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 촬영 위해 과한 욕심 부려선 안 돼
바다직박구리 Blue Rock Thresh (Monticola solitiarius)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우매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새 둥지를 훼손하며 촬영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혹시 여러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집안을 들여다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의 아내가 돌아앉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런 장면을 '아름다운 모정'이라고 하며 카메라를 들이댄다면? 당신이 쉬고 있는 집안을 모르는 사람들이 창문 너머로 '단란한 가족'이라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촬영한다면? 남을 무시하고 제 작품 욕심만 앞세우는 낯 두꺼운 행위로 지탄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초상권 침해, 인권 훼손, 가택 침입 따위 혐의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 사람들의 사회에선 매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사건이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냥 유야무야 지나치게 된다. 이대로 그냥 놔둬도 좋을지 깊게 생각하고 짚어볼 일이다.
최근 서귀포시 호근동 해안에서 바다직박구리 둥지를 옮겨 촬영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다직박구리는 해안가 절벽에서 바위틈 깊숙한 곳에 둥지를 튼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진가들이 노출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둥지를 통째로 밖으로 꺼내어 촬영을 하였다. 더구나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둥지를 고정하고자 실리콘 접착제를 발라놓고 촬영을 한 것이다. 한라일보와 JIBS에서 취재 보도 후 알게 되었다.
과연 이렇게 둥지를 옮기며 촬영하여 얻은 사진이 좋은 장면일까? 물어보고 싶다. 남의 집을 통째로 옮기는 행위가 과연 정상인지. 바위틈에 있어야 할 둥지를 천적의 눈에 쉽게 띄는 곳에 꺼내어 놨으니 언제 어느 때고 천적에게 희생될 수도 있다.
인간의 욕심이 과한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라산 중턱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멸종위기종 2급인 긴꼬리딱새는 여름 철새로 지금 한창 어두운 숲속에서 번식하고 있다. 둥지가 있는 곳은 바다직박구리와 마찬가지로 어두워 촬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때도 둥지를 튼 나뭇가지를 잘라서 햇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이동시켜 촬영하고는 다시 묶어 놓은 것이다. 이때도 한라일보와 MBC에서 취재 보도 후 제주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욕심을 보이는 사진가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비단 제주에서만이 아니라 육지부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간간히 알려지고 있다. 어린 새를 둥지에서 꺼내어 나뭇가지에 일렬로 앉혀놓고, 움직일까봐 접착제로 다리를 나뭇가지에 붙인 뒤 촬영하는 행위도 있었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멸종위기 감시대상인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한다. 이들은 모래사장에서 번식하는데 알에서 깨어 나온 어린 새끼가 둥지 밖으로 이동해버리자 다리에 줄을 묶어 둥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촬영하는 행위도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아름드리 소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 참매가 있다. 참매 역시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해야 하는 종인데 둥지 앞에 있는 소나무가 둥지를 가린다는 이유로 소나무의 밑둥을 도려내어 고사시켜 촬영을 하는 행위가 있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좋은 사진, 명장면, 인생컷이라는 얘기들을 한다. 과연 둥지를 훼손하면서 촬영한 것이 좋은 사진일까?
필자 역시 생태사진을 촬영하고, 여러분께 보여드리며 소개하고 있다. 자연생태를 촬영 소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대상, 즉 공존할 대상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촬영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살며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바다직박구리는 약 길이가 23cm정도이다. 수컷의 몸 윗면은 푸른색, 배는 갈색이다. 암컷은 몸이 어두운 갈색이며, 몸 아랫면에 비늘무늬가 있다. 번식기에는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자신의 영역에 다른 개체가 들어오면 바로 쫓아낸다. 주로 바닷가에 서식하지만 거미나 곤충, 열매 등을 먹는다.
제주의 해안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간혹 도시에서 공사장의 담벼락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해안가의 암벽이 갈라진 곳이나 암초의 틈, 벼랑의 빈 구멍 또는 건축물 틈새에 가는 나무뿌리나 마른 풀을 사용하여 둥지를 튼 다음 4월경부터 번식을 시작하며 한배에 5∼6개의 알을 낳는다.
큰 곤욕을 치르고, 어느 때보다 더 열악해지는 환경이지만 이번 여름에는 많은 수의 바다직박구리 부부가 안전하게 2세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