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피워내는 뿌리와 줄기, 잎사귀들
웃음꽃 피워내는 뿌리와 줄기, 잎사귀들
농학과 재학 시절, 원예과 교수님이 ‘무슨 꽃이 제일 예쁘냐’고 물으셨을 때. 웃음꽃이라고 외쳤다가 핀잔을 들었던 소소한 기억이 난다. 물론, 번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천에 널린 그깟 꽃들이 제아무리 뽐내 봐야, 환하게 웃는 누군가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꽃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늘상 생각해왔다.
우리는 사실 정말 수많은 이유로 웃지만, 잃었던 건강을 되찾았을 때의 행복과 편안함에 한껏 짓게 되는 웃음만큼 환한 웃음꽃은 없을 것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이곳 한라병원을 찾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분주히 움직인다.
지하와 1층, 이 거대한 공동체의 뿌리에선 꽃잎까지 보내줄 수분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다. 환자의 옷가지를 세탁하고, 식사와 약을 준비하고, 시설을 정비하고, 행정적 처리를 하는 등 모든 것들이 이 유기체가 성공적으로 개화하기 위한 양식들이 된다. 뿌리에서 이토록 애쓰는 동안 줄기 역시 쉬지 않는다. 뿌리의 산물을 운반하고, 유기체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며, 꽃에게 해로운 것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이 순간에도 많은 직원분들께서는 철저히 병원 모든 시스템과 현장을 살피고, 또 뛰어다니고 계신다.
이렇게 줄기를 타고 올라가 다다르면, 비로소 이 모든 노력들을 활용해 광합성으로 꽃을 피워내는 잎사귀를 만날 수 있다. 병동에서 환자와 직접 대면하며 수많은 의료 물자와 지식으로 그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현장 내 의료 인력들 덕분에 우리는 마침내 쾌유한 환자의 얼굴에서 웃음꽃을 피워내는 일에 성공한다. 거대한 유기체 안의 수많은 요소들이 아주 멋지게 협력한 셈이다.
아마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하나의 양분이나 환경만으로 멋진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웃음꽃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직원들이 뿌리에서, 줄기에서, 또 잎사귀 곳곳에서 고심하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면, 우리들 서로 조금 더 존중하게 되고 그 꽃 역시 더욱 화사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면 아마도 ‘병원에서 일한다,’ 라고 할 것이다. 물론 당신이 아주 보람차고 기분이 좋았던 날이라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일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다.
<허정빈 약제과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