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정제되고 중용의 미 갖춘 이지적 테너
내 작은 서랍속의 음악 - 이안 보스트리지 ‘The Very Best Of Ian Bostridge(2004)’
차분하게 정제되고 중용의 미 갖춘 이지적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는 영국 출신(1964년)의 테너로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성악을 잊지 못해 93년에 위그모어 홀에서 데뷔를 하게 된다. 당시 29살의 나이로 데뷔를 하게 된 보스트리지는 늦은 나이임에도 첫 음반 ‘겨울 나그네’로 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수상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테너로 성장하게 된다. 뒤늦게 음악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도 가장 바쁜 성악가 중에 한사람인 그는 가곡 뿐 아니라, 오페라, 종교 음악 분야 등 활동 분야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그를 두고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 노래의 핵심에 도달했다.’라고 평할 정도로 유럽에서는 슈베르트 가곡의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기 까지 한다.
지난 2004년에 발표한 이 앨범은 그의 첫 베스트 음반으로, 그의 음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를 모르는 이들도 그의 음악을 감상하기에 좋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수록곡은 슈베르트의 가곡 ‘물 위에서 노래함’을 포함한 12곡과 슈만의 곡 3곡,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민요인 ‘푸른 옷소매’를 포함해서 모두 19곡이 수록되어 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강제 당하는(?) 생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화려한 가을을 마주하는 느낌으로 마음을 정화하면서 감상해보면 더 좋을 듯하다.
차가움보다는 차분하게 정제된, 정교하게 잘 재단된 음색,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용의 미를 갖춘 음색, 군더더기 없이 곱게 뽑아내는 창법, 미묘한 감정처리, 절제된 그의 음색은 소름 돋기까지 한다. 이지적 외모는 감정의 절제를 배가시키면서 감상하는 이에게 그가 표현하려는 음악의 세계가 선명하게 투영되기도 한다.
수록곡 중에서 ‘물 위에서 노래함’을 제일 좋아한다. 이 곡은 은빛 물결 위에서 가볍게 춤추는 백조를 그렸고, 석양의 붉은 색 빛이 비치는 작은 숲과 출렁이는 갈대숲, 기쁨이 충만한 숲의 평화를 얘기한다. 다시 오게 되는 내일에 대한 설렘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 시간의 흐름에 모든 것이 사라질 때까지 영혼의 춤을 추는 아름다운 곡이다.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 같지만 화려한 가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혼의 샤워를 해본다.
☞유튜브 검색창에 ‘이안 보스트리지 물위에서 노래함’을 검색하고 감상하세요. 항상 볼륨은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