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언론인칼럼

역외 지출 의료비 막대, 의료 질 향상 힘 모아야

제주한라병원 2020. 9. 10. 14:38

 

역외 지출 의료비 막대, 의료 질 향상 힘 모아야

 

 

 

 

제주도민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쓰는 의료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만큼 제주지역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의료계뿐 아니라 행정당국과 정치권 등이 특단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18년 기준)에 따르면 제주도민이 도외에서 지출한 의료비는 입원 836억원, 외래 517억원 등 총 1353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제주도민의 도외 의료비 유출 규모는 2010년(501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순수 의료비 외에 내륙지방 나들이에 당연히 수반되는 항공료와 체류비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지출 금액은 연간 2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거기에다 동반 가족의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기하급수적일 터다.


원정 진료의 주요 질병은 암이 9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심뇌혈관질환(596명), 비뇨기계질환(250명), 척추질환(187명), 고혈압·당뇨(133명), 신장질환(133명), 기타(3418명) 등 총5621명이다. 누적 입원 인원은 1만5980명에, 외래진료 인원은 13만825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민들이 서울·수도권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이유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인식은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설문조사에서 ‘중증질환이 의심돼 정밀검사나 진단을 필요로 할 때 우선 선택하는 병원’을 묻는 항목에 33.8%가 서울 등 도외 병원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의료진의 실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3.4%로 절반을 넘었다.
물론 막연한 심리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도내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등 객관적인 평가에서도 제주도의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기대 수준과의 괴리로 기존 의료서비스에 대한 도민 불만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내 의료 기관의 평가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제주도내 대표적인 의료기관 두 곳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폐암․대장암 진료적정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 질병으로 전체 사망자의 26.5%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더구나 폐암은 사망률 1위, 대장암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154.3명에 이르는 현실을 보면 제주도내 의료진의 건투를 주문한다.


제주도내 의료기관들은 이와 함께 '급성기뇌졸중 8차 적정성 평가' 결과 최우수병원, 마취적정성평가 1등급,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평가 1등급, 천식 진료적정성평가 1등급 등의 성과를 올렸다. 반면 전국적으로 103개인 혈액투석 1등급 의료기관은 전무했다.


오늘날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 욕구는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의 양적 팽창에서 이제는 의료 질 향상을 요구하는 제주도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에는 6개소의 종합병원과 8개소의 일반병원, 9개소의 요양병원에 약 2500여 병상을 갖추고 있는데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는 양질의 의료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의료를 측정하는 지표로 효과(effectiveness), 효율성(efficiency), 기술 수준(technical quality), 접근성(accessibility), 가용성(availability), 이용자 만족도(consumer satisfaction), 지속성(continuity), 적합성(adequacy)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 의료기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냉철히 평가하고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부단히 경주돼야 한다. 소기의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제주도 보건당국 및 정치권의 선제적인 지원이 절실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제주 의료권역 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1995년부터 제주도민들의 수도권 소재 병원 이용률이 높다는 판단 등을 토대로 제주 의료권역을 서울에 포함시켰으나 제도적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는 등 의료권역 독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현재 상급병원이 없는 곳은 제주 등 4곳뿐이나 타시․도 상급병원 설립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도 상급병원에 준하는 수준의 병원이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 보건당국의 행․재정적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환자들의 권리 의식과 의료에 대한 지식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비례해 도민들의 수도권과 같은 의료 수준의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의료의 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제 필연이다.

의료의 질이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제 제주도민의 원정 진료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의 질은 곧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만큼 지역사회가 전향적 방향에서 고민하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윤정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