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간신히 되살아난 바타는 복수를 다짐하고

제주한라병원 2021. 12. 7. 13:39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 두 형제를 배신한 부인들 ⑥ -

 

왕비가 된 바타의 아내는 황소를 잡아 먹어버리고

황소를 죽인 자리에는 밤새 큰 나무 두그루 자라나 

 

3년 동안을 찾아 헤맨 동생 바투의 영혼을 끝내 찾지 못해 포기하고 이집트로 돌아가려던 바로 그날, 안푸는 자신 옷 소매에 묻어온 작은 씨앗에 바타의 영혼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푸는 얼른 씨앗을 들어 차가운 물쟁반에 올려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씨앗이 물을 흡수하자 죽은 듯 꼼짝을 하지 않던 바타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눈을 뜨고는 형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안푸가 동생의 입에 씨앗이 담긴 쟁반을 대 주니 물과 함께 씨앗을 삼켰다. 그러자 바타의 힘이 다시 돌아왔다.

바타는 형을 꼭 껴안은 다음 말했다.

“아내가 나에게 이런 악독한 짓을 할 줄은 정말 몰랐어. 형! 나는 내일 당장 그녀를 찾아 나서겠어. 그녀가 한 행동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겠어. 그러기 위해서 내가 황소로 변할 테니까 형이 나를 타고 이집트 궁전 앞에까지만 안내해 줘. 그 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다음 날 안푸는 황소로 변한 동생을 타고 이집트를 향해 길을 떠났다. 밝은 하늘 색 점과 누런 황금빛이 예사롭지 않은 훌륭한 소였다. 황소를 타고 이집트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소에 대해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소가 있다니…….”

“이 소는 분명 신들이 만든 소임에 틀림없어.”

“아냐, 혹시 신이 변한 것일 수 있어.”

안푸가 황소를 타고 파라오 궁전의 문 앞에 이르자, 파라오가 이 놀라운 소를 보았다. 파라오는 안푸에게 많은 금화를 주고 그 소를 샀다. 형 안푸는 곧 고향으로 돌아갔고 파라오는 황소를 궁전의 넓은 뜰에 매어 놓았다.

황소는 온순했고 장난을 좋아했다. 황소는 곧 파라오의 사랑을 받아 궁전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되었다. 황소가 된 바타는 자신의 아내를 찾아 궁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궁전의 안뜰에는 왕비가 된 아내가 보였다. 그녀 역시 늠름하고 힘세게 생긴 황소를 보고 등을 쓰다. 듬어 보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황소가 말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느냐? 나를 보아라. 나는 이렇게 살아 있다.” 왕비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면서 물었다.

“너는 누구냐?”

“나를 모른단 말이냐? 바로 네가 죽이려 했던 너의 남편 바타다.” 왕비는 두려움에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정신없이 자신의 방으로 달아나 숨을 죽였다.

그날 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옷과 보석으로 장식한 후 파라오를 맞이했다. 파라오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겼을 때 그녀가 물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나요?”

“물론이오, 왕비”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줄 수 있겠죠?”

“그럼, 뭐든지 들어주지.”

“그걸 신 앞에서 맹세하실 수 있어요?”

“물론이오. 신 앞에서 맹세하리다. 말만 하시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왕비는 이때다 생각하고 파라오에게 부탁했다.

“원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저 요즘에 통 식욕이 없는 것 아시죠? 저 황금빛 나는 황소의 간을 아침식사 때 먹고 싶어요.”

파라오는 황소를 몹시 아끼고 있었으므로 예상치 않은 왕비의 부탁을 듣고 마음이 어두워졌다.

“왕비! 당신이 원한다면 황소를 100마리, 아니 1000마리라도 줄 수 있소. 그런데 꼭 저 황소라야만 하겠소?”

“그래요, 그 황소가 아니면 나는 싫어요. 꼭 그 황소라야만 해요.”파라오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일단 약속을 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파라오는 황소로 변한 바타를 도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죽은 황소의 간이 요리되어 식사로 제공되자 왕비는 황소 간 요리를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 치웠다.

한편, 황소의 목을 벨 때 두 방울의 피가 궁전 문 앞으로 튀었는데 그 피가 떨어진 자리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자라났다. 이 이상한 나무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나무에 과일과 포도주를 제물로 가져다 바치기 시작했다.(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