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우리나라 거쳐 북반구로 옮겨가
세가락도요 Sanderling (Calidris alba )
봄이 되면 우리나라 거쳐 북반구로 옮겨가
우리나라 서해안과 제주해안가에서 쉬면서 힘 비축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비행 모습을 본다면 감탄사
조용히 파도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있는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비행군단의 모습이 관심을 끈다. 하얀 비행 물체가 어느 순간 검은무리로 변하고 또다시 하얀 비행체로 바뀐다. 빛을 받은 하얀색이 유난히 눈에 돋보인다. 마치 카드 색션을 하듯이 현란하게 색상이 바뀌고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도요새는 장거리비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흑꼬리도요 한 마리가 북반구 알래스카에서 남반구 뉴질랜드까지 11,500㎞를 쉬지 않고 1주일 만에 날아간 것이 위성추적신호를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이 새는 다른 물새처럼 중간에 쉬거나 먹지도 않고 오로지 날갯짓만 계속해 단숨에 남쪽바다로 날아갔다. 이렇게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목적은 짝을 찾아 새끼를 낳는 것이라고 한다.
도요새들은 봄이 되면 우리나라를 거쳐 북반구로 이동한다. 여름철에 번식을 하고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10월이 되면 남반구로 내려가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광활한 갯벌과 제주의 해안가에서 쉬며 먹이를 잡아먹고 힘을 비축하여 남반구로 내려간다.
사실 이 도요물떼새들이 가장 높이 날지는 않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도 8200m 상공을 날아오르는 유럽 고니일종이라 하기도 하며, 이들과 같이 두루미도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갈 때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다고 하니 8000m 이상 올라간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높이 나는 새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는 루펠 대머리수리(Gyps rueppelli)인데, 1973년 11월 29일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Cote d'lvoire) 아비장(Abidjan) 상공 1만1300m 높이에서 민간항공기와 충돌했다고 휘태커 연감(Whitaker's Almanac)은 말하고 있다. 공기도 희박하고 기온도 상상하기보다 추운, 그 높은 곳을 어떻게 비행해서 올라가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도요새들은 매번 제주의 해안을 찾는다. 발가락이 세 개여서 세가락도요는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서 먹이를 찾는다. 파도가 흰 포말을 일으키는 물과 뭍의 경계가 그곳이다. 물결을 따라 정신없이 모래밭을 달리는 것은 바닷가 모래 속에 숨어있는 무척추동물이 도요새의 먹이다. 이 무척추동물은 파도가 밀려오면 구멍 위쪽으로 올라와 물결에 실려 온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조각을 먹고,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모래 깊숙이 숨는다. 세가락도요가 노리는 건 이들이 모래 깊숙이 들어가기 직전의 순간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경계선을 향해 도요새들이 돌진하는 까닭이다.
세가락도요 무리는 정신없이 먹다가도 물결 따라 뛰어다니며 파도에 놀라거나 사람들이 다가오면 무리지어 날아올라 집단비행을 시작한다. 수면에 닿을 듯이 낮게 날며 카드섹션을 보여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가락도요의 비행 모습을 본다면 그저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세가락도요는 이렇게 무리지어 남쪽으로 힘들게 여행을 하고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이다.
세가락도요는 부리와 다리가 검은색이다. 크기는 약 20cm 정도이고 여름에는 머리, 등, 가슴이 붉은색을 띄다가 겨울에는 밝은 회색으로 바뀐다. 가장 큰 특징은 새의 이름에서와 같이 발가락이 앞쪽으로 나온 세 개뿐이란 것이다. 다른 새들은 몸 뒤쪽으로 향한 발가락이 한 개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