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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인프라 & 코로나유행 최소화 시스템 구축돼야

제주한라병원 2021. 8. 27. 16:29

‘With 코로나’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 VS 시기상조 주장 대립

 - ‘치명률 낮아져 백신접종을 마치면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다’ 전망

 - 감염력 강한 델타변이 나타나 ‘70% 접종=집단면역’ 무의미 입장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란 용어가 공론화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코로나 일상’이란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수 대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지표를 관리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당연히 방역 단계 완화가 뒤따른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첨예하게 맞선다. 더욱이 중앙정부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진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백신 접종으로 인해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이 크게 내려간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듯이 해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5%를 넘나들던 국내 치명률은 최근 0.1~0.2%대로 낮아졌다. 백신 효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근거로 중환자 관리를 잘 하면 매일 확진자가 지난해 평균(180명)의 16배인 3000명이 나와도 사망자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중환자 치료와 사망자 축소 중심의 지속가능한 방역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오는 10월이면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가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가능하더라도 감염력이 2.5배 강한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70% 접종=집단면역’이란 공식도 이제는 무의미 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전염병학회를 인용, “델타 변이로 집단면역을 위한 인구 조건이 80% 이상 90% 가깝게 높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어 “집단면역은 환상”이라며 100년 넘게 인류 곁에 머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이스라엘 등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자 부스터샷(3차접종)을 준비하는 것 또한 이제는 백신으로 코로나 감염 자체를 막기보다는 ‘위중증·사망률’을 낮추는 쪽으로 방역의 틀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먼저 시작했다. 이들 나라는 올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집단면역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달 당시 싱가포르 정부 태스크포스는 위드 코로나 선언과 관련해 "장장 18개월 동안 이어진 대유행으로 주민들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지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19와 함께라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들어서는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척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델타변이 급증에도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치명률 감소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면역 달성 불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효과에 비해 사회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자원을 중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이 모델을 국내 상황에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하루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마당에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완화하면 전체 확진자 발생 규모와 이에 따른 위중증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방역 규제를 푼 영국의 경우 최근 하루 2만명이 훨씬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를 들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의료대응체계로는 급증한 위중증 환자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중앙정부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을 신속히 추진하면서 당면한 4차유행을 이겨내기 위한 방역대책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 상반된 두 목소리 모두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함에도 불구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지 않음에 따라 제기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갈 경우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위중증 환자 관리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렇다고 자영업자 등의 고통과 국민의 피로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방역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델타 변이로 상황이 달라졌으니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방역 체제를 바꿔 코로나와 공존하자는 ‘위드 코로나’. 오히려 방역 강화에도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니 방역 체계를 현행보다 더 강화하자는 주장.

어느 쪽 논리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의 치명률(1%선)이 독감(0.1% 내외) 보다 10배 가량 높은 것은 분명하다. 아직까지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를 테면 효과적인 백신접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나 의료체계 내에서 코로나 유행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와 사회적 시스템 완비 등 말이다.

집단면역 조기 실현 또한 그 중의 하나일 터다. 집단면역은 백신접종을 통해 환자수가 일정하게 나오게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2000만명 정도가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데 유행기간에도 거리두기는 하지 않는다. 확진자는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 치료제가 있지만 매년 독감으로 1500~3000명 정도가 사망한다.

집단면역은 그 정도 수준을 만들려는 것이다. 어쨌거나 코로나 이전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