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1차 번식으로 태어나도 분가하지 않고 동생 돌봐

제주한라병원 2020. 9. 10. 15:06

쇠물닭(Common Moorhen) Gallinula chloropus  

 



                                          
탐조가들에게 있어서 여름은 참 여유롭다. 여기서 여유롭다는 것은 그만큼 관찰할 수 있는 새가 적어서 하는 말이다. 사시사철 새를 관찰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새들을 동시에 관찰하기에는 겨울이 훨씬 좋다. 겨울이면 번식을 끝내고 겨울 철새들이 한곳에 모여 지내기 때문에 다양한 새의 모습과 습성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므로 겨울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름에 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번식의 계절이라 숲을 선호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새들이 산속으로 들어가 은밀한 곳에서 2세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힘들어진다. 산속에서도 서식 밀도가 새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둥지가 한 곳에 있으며 짧게는 100m에서 넓게는 반경 500m이내에는 다른 둥지가 없는 것도 있다. 이는 먹이를 확보하고 천적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 새를 관찰하기가 쉽다고 볼 수 없다. 숲에 들어가면 무조건 둥지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둥지를 찾는 것도 새들의 생태를 알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찾을 수도 없다. 


여름에는 산속으로 들어가 새를 관찰하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마을 주변의 연못이나 저수지에서도 번식이 한창인 새들이 있다. 많은 물새들 중에 온몸이 까만 새들이 있다. 마치 오골계(뼈까지 검은색의 닭)와 흡사하기도 한 물닭과 쇠물닭이 있다. 닭도 아닌 것이 닭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마 여러분도 보시면 닭이 맞다고 할 것이다.

 

쇠물닭 성조

 

이마 부분이 하얀색이냐 붉은색이냐에 따라 물닭과 쇠물닭을 구분한다. 물위를 수영하기도 하고 연꽃이나 수초위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기도 한다. 쇠물닭은 다른 물새와 달리 물갈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물갈퀴와 비슷한 판족을 가지고 있어 다른 물새(오리류)와 같이 수영을 잘한다. 물갈퀴가 없지만 물속에 발을 넣어 저을 때는 판족이 펼쳐져 물갈퀴 역할을 하게 되어 물을 많이 제칠 수가 있어 물 위에서도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가 있다.  


붉은 머리의 온통 까만 쇠물닭의 가장 큰 특징은 걸을 때마다 꼬리를 까딱거리며 걷는다. 한걸음 내딛고 꼬리를 까딱거리고 또다시 까딱거리며, 수초위에서 곤충이나 식물의 씨앗을 먹기도 하고, 위험을 느끼면 물위를 잽싸게 뛰어 도망을 가기도 한다. 

 

어린새와 어미새


쇠물닭은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고 여름에 찾아오는 여름 철새이다.  크기는 약 30cm 정도로 붉은 이마에 옆구리는 흰색의 두줄이 있어 동정(새를 관찰하고 구분하는 것)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흔하게 번식하는 새로 연못이나 작은 습지에서 번식과 서식을 하며 겨울이면 대만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월동하러 내려간다.


새들 대부분 막바지 번식을 하고 있는데 쇠물닭 역시 번식이 진행 중에 있다. 한 번만 번식하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2차 번식까지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새들은 첫 번째 새끼들은 분가해 홀로 살아가지만 쇠물닭은 2차 번식이 끝날 때까지 같은 곳에서 살며 자기 동생들(2차 번식에 태어난 새끼)을 어미새들과 같이 먹이를 먹여 주며 같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자기 동생들인 걸 알아서 하는 행동인지 쇠물닭의 타고난 습성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좁은 연못에서 부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먹이를 잡아 동생들에게 먹여주며 부모새와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인간들의 삶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유조가 어린새에게 먹이를 먹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