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여행자는 거대한 뱀에 물려 동굴로 끌려갔다가…

제주한라병원 2020. 4. 28. 10:21

이집트 이야기 ⅩⅩⅩⅧ, 어느 항해자의 모험 이야기②



여행자는 거대한 뱀에 물려 동굴로 끌려갔다가…



지구촌을 거세게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태풍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봉쇄와 은폐, 축소와 회피가 아닌 정직한 정보공개와 사회적 거리두기, 민주적 참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키트 사전 준비, 마스크 5부제, 드라이브 스루 검진, 스마트폰을 통한 역학적 경로 파악과 대처, 철저한 방역체계 속에서의 국회의원 총선거 실시 등 멋진 사례들이 즐비하다. 우리 속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처럼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뜻을 모아 현명하게 대처해나간다면 이 어려운 시기도 곧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난 호에서 어느 떠돌이 여행자의 모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사나운 폭풍우에 휩쓸려 낯선 땅으로 표류한 후 주변에서 먹을거리를 구해 신께 바친 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던 재상은 “신께 제물을 바친 것이야말로 정말 잘한 일이야.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를 한 후였습니다. 갑자기 천둥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변의 나무들이 마치 태풍 속에 있는 것처럼 세차게 흔들리고 땅은 지진이 난 것처럼 심하게 진동하였습니다. 저는 사나운 파도가 다시 이 섬을 삼켜 버리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며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엎드려 있어도 파도는 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1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뱀이 저를 향해 미끄러져 오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의 공포는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몸통은 황금빛 비늘로 덮혀 있었고, 번득이는 눈 주변의 비늘은 청금석의 빛깔로 그늘진 뱀이었습니다. 제 몸은 마비된 듯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내 앞에까지 온 뱀은 꼿꼿이 몸통을 세우더니 저를 굽어보며 말하더군요. ‘이놈! 고개를 들어라. 왜 여기에 왔느냐? 무엇 때문에 나의 섬에 왔느냔 말이다. 이 작은 녀석아! 불에 타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말하거라.’


제가 벌벌 떨며 대답을 못하자 그 뱀은 거대한 턱으로 저를 물었습니다. 이제는 죽는구나 하고 저는 눈을 질끔 감았습죠. 그런데 뜻밖에도 뱀은 저의 몸을 전혀 다치게 하지 않고 자신의 동굴에 내려 놓았습니다. 그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물었는데도 전혀 저를 상하게 하지 않았더군요. 동굴에 저를 내려놓은 뱀은 다시 추궁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온거냐? 사방이 바다로 에워싸인 이 섬에 어떻게 올 수 있었지?’


저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저는 이집트의 파라오 아메넴헤트의 명령을 받고 길이가 80미터나 되는 큰 배를 타고 남부의 광산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도중에 사나운 폭풍우를 만나 배는 산산이 부서지고 150명이나 되는 선원들은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저 혼자만 살아남아 바다 위를 떠돌다가 파도에 실려 이 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온 지 이제 3일 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겨 살려주십시오.’


‘두려워 말거라.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니라. 슬픈 표정도 지을 필요없다. 동료 선원들은 다 죽고 너 혼자 살아남은 것은 신들이 너를 보호한 것이리라. 네가 살기 좋은 이 섬에 온 것도 최고신 아몬 라의 뜻임에 틀림없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라. 내가 너의 운명을 보아하니 너는 이 섬에서 한 달에 한 달을 더하고, 다시 한 달을 더하고 또 더해 네 달이 될 때까지 있게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이집트 배 한 척이 이곳에 나타나 너를 싣고 안전하게 고향에 데려갈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서 편안히 살다가 여생을 마친 후 무덤에 매장될 것이다. 너는 신들의 가호로 역경에서 살아남았으니 벼락이 내리칠 일은 없을 것이지만 옛날에 이곳에 왔던 한 선원은 벼락에 맞아 제가 되어 버린 일도 있었다. 이 섬은 아주 신비하고 이상한 것이 많이 있으니 네가 인내심만 있다면 살아서 돌아가 너의 신 파라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저는 뱀의 위로의 말을 듣고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저에게 말한 대로 된다면 저는 파라오께 돌아가 당신의 위대함을 전하겠습니다. 이 섬의 신비함에 대해서도 파라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성스러운 기름과 향료를 제물로 가져오겠습니다. 그런 것들은 신들에게만 바치는 것들이지요. 저는 노새들도 당신께 제물로 바칠 것입니다. 제 말을 들은 파라오께서는 이집트의 보물들을 당신을 위한 선물로 보내실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