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神은 경계하고 분노했다
이집트 이야기 ⅩⅩⅩⅩ - 토트의 서(書) ①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神은 경계하고 분노했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기 오염 때문에 시야가 탁하기로 유명했던 중국이나 인도의 특정 지역 하늘이 맑아진 모습이 위성사진이나 항공사진 등을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자연 또는 신이 코로나로 인간이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과도한 개발이나 환경파괴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깊이 반성해볼 대목이다.
신화에서는 종종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이를 경계하는 신의 분노가 다뤄진다. 이번 호부터 ‘토트의 서’라고 불리는 토트 신의 마법서와 신의 비법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에 대한 신의 경계와 분노 이야기를 해보자.
이집트의 왕 람세스 2세에게는 백여 명이 넘는 아들이 있었다. 람세스 2세는 그중에서도 세트나 왕자를 가장 아꼈다. 세트나 왕자는 고대의 기록들과 신비한 마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른 왕자들이 사냥을 나가거나 아버지의 군대를 따라 먼 지방으로 원정을 갈 때도 그는 혼자 남아 책을 읽거나 신전에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읽곤 했다. 특히 새로운 마법이라면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더 배우고 싶어 했다.
고대의 기록과 마법 책자들을 많이 읽은 덕분에 소년 시절에도 이미 그를 능가할 마법사가 없을 정도였다. 아몬 라, 프타, 토트의 신전에 있는 비문이나 제사장들이 읽어내지 못하는 상형문자도 세트나는 척척 읽어내곤 했다.
어느 날 고대의 두루마리 파피루스 문서를 뒤적이던 세트나 왕자는 마법사이자 위대한 서기였던 네페르카프타 왕자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네페르카프타 왕자는 토트 신의 비밀 마법서를 읽었기 때문에 하늘과 땅에 마법을 걸 수 있었고, 새와 짐승들의 언어를 알았다. 그는 토트 신의 마법서와 함께 테베에 있는 왕묘에 함께 묻혔다고 했다.
세트나 왕자는 그 책을 구해 토트 신의 모든 지혜를 배워야겠다고 맘먹고 아버지 람세스 2세에게 그 책을 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아버지, 네페르카프타의 무덤에 그 책이 있다고 하니 그의 무덤을 열고 토트 신의 마법서를 가져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무리 세트나를 사랑하는 람세스 2세라 하더라도 조상의 무덤을 침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람세스 2세는 세트나에게 말했다. “그 책에 있는 마법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뿐만 아니라 그 책은 저주받은 책이란다. 네페르카프타 왕자도 그 책 때문에 불행하게 인생을 마치지 않았던가 말이다.”
토트 신의 마법서에는 저주가 서려 있어 그 책을 읽는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세트나 왕자의 열망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을 만큼 강했다. 그는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람세스 2세는 세트나에게 무덤을 열 수 있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세트나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자마자 네페르카프타의 무덤뿐만 아니라 선대 왕과 왕족들이 묻혀있는 도시 멤피스로 떠났다. 무덤 입구는 엄청난 양의 모래로 철저히 감추어져 있어서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는 하인들로 하여금 모래에 덮힌 무덤 입구를 파게 했다. 며칠간 모래를 파고 또 파는 힘든 노동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무덤의 입구가 드러났다. 입구는 나무로 만든 문으로 닫혀 있었는데 도장이 그대로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수백년 동안 어느 누구도 침범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봉함을 부셔라!” 세트나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일꾼들은 주저하면서 쉽게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신성한 조상의 무덤을 침범할 경우 저주를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자의 엄한 명령에 마침내 무덤 문이 열렸다. 거센 바람이 무덤 안으로부터 쉬~잉 소리를 내며 불어 나왔다. 일꾼들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진정해라, 달아나지 말고!” 세트나가 일꾼들에게 소리쳤다.
잠시 후 바람이 멈춘 뒤 안을 들여다보니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길고 어두운 통로가 보였다. 세트나는 신선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잠시 기다린 후 횃불을 들고 혼자서 안으로 들어갔다. 좁고 어둡고 긴 통로를 따라 깜박거리는 횃불에 의지하여 천천히 들어가면서 보니 통로의 벽에는 네페르카프타의 장례식 광경이 새겨져 있었다. 무덤 안의 공기가 희박해지는지 깜박거리던 횃불은 더욱 약해져 꺼질 듯 말 듯하며 간신히 타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