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문 철새로 제주에선 2007년 처음 관찰
큰부리도요(Limnodromus semipalmatus)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다. 매년 봄과 가을에 수천㎞를 비행해 이동하는 철새들을 보면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하지만 이 철새들의 신비한 여행을 하는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새들은 지구의 자기장을 인식하여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먹이와 기후에 따라 이동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이유 외에는 정작 밝혀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이동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새들도 있다. 때문에 연구자들에게는 아직도 다양한 연구거리가 남아 있다.
매년 봄과 가을에 많은 종류의 새들이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제주 해안을 비롯해 서해안의 갯벌에는 수많은 종류의 도요새들이 수천마리가 무리지어 한창 먹이를 찾고 있다. 이들은 멀리 호주나 뉴질랜드를 출발하여 제주와 서해안갯벌까지 올라온 것이다. 번식을 위하여 시베리아나 알래스카로 가기 위해 먼거리를 날아온 것이다. 이들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열흘에서 보름정도 이곳에서 먹이를 찾다가 다시 머나먼 여행을 또 시작해야 한다. 태평양을 쉬지 않고 비행한 이 도요새들은 도착하자마자 먹이를 찾아 먹기에 바쁘다. 자그마치 약 9000~1만㎞를 쉬지 않고 비행하여 왔기 때문에 무척 고단하고 허기졌으며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 있기에 체력을 보충하고자 먹이를 찾아 먹기에 정신이 없다.
간혹 이들 중에는 유색가락지를 달고 온 녀석들이 관찰된다. 조류연구자들이 뉴질랜드나 호주 북해도에서 가락지를 채워서 보낸 것이다. 가락지 덕분에 단박에 어디에서 온 도요들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가락지 없이 온 반가운 도요들도 있기 마련이다. 매해 볼 수 있는 도요가 아니라 제주에서 처음으로 기록되는 도요새다. 바로 큰부리도요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희귀하게 도래하는 나그네 새로 갯벌이나 하구, 논 습지 등에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새다. 제주에서는 그동안 관찰 기록이 없었으나 2007년 5월 1일 성산포에서 성조 1개체를 처음으로 기록하였다. 도요새들이 한창 이동하여 올라올 시기라 제주의 동쪽해안을 탐조하다가 성산포까지 가게 되었다. 좀도요와 알락도요가 보인다. 깝짝도요도 꼬리를 까딱이며 쳐다보고 있다. 저 멀리 청다리도요와 함께 큰부리를 하고 있는 도요를 본 순간 큰뒷부리도요? 아님 흑꼬리도요인가? 하고 봤다. 하지만 부리가 너무 두툼한 게 뭔가 달라 보인다. 다른 도요인가? 우선 촬영을 몇 컷 하고서는 서둘러 조류도감을 꺼내 찾아보았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자주 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흑꼬리도요와 큰뒷부리도요와 아주 흡사하지만 부리가 확연히 틀리다. 1993년 9월 인천에서 기록된 후 동진강, 천수만, 순천만에서 관찰되었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제주에는 기록이 없나? 서둘러 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에게 연락했더니 제주도 첫 기록인 것 같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아무도 본적이 없는 새를 나 혼자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류사진을 하면서 제주의 미기록종에서 제주의 첫 기록으로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2021년 5월 2일에는 한경면 금등리에서 또다시 큰부리도요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 왔다. 여름깃을 한 큰부리도요가 해안가에서 먹이를 한창 찾고 있었다. 오랜만에 봐서인지 역시 큰뒷부리도요로 오동정할 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새를 탐조하는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50여종을 볼 수 있고 제주도의 조류는 2017년까지 현장조사 및 문헌자료를 통해 공식기록은 총 417종이다. 항상 주말에 탐조를 하면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새가 내 눈앞에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에 야외로 나가지만 미기록종을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점차 기온의 변화와 기상적인 요인 등으로 미기록종이 출현할 가능성은 매우 많다. 특히 요즘같이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는 미기록종을 볼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다. 새로움을 찾아서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는 야외로 나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