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나 왕자는 점점 영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이집트 이야기 - 토트의 서(書) ③
세트나 왕자는 점점 영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네페르카프타의 무덤 속 현실(玄室)에서 만나게 된 아름다운 여인, 즉 아흐웨레의 영혼은 세트나 왕자에게 말을 이어갔다.
“토트 신의 마법서를 얻기 위해 나의 남편은 그 제사장에게 ‘나의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 나에게 그 책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라고 말했어. 제사장이 대답하기를 ‘내가 죽은 후 장례식 비용으로 쓸 은화 100냥을 주시오. 그리고 나의 장례식은 파라오의 장례식처럼 성대하게 해주시기 바라오.’라고 했단다.
네페르카프타가 제사장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약속하자 제사장은 ‘그 책은 콥토스(테베)의 나일강 한복판 바닥에 있다오. 그 강 바닥에는 철로 만든 상자가 있는데 그 상자를 열면 구리로 만든 작은 상자가 나올 거요. 그 구리 상자를 여시오. 그러면 다시 상아로 만든 상자가 나오고 그 상자를 열면 금으로 만든 상자가 있을 거요. 금 상자를 열면 토트 신의 마법서가 있소’ 라고 알려 줬다더군.”
세트나 왕자는 아름다운 여인의 카(영혼)가 하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사장은 남편에게 주의를 주었단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 상자 주변에는 맹독을 가진 물뱀들과 전갈들이 널려 있고 상자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큰 뱀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지요. 토트 신의 마법서를 읽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는 말이 있소이다.’
남편은 그 책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지체하지 않고 여장을 꾸렸단다. 내가 가지 말라고 부탁을 해도 막무가내였어. 남편은 나를 밀어젖히고 아버지인 파라오, 아메넴헤트에게 달려갔지.”
아흐웨레의 카는 한숨을 쉬더니 잠깐 동안 지긋이 눈을 감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괴로운 듯했다. 그녀의 말은 자신의 운명과 직접 연관이 있었기에 세트나 왕자는 부인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기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아버지인 아메넴헤트가 물었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파라오의 범선을 빌려 주십시오. 제가 그 배를 타고 남쪽으로 콥토스까지 항해하여 그 책을 구해오겠습니다.’ 남편은 아버지를 졸라 마침내 허락을 얻었지. 남편은 우선 콥토스의 이시스 신전으로 갔고 제사장들에게 양초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어. 양초를 구한 남편은 그것을 가지고 작은 배와 선원들의 인형을 만든 후 주문을 외우더구나. 그러자 양초들은 금방 살아있는 선원으로 변하였지. 준비가 끝나자 남편은 나와 아이를 남겨놓고 떠났단다.”
아흐웨레는 잠시 몸을 떨더니 탁자 위에 있는 빛나는 파피루스 책자를 만지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편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모든 게 그 늙은 제사장이 한 말대로였어. 토트 신의 마법서는 여러 겹의 상자 안에 들어 있었고 각 상자를 열 때마다 무서운 독을 가진 뱀들이 지키고 있었다는거야. 하지만 남편의 마법은 그 독사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죽지 않는 뱀과의 싸움은 정말 처절했단다. 남편은 그 거대한 뱀에게 마법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자 단칼에 그 뱀의 머리를 베어버렸지. 하지만 잘려진 뱀의 머리는 다시 몸통에 붙더니 맹렬히 남편을 공격했어. 다시 한번 남편이 칼을 들어 뱀의 머리를 멀리 쳐냈으나 머리는 다시 돌아와 몸통에 붙었지. 정말 죽지 않는 뱀이었어.”
아흐웨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세트나 왕자는 마치 자신이 뱀과 싸우는 듯한 착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남편은 도저히 그 뱀을 죽이지 못하겠다는 것을 깨닫고 꾀를 생각해냈어. 뱀의 머리를 친 후 머리와 몸통이 다시 붙기 전에 잘린 부위에 모래를 뿌린 거야. 그랬더니 두 동강이 난 뱀의 머리는 다시는 몸통에 붙지 못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더구나.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파피루스를 손에 넣은 남편은 돌아왔고, 거기에 적혀 있던 주문들을 읽기 시작했어. 책을 다 읽고 난 남편은 내게 이렇게 말했어.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소. 나는 모든 생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소. 바다의 물고기, 산과 들에 사는 동물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이오.’ 라고. 남편은 마법서의 복사본을 만든 다음 원래의 파피루스는 맥주에 적셔 삼켜 버렸단다. 자기 몸과 마법서가 하나가 되기를 바랐던 거지.”
아흐웨레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러나 세트나 왕자는 아직 그녀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