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도내 전역에서 간간이 관찰되는 겨울 철새

제주한라병원 2020. 9. 28. 09:56

말똥가리 common buzzard ; Buteo buteo  

 



말똥(馬糞)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냄새나는 동물의 똥을 뭐 하러 봐!’ 하고 반문하실지 모르겠다. 예전 제주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던 것이 말(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마공원이나 목장에 가야만 말을 볼 수가 있어 아마 말의 똥을 자세히 살펴보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말을 보게 되면 말의 생김새나 머리깃을 만지려고 하지 말의 뒤쪽을 살펴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분(馬糞)'은 물기가 많고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말이 변을 보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마 한 덩어리가 떨어져 파편과 같이 사방으로 튈 것이다. 이를 보고 군대의 영관급 장교의 계급장의 모양이 흡사 바닥에 떨어진 말똥의 모양과 같아 보여 말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냄새가 나는 마분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마분을 말려두었다가 땔감으로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하였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 하룻밤에 서너 덩어리면 난방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온 식구가 따뜻한 밤을 보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말똥의 모양을 한 새가 있다.


날개를 펼쳤을 때 중간 부분에 바로 말똥 모양의 문양이 있는 맹금류를 말똥가리라고 한다. 새들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살려 이름을 붙인다. 소쩍새는 소쩍, 소쩍 운다고 해서 소쩍새, 꿩은 꿩, 꿩 운다고 해서 꿩과 같이 울음소리를 이름으로 정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또 다른 방법은 색이나 생김새로도 이름을 짓는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는 긴 부리로 물을 휘젓고 다니며 먹이를 잡는다고 하여 저어새, 종다리는 종종거리며 걷는다고 종다리, 까마귀는 까맣다고 까마귀이다. 부리가 위쪽으로 휘어진 뒷부리장다리물떼새, 몸의 무늬가 호랑이 문양과 비슷한 호랑지빠귀 등등 수없이 많다.  말똥가리는 날개의 무늬가 말똥과 흡사해서 말똥가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말똥가리는 흔하지 않게 도래하는 겨울 철새이다. 제주의 해안이나 농경지, 중산간지역, 한라산천연보호구역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숲이 우거진 곳보다 탁 트인 곳을 좋아하며 멀리 마라도 상공에서도 관찰이 된다. 맹금류이기는 하지만 먹이를 잡지 못하면 탈진해 구조되기도 한다. 먹이가 부족해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한 종이다.

 

말똥가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집(Red List)에는 관심대상종(LC: Least Concern)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으로 보호되다가 보호종에서 삭제되어 안타깝다. 몇 년 새 개체수가 증가하자 성급하게 멸종위기종에서 삭제하였는데 조만간 다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는 종이라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크기는 50-55cm 정도이며 날개를 편 길이는 130cm 정도이다. 몸 윗면은 어두운 갈색이고 아랫면은 흰색이다. 날개를 펼쳤을 때 날개중앙부에 말똥모양의 큰 무늬가 가장 큰 특징이다.


말똥가리는 하늘을 활공하며 날아다닌다. 간혹 높은 곳에 앉아서 기다리다 들쥐 같은 소형 포유류를 보면 미끄러지듯 날아가 잡거나 덮친다. 들쥐를 잡으면 한입에 삼킨 후 소화가 되지 않는 뼈나 털을 펠렛으로 뱉어내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똥소래기’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