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걸렸던 머리카락은 파라오에게 다다르고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 두 형제를 배신한 부인들 ④ -
분노가 폭발한 안푸는 집에 돌아와 아내를 칼로 내리쳐
외롭게 지내던 바타는 9신의 도움으로 예쁜 여인과 결혼
하토르 신은 바타의 아내가 단명할 것이라고 예언하는데
형수의 모함으로 억울한 누명을 쓸 뻔한 동생이 비틀거리며 먼발치로 사라지는 것을 본 안푸는 무거운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안푸는 아내를 보자 배신감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남편이 동생을 죽이고 돌아온 것으로 착각한 아내는 안푸를 보자마자 물었다. “여보, 바타는 어떻게 되었어요? 죽이셨죠? 정말 잘하신 거예요.” 아내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가 폭발한 안푸는 아내를 노려보다가 바타를 죽이기 위해 들었던 칼로 아내를 내리쳤다. 그리고 그 주검을 개들의 먹이로 던져 주었다.
형과 헤어진 바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지방을 향해 떠났다. 아카시아 계곡이 있는 지방은 바다에 인접하여 날씨가 따뜻한 곳이었다. 바타는 낮에는 사냥을 하고 밤에는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꽃이 만발한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바타는 아픈 상처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원기를 회복한 바타는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멋있는 통나무 집을 지었다. 그리고 형과 약속한 대로 자신의 영혼을 꽃이 만발한 아카시아 줄기에 감춰 놓았다.
어느 날, 이집트의 9신들이 땅을 조사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아카시아 계곡을 지나게 되었다. 신들은 바타가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것을 보고 물었다.
“바타야, 너의 형수는 형의 손에 죽었다. 이제 너를 괴롭힐 사람도 없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 너의 형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9신들은 혼자 사는 바타를 위해 아내를 구해 주기로 작정했다.
“바타를 위해 신부를 만들어라.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말이야.” 태양신 라의 명령을 받은 크눔 신은 진흙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모형을 만든 다음 코를 통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랬더니 아름다운 여인이 탄생했다.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로다.”
“지금까지 만든 어떤 여인보다 더 아름답군요.”
“바타에게 너무 과분한 아내가 아닐까요?”
신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한 후 여자를 남겨놓고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그런데 자기들이 만든 여자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신들이 한 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지 못한 것이었다. 신들이 간 후 하토르 신이 와서 그녀를 바라보더니 운명을 말해 주고 사라졌다.
“너는 분명히 단명할 것이다.”
바타는 그녀를 아내로 삼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나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내는 누구라도 탐낼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타는 매일 외출을 하면서 아내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가 밖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동안 당신은 절대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오. 만일 바다가 당신을 보기라도 한다면 당신을 휩쓸어 갈 거요. 바다의 신으로부터 당신을 구해 줄 수는 없소. 그 앞에서 나는 당신과 같이 무력한 존재일 뿐이니까.”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던 바타는 아내에게 자신의 비밀도 말해 주었다.
“나는 영혼을 아카시아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숨겨 놓았다오.”
처음 며칠 동안 바타의 아내는 그가 시킨 대로 밖으로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지냈다. 그러나 집안에서의 생활이 답답하다고 느낀 그녀는 밖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바타가 사냥을 나간 후 그녀는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왔다. 큰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서 있는 그녀를 본 바다는 그녀를 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바타의 아내는 깜짝 놀라 집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거대한 아카시아의 줄기 가운데 하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다. 바다가 소리쳤다.
“나를 위해 조금만 더 그녀를 잡고 있어 다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의 아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타의 아내는 자기 몸에 걸린 아카시아 줄기를 풀고 다시 달아났다. 성난 파도가 금방이라도 그녀를 삼킬 듯이 쫓아왔으나 그녀는 가까스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큰 아카시아 나무의 줄기에는 그녀가 남긴 한 움큼의 아름다운 머리칼이 남아 있게 되었다. 그녀를 놓친 큰 파도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의 머리칼을 휩쓸고 돌아갔다.
파도에 휩쓸린 그녀의 머리칼은 바다 위에서 떠다니다가 이집트의 해변까지 흘러갔다. 나일 강을 따라 다시 내륙으로 흘러간 머리칼은 파라오의 궁전 앞에 도착했다. 머리칼은 마침 궁전 앞에서 빨래를 하던 시녀들의 빨랫감에 붙었다. 하지만 시녀들은 파라오의 부드러운 겉옷 소매에 그녀의 머리칼이 붙은 것을 보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