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해안 개발로 모래사장에서 생활 점점 힘들어져

제주한라병원 2020. 9. 10. 14:57

 

 

흰물떼새 Kentish Plover (Charadrius alexandrinus)

 



                          
한적한 모래사장을 쌍안경으로 한참 살피고 있자니 지나던 관광객이 이상한 듯이 쳐다보며 한마디 물어본다. 


“아저씨, 뭐하세요?”
“새를 보고 있는데요.”


거짓말이란 듯 “아니 새가 어디 있어요?” 한다.


쌍안경을 건네주며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흰물떼새를 알려주면 흥분하기 시작한다.  처음 봤노라며, “이런 곳에 새들이 있었네요.” 그러다 둥지를 틀어 번식하기도 한다고 알려주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니 이렇게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번식이 가능하냐?”며 온갖 생태적 지식을 동원해 물어본다.

 

흰물떼새의 둥지와 알

 

흰물떼새는 4월부터 7월까지 번식을 한다. 해안의 모래사장이나 강 하구의 둑에서 3~4개의 알을 낳고 15일 정도 포란(알을 품는 일)해서 새끼가 태어나게 되는데, 이 시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게 된다.


알이 모래의 색깔과 흡사해 사람이 지나다 밟아버리는 경우도 있고, 요즘과 같이 날씨가 더워지면서 해변에 놀러 나왔던 분들이 둥지 바로 옆에 자리를 펴고 앉으면 어미새가 알을 품지 못해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알이 썩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미새들이 알을 품는 것은 열을 전달해 따뜻하게 해주려는 것도 있지만 모래사장에 내리쬐는 햇빛의 강한 열기를 식히려는 경우도 있다. 너무 뜨거운 날이면 어미새가 몸에 물을 묻히고 와서는 알에 뿌려서 식히기도 한다. 간혹 너무 바다 가까이 둥지를 틀어 큰 파도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흰물떼새들은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최대한 닿지 않도록 동떨어진 풀숲 속이나 약간의 쓰레기가 있는 곳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포란(抱卵)중인 흰물떼새

 

백사(白沙). 눈이 시리도록 고운 흰 모래밭에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있다. 그 모래 풀숲 사이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생(生)을 시작하게 된다. 어린새는 마치 솜뭉치를 뭉쳐놓은 듯 아주 작다. 어미새를 놓칠세라 종종걸음으로 앙증맞게 뛰어다닌다. 워낙 작아 잠깐만 한눈을 팔면 어디로 갔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접근하면 눈을 피해 옆으로 도망가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빠른지, 아마도 퀵서비스 오토바이보다 더 빠르게 금세 어디론가 사라진다.

 

 

갓 태어난 어린새가 날개품에 숨어 있다

 


재빨리 모래사장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 않는다. 어린새는 아주 작고 색깔이 마치 모래색과 비슷해서 여간해서는 다시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터전인 모래사장이 점점 해안 개발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새이지만 언젠가는 천연기념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흰물떼새는 17cm 정도의 작은 새로 비교적 흔하게 도래하는 나그네새이며, 여름철새이기도 하지만 1년 내내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갯벌이나 모래사장, 강 하구에서 관찰된다. 가슴의 검은 띠는 다른 물떼새와 달리 중앙에서 연결되지 않는다. 수컷은 머리꼭대기가 갈색이고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눈선이 있다. 암컷은 갈색빛이 도는 회색이다. 몸의 아랫면은 흰색이다. 빠르게 뛰어다니며 무척추동물을 찾아 먹는다.

 

흰물떼새 암컷(좌), 태어난지 10일경의 어린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