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이전부터 우리 근대교육은 ‘일제’에 휘둘려
새로 쓰는 제주 이야기 <33> 제주 근대교육의 시점
‘새로 쓰는 제주 이야기’라는 주제를 달고 글을 쓴지 오래다. 생각해보면 그 글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유형’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건축물 이야기가 많았다. 오감을 지닌 인간에게 눈에 드러나는 개체를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쉽게 다가온다. 하나의 건축물에 대한 기억, 한 장소에서 놀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형은 그런 장점을 지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은 가치에 비해 도드라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관심도 덜하다. 이번 글은 3월이고 하니, ‘우리’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다름 아닌 근대교육의 시작점을 생각해보련다.
3월은 3월 1일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독립을 부르짖은, 비폭력 혁명이 바로 ‘3·1혁명’이다. 비폭력 저항임에도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숱하게 많다. 그동안은 ‘3·1만세운동’이나 ‘3.1운동’으로 불렸으나 세기적인 사건임을 감안하면 ‘운동’보다는 ‘혁명’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 혁명은 일제를 뒤엎지는 못했으나, 세계 곳곳의 혁명에 불쏘시개가 되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임시정부도 탄생하게 만들었다.
제주 근대교육의 시작은 제주북초등학교로 다들 기억한다. 그런데 제주북초 개교는 1907년으로 되어 있다. 분명 그 이전에 근대교육이 시작되었지만, 그에 대한 논의보다는 ‘1907’이라는 숫자에 매달린다. 1907년 이전과 이후는 뭐가 다를까.
1907년은 경술국치가 일어나기 전이다. 1910년 이전은 대한제국 시절이어서, 대한제국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전혀 아니다. 우선은 대한제국, 그보다 앞서서 조선정부 차원에서 진행했던 근대교육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근대교육은 서양식 교육의 도입을 말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부터 교육의 틀이 갖춰졌으나, 서양식 교육이 도입되면서 예전 교육은 낡은 것이 돼버렸다. 그래서 교육의 시점도 서양식 교육이 뿌리내리는 시기로 잡고 있다.
근대교육은 조선 고종 32년(1895)이 시발점이다. 이때 소학교가 설치된다. 조선 정부는 1895년 7월 ‘소학교령’을 공포해 초등교육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초등학교로 알려진 서울의 교동초등학교는 한해 앞선 1894년 9월, 황실의 자녀들에게 신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세워졌다. 1895년 8월에는 학부령 제3호로 ‘소학교규칙대강’을 공포해 소학교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소학교는 3년제 심상과와 고등과가 있었다. 다 마치면 5~6년은 된다는 말이다. 만 8세부터 15세까지를 혁령으로 정했다. 과목도 다양했다. 수신, 독서, 작문, 습자, 산술, 체조 등이 있었고 여학생을 위한 재봉 강좌도 있을 정도였다. 소학교는 남녀 모두 취학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소학교령이 공포되고 나서 서울엔 5곳의 심상소학교와 4곳의 소학교가 문을 연다. 그렇다고 서울만 소학교 교육이 이뤄진 것 아니다. 소학교령이 공포된 1895년 그 해에 수원·공주·전주 등 13곳에 소학교가 문을 연다.
전국적으로 소학교가 세워지기 시작했는데, 제주는 어땠을까. 제주도엔 1896년 소학교가 설립됐다고 기록으로 전한다. 조선시대에도 <관보>가 나오는데 그 관보에 제주공립소학교의 실체를 읽을 수 있다. 1896년은 고종이 ‘건양’이라는 연호를 쓴 원년이다. 그해 11월 18일 발간된 제484호 관보에 따르면 “전석규를 11월 16일자로 제주목(濟州牧)공립소학교 교원으로 임명했다”는 글이 나온다.
제주목공립소학교에 소속된 교원들은 인사이동도 됐다. 광무 9년(1905) 제3269호 관보(10월 13일자)엔 부교원이던 현상휴와 정맹종을 해임하고, 강희룡과 김이행을 신임 교원으로 임용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김이행은 한달만에 해임되고, 그 자리를 장성흠이 맡게 된다. 조선은 근대적 교육의 시초인 소학교를 만들었으나, 1905년 을사늑약이후 상황은 바뀐다. 일제는 통감부를 통해 각종 법령을 반포하고, 교육도 손질을 본다. 조선의 근대학교인 소학교는 사라지고 일제식 보통학교라는 이름이 1906년부터 등장한다. 보통학교는 5~6년제의 소학교를 4년으로 단축하고, 심상과와 고등과로 나눠 있던 체계도 하나로 통일한다. 입학연령도 만 8세부터 12세로 조정을 했다. 1907년 제주북초는 일제식 보통학교의 시작을 알린 시점이다. 우린 그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에 관련 이야기를 더 이어간다.

사진 1. 광무 9년 <관보> 11월 16일자에 실린 소학교 인사 내용. 붉은 선을 보면 제주목공립소학교 교원으로 전석규가 임명된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