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닭과 전혀 다른 종이지만 먹이활동 습성 비슷해

제주한라병원 2021. 12. 27. 14:56

비가 내리는 날 먹이를 찾고 있다

 

물닭 Eurasian Coot ( Fulica atra )

 

여름 철새이지만 점점 텃새화 되어가 겨울에도 관찰

맹금류 나타나면 한순간에 무리 지어 한쪽으로 이동

 

제법 찬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리고 있다. 철새도래지에도 어김없이 많은 새들이 찾아 왔다. 하지만 AI경계경보 때문에 철새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출입이 없어져서 새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여유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철새도래지를 찾은 많은 물새들 중에 유독 온몸이 까만 새들이 있다. 마치 오골계(뼈까지 검은색의 닭)와 흡사하기도 한 물닭이 있다. 닭도 아닌 것이 닭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마 여러분도 자세히 습성을 보시면 닭이 맞다고 할 것이다. 물닭은 몸 전체가 검은색이라서 멀리서도 쉽게 분간 할 수가 있다. 뜸부기과에 속한 새로 실제로는 닭과는 분류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이다. 하지만 철새도래지나 습지에서 물 밖으로 올라와서 먹이를 찾을 때의 습성이 닭과 아주 비슷하다. 마치 닭이 모이를 먹을 때는 모이를 콕콕 찍으면서 먹이를 먹는데 물닭도 이와 같이 물 밖에서의 행동이 닭과 똑같아서 물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물닭과 아주 비슷한 쇠물닭이라는 새가 있다. 몸의 크기가 물닭보다 조금 작고 새까만 색이지만 물닭과 다르게 이마가 붉은색을 하고 있다. 쇠물닭은 여름에 찾아오는 새이지만 점점 텃새화 되어가고 있어 간혹 겨울철에도 불 수 있다. 이마 부분이 하얀색이냐 붉은 색이냐에 따라 물닭과 쇠물닭을 구분한다. 물위를 수영하기도 하고 연꽃이나 수초위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기도 한다. 물닭은 온몸이 까만색이며, 부리와 이마판(Frontal Shield)이 흰색으로 뚜렷하다. 그리고 발가락 구조가 오리들과 같이 물갈퀴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각 발가락 양쪽으로 피부가 튀어나와 있는데 이를 ‘판족’이라고 한다.

판족(板足, Lobate)이란 물갈퀴처럼 발가락 전체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각각의 발가락에 독립된 막을 가진 발을 말하는데 논병아리도 똑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헤엄칠 때는 판족이 배를 젓는 노와 같은 역할을 하고 물에서 발을 뒤로 움직일 때는 물같퀴가 벌어져 힘을 받게 되어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반대로 발을 앞으로 움직일 때는 닫히게 되어 쉽게 발을 앞으로 옮길 수 있으며 이 두 행동을 반복하여 앞으로 이동 한다.

새까만 몸에 하얀 분칠을 얼굴에 한 물닭들이 평온한 모습으로 물가에서 먹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먹이를 찾을 때나 쉴 때도 이들은 무리를 지어 지낸다. 철새도래지에서는 대부분의 철새들은 수면 위를 여유롭게 쉬면서 먹이를 찾다가 맹금류인 매나 참매가 나타나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냅다 날아올라 몸을 피하는 방법을 쓴다. 간혹 새를 잡아먹지 않는 물수리가 나타나도 호들갑을 떨며 피하기도 한다. 물수리는 하늘에 떠서 정지 비행을 하다가 물고기가 보이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먹이를 잡는 새다.

오리류들은 천적이 나타나 공격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을 간다. 수면위에 있다가 날아오를 때 발을 뻗으면서 올라간다. 이때 발가락을 펴서 물을 박차고 오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발로 날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물닭은 다른 새들과는 달리 바로 날수가 없다. 몸의 크기에 비해 날개가 작은 영향이 있지만 발의 모양이 오리류와 조금 틀리다. 판족이라는 발을 가진 물닭은 천적(맹금류)이 나타나도 한 번에 날아오를 수가 없다.

물닭이 날아오르려면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활주하여 이륙하듯이 물위를 달리기 시작하여 가속도를 얻은 후 날아오를 수 있다. 맹금류들의 공격에 취약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새들보다 맹금류의 먹이가 되기 쉽다. 그래도 이 물닭들은 나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 하였다. 맹금류가 나타나면 흩어져 있던 무리가 한순간에 무리를 지어 한쪽으로 이동을 한다. 어떤 녀석은 놀래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친구도 있고 한데 몰려 들어서 물위를 뛰기 시작한다. 맹금류로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쳐 보지만 이 또한 쉽게 도망 칠 수는 없어서 먹이가 되기 쉽상이다.

물 위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재미있는 행동을 찾아 볼 수 있다. 오리류 무리 속에서 물닭들이 여러 그룹별로 모여서 쉬거나 먹이를 찾는다. 이때 머리를 앞뒤로 끄덕 끄덕 하며 흔들면서 수영을 한다. 마치 땅에서 닭이 걸으면서 머리를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물닭은 잠수에도 능하다. 잠수성 오리들은 헤엄을 치다가 먹이를 찾기 위해 곧바로 물속으로 들어가지만 물닭은 조금 다르다. 잠수를 하기 전에 몸 전체를 치켜들면서 조금 뛰어오르듯 하다가 순식간에 잠수를 하여 물풀이나 수서곤충을 찾아 먹는다.

 

 

맹금류에 놀라서 피하고 있는 물닭과 오리들
몸 크기에 비해 날개가 작아 보인다.
물닭의 발가락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