다.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의 건축 중에 돌과 나무로 실험했던 파빌리온이 있다. 그 미술관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런 것도 영향을 미쳤다.
- 지역성에 대해 더 추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을 논하기 전에 주변 크기와 맞추면서 갈 때 지역성으로 반영이 되지 않을까. 그에 대한 수법은 건축가마다 다르겠지만.
-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토양이나 풍토가 원래부터 다르다. 그러기에 건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서울 근교의 신도시에 보는 건축물이 많이 보인다. 그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도시 지역과 도시 지역 외곽으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도시 지역은 그런 영향이 더 크다. 지구단위 계획을 통해서 땅이 구획되는데, 지구단위 모범 사례 등을 신도시에서 가져와서 법규를 적용하고 지침서를 만들다 보니 비슷해진다. 도시 외곽은 가이드라인보다는 바다를 바라보는 뷰 등 그런 게 강조된다.
- 도시는 바뀌게 마련이다. 제주의 도시도 바뀔텐데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19 영향으로 삶의 방식은 바뀌고 있다. 공유에 대한 개념도 생기리라 본다. 도시에 있는 건축물은 용도가 딱히 정해지기보다는 시간 등에 따라 변했으면 한다.
사무실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건물 파사드를 통해 실험을 해보곤 했는데, 건물이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변화가 되길 기대한다. 건물이 미술관이 되기도 하고,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설계사무소의 공간은 설계사무소이기도 하지만 미술작가들의 전시가 있는 장소도 되고, 주말엔 일반인들이 와서 쓰는 등 사무실을 다른 사람이 쓰는 그런 형태의 변화는 곧 도시의 생동력이다.
- 건축은 잘 모르지만 건축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갤러리가 있으면 좋겠다. 모형도 전시하고, 사진도 전시하고, 일반 도시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의 삶도 전시하고.
지하와 1층은 비어 있다. 사무실에서 전시를 하며 가능성을 봤다. 1층 정도는 개방을 해서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게 만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의 젊은 건축가들이 기획을 하면 상설전시를 할 수도 있고, 많은 이들에게 건축을 접할 기회도 줄 수 있다.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