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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여부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제주한라병원 2020. 10. 28. 14:35

원혜영 홍보위원이 만난 사람 - 연명의료담당 허지영 간호사

 

 


"연명의료 여부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회복가능성 없이 연명의료를 받아야 하는, 임종과정에 있는 그 순간 말이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수혈, 체외생명유지술, 혈압상승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명의료를 환자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게 됐다. 바로 연명의료결정제도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된 환자 본인 혹은 환자 보호자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이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 연명의료 중단 관련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해 신청해야 한다. 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기관에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민간병원으로는 제주한라병원이 유일하며, 국·공립기관으로는 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있다.


제주한라병원 연명의료담당자 허지영 간호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주한라병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에 불편을 겪는 도민들의 편의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신청하고 지정받았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했다.


”연명의료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에 대해 환자와 환자 가족 또는 의료인이 요청한 사항에 관한 심의, 담당의사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을 거부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교체에 관한 심의,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관련 상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운영에 관한 사항 심의·의결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연명의료윤리위원회에 대해 알려준다.


연명의료 결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의 작성 절차에 대해 물어봤다.


”먼저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하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한다. 이후 환자 및 환자 보호자에게 절차 및 서식 등을 안내하고 환자 및 환자 가족의 연명의료 결정이 확인되면 해당 환자의 연명의료를 유보 및 중단하며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작성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서류작업은 완료된다. 완료된 서식은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 및 통보하여 타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운영 의료기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해 준다.


이어서 ”환자 및 환자 가족의 결정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경우와 환자의 가족들이 작성하는 서식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서식으로는 만19세 이상의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의사를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말기환자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를 유보 및 중단 의사를 밝히는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다. 가족들이 작성하는 서식으로는 임종과정에 있고 의사능력이 낮은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환자의 가족들이 진술하여 작성하는 ‘환자의사확인서(환자가족진술)’, 환자가족 전원의 의견으로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의사를 밝혀두는 ‘친권자 및 환자가족의사확인서’가 있다“며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에 따른 판단과정이 별도 있음을 알려준다.


이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특히 궁금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시에는 연명의료의 시행방법 및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대한 사항,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 및 효력 상실에 관한 사항,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ㆍ등록ㆍ보관 및 통보에 관한 사항,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변경ㆍ철회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을 받는다. 가장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 시행방법에 대한 부분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하고 이행하는 부분”이라고 알려준다.


안락사와 혼동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락사와 혼동해 원할 때에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거나, 반대로 질환으로 병원에 내원해도 아무 치료도 안 해준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경우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으며 그 결과도 기록된다. 이때에는 반드시 임종과정으로 판단돼야 이행된다고 누누이 설명을 드리고 있다.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소, 산소, 물 공급 등은 계속 진행한다. 이에 반해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로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는 이행의 방법이 다르다“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연명의료를 담당하는 게 심적으로 버거울 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담을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저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제 부모님의 마지막을 어떻게 모실지를 염두에 두며 상담한다. 연명의료와 기계에 의존하기보다는 가족분들이 환자의 마지막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혹시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강요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항상 조심하려고 다짐한다“며 덤덤히 속내를 밝혔다.

 

 


<글=원혜영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