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하고 검소한 불교의 향기를 간직한 도시
정숙하고 검소한 불교의 향기를 간직한 도시
미얀마 만달레이
과거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에서 북쪽으로 70km 남짓 달려가면 두 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에 도착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미얀마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꼰바웅 왕조가 1859년 5월 23일 수도로 삼았던 역사의 도시이다.
인구 120만 명이 사는 만달레이는 이라와디강을 끼고 미얀마의 경제, 상업,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중심지이자, 수많은 수도원과 700여 개의 불탑이 있는 종교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1885년 11월 28일, 영국과 3차례의 전쟁 끝에 패해 133년간의 꼰바웅 왕조의 시대는 끝나고 식민도시로 전락했다. 1942년 4월 3일에는 일본이 침략하면서 3년간 도시의 사원과 탑이 수없이 파괴되었다. 이때 수도가 만달레이에서 양곤으로 옮겨졌다.
시간 속에 어두운 과거를 묻고, 1989년 버마에서 미얀마로 다시 태어나면서 만달레이도 과거의 영화로움과 불교의 도시로 다시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 아침 거리에 나서면 스님들이 줄지어 탁발하는 모습이 불교의 나라에 왔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집마다 신도들이 음식을 가지고 나와 스님들께 조금씩 나눠주는 모습이 아주 이색적이다. 매일 아침 탁발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엄격한 계율을 중시하는 상좌부불교(소승불교)에서 행하는 수행과정이고, 시민들은 스님에게 소박한 음식을 나눠주며 부처에게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다.
만달레이 여행의 시작은 이 도시의 이름이 유래된 '만다이 산'에서 시작한다. 높이 235m, 산 정상에는 불교의 나라답게 각종 탑과 사원 그리고 거대한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면 발 아래로 만달레이의 정경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만약 이른 아침에 스님들의 탁발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매일 오전 10시에 1500여 명이 수행하고 있는 미얀마 최대의 마하간다용 수도원으로 가면 된다.
◇ 미얀마 최대의 마하간다용 수도원의 아침 공양 모습
만달레이 근교인 아마라푸라에 있는 이 수도원은 1914년에 설립됐고, 아침마다 맨발로 길게 줄을 선 스님들의 공양 모습은 만달레이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가 모여들어 엄숙하면서도 청빈한 공양 모습과 마주한다. 여기에 있는 수행자들은 사미계를 받은 어린 학승에서부터 노승까지 다양하다. 무엇을 위해 수행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맨발로 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마음이 정숙해진다. 그만큼 검소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으며, 부처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엄격한 계율을 지켜내며 사는 스님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삶의 철학을 배운다.
공식적으로 미얀마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849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설과 뒤얽혀서 문헌적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고, 11세기 바간 왕조 때 아노야타 왕이 버마족을 통합하고 그들이 믿는 전통신앙인 '낫' 대신에 통치이념으로 불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매일 오전 10시 아침 공양을 위해 발우들고 줄을 서는 학승들
불심이 엄청나게 강한 미얀마 불교는 우리의 대승불교와는 다른 상좌부불교이다. 대승불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 동북아시아에 널리 전파됐다면, 미얀마의 상좌부불교, 즉 소승불교는 기원전 3세기 인도의 아쇼카 왕 시대에 포교 정책으로 스리랑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전파돼 '남방불교'로도 불린다.
그럼 대승불교와 상좌부불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대승불교는 부처의 깨달음을 구하는 과정보다는 중생을 교화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해 모든 중생이 큰 수레를 타고 사회적 해탈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소승불교는 '큰 수레'를 의미하는 대승에 반대 의미로, 스스로 수행을 통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상좌부불교의 아라한은 수행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로 온갖 번뇌를 끊고, 세상의 이치를 바로 깨달아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공덕을 갖춘 성자를 의미한다. 그래서 스스로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수행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한다.
잠시 미얀마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뒤로하고, 이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타웅타만 호수로 가면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 우배인이 있다. 길이 1.2km의 목조다리는 건축된 지 20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위용과 아름다움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건기인 여름에는 호수가 말라 기둥 밑이 드러나지만, 우기를 지나고 나면 호수에 비친 다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우배인 다리는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지만, 여행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곳을 찾는다. 우배인 다리를 제일 아름답게 감상하는 방법은 해 질 무렵에 붉은 노을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다.
◇ 우배인 목조다리와 타웅타만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
마지막으로 불교의 도시 만달레이를 찾았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마하무니 파고다’이다. 만달레이 시민들이 석가탄신일이나 집안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찾는 곳이 바로 마하무니 파고다이다. 150년 칸드라슈리야 왕 때에 아라칸 북쪽에서 만들어진 마하무니 불상은 11세기 바간 왕조의 첫 번째 왕인 아노야타가 아라
칸을 정복한 후 마하무늬 불상을 가려오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그 후 네 번째 알라웅 시뚜 왕도 시도했지만 운송 문제로 실패하고, 1784년 꼰바웅 왕조의 보도파야 왕이 아라칸 왕국을 정복하고 마하무니 불상을 아마라푸라(현 만달레이)로 운송하였다.
새벽 4시가 되면 스님들이 마하무니 부처님 세안식을 시작한다. 세안식이 끝나고 나면 신자들은 세안하고 남은 물을 가져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이 물을 지니고 다니면 삶에 부처님의 공덕이 가득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세안 물을 얻지 못한 신자들은 불상에 금박을 입히고 소원을 비는데, 얼마나 많은 신자가 금박을 입혔으면 금박무게만 12t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미얀마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부처와 승려 그리고 오롯한 신자들의 세계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이들의 얼굴엔 부처에 향한 신심으로 가득하고, 내일도 오늘처럼 아무런 탈 없이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미얀마 사람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