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속담 선명해지는 5월

제주한라병원 2020. 5. 28. 16:44

이집트 이야기 ⅩⅩⅩⅨ, 어느 항해자의 모험 이야기③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속담 선명해지는 5월

 

 

 

“저의 말을 들은 왕뱀은 이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향료는 너의 나라보다 여기가 훨씬 풍부할 것이다. 이 섬에는 푼트 땅에 있는 모든 향료를 모은 것보다 더 많은 향료가 있으니까 말이다. 네가 약속한 신성한 기름은 이곳에 거의 없긴 하지만……. 아무튼 너는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떠나자마자 이 섬은 사라져 버릴 테니까. 물론 신들이 또 다른 떠돌이 여행자에게 이 섬을 알려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잠깐 상식! ‘푼트’에 대해 살펴보자. 푼트(Punt)는 ‘황금의 나라’라는 뜻으로 이집트 구 왕국의 텍스트에 자주 등장한다. 이미 기원전 삼천 년 전부터 이집트는 푼트에서 유황, 흑단, 상아, 금, 눈화장 재료, 은, 소금, 원숭이, 개, 표범 가죽, 타조 깃털 등을 수입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푼트 땅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신비로운 이상향으로 여겨지는 지역이었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문헌에 나오는 ‘푼트 땅’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거기서 연원한 ‘푼틀란드’는 현재 소말리아 북동부 지역에 있으며 소말리아인 3분의 1이 거주하고 있어 소말리아 내전 이래 수도인 모가디슈보다 인구가 많다.) 

그날 이후 저는 그 이상한 섬에서 뱀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뱀이 말한 넉 달이 다 되었을 때 저는 배 한 척이 멀리서 섬을 향해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른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어떤 배인지를 확인해 보니 바로 이집트 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왕뱀의 집으로 급히 달려갔지요. 그런데 그 뱀은 이미 제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뱀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잘 가거라, 용감한 선원아. 너의 고향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거라. 나의 축복이 너와 함께 할 것이니라.’

제가 왕뱀에게 그동안 보살펴 준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절을 하니 뱀은 저에게 아카시아 향수, 코흘, 삼나무, 상아, 그리고 갖가지 보물들을 선물로 주었답니다. 이윽고 이집트에서 온 배가 나를 실어가기 위해 닻을 내렸습니다. 제가 배에 올라탄 후 다른 선원들이 섬에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밤이 닥치자 달이 떠 천지를 비추었습니다. 달빛 속에서 우리는 열심히 섬을 찾아보았지만 섬은 이미 간 곳 없고 사방에서 파도만 밀려오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섬 찾기를 포기하고 우리들은 북쪽으로 항해를 계속하여 두 달 만에 이집트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린 나는 서둘러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질러 테베로 돌아왔습니다. 자 이제 제 이야기를 다 들으셨으니 파라오께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모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그분의 발밑에 왕뱀이 보낸 선물을 쌓아 놓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원의 말을 들은 재상은 곧 그를 선한 신 파라오의 궁으로 안내했다. 파라오는 난파선 선원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서기장 아메니아메나에게 선원이 한 이야기를 전부 두루마리 파피루스에 받아적게 했다. 이번까지 총 3회에 걸쳐 우리가 살펴본 어느 항해자의 모험이야기는 바로 그때 파피루스에 적힌 내용들이다. 

이집트가 세계 4대 문명의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문자와 기록의 힘이 그 저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피루스(papyrus)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기록을 위해 쓰인 매체로, 같은 이름의 갈대과 식물의 잎으로 만든다. 식물 파피루스는 보통 2~3m의 크기로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다. 나일강 삼각주에는 이 식물이 풍성하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인들이 초대 왕조 이전에 발명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파피루스를 매개로 고대 문서를 책의 이전 형태인 ‘코덱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고대의 문서들도 파피루스라 부른다.  Papyrus라는 단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종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세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으며 이 고약한 바이러스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고단한 여정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 격언이 더욱 선명해지는 5월이다. 

이집트 어느 뱃사람의 모험에 등장하는 왕뱀의 공포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이겨낼 수 있었듯, 우리 국민 모두 클럽이나 노래방과 같은 밀폐공간에서의 활동 같은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기본수칙을 준수하여 훗날 담담한 옛이야기로 코로나19를 추억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