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길에 장거리 이동 중 쉼터마저 빼앗겨
인간의 발길에 장거리 이동 중 쉼터마저 빼앗겨
좀도요 Red-necked stint (Calidris ruficollis )
봄과 가을에는 수많은 새들이 이동을 한다.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이동하는데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비행하여 이동한다. 철새들은 왜 이렇게 먼 거리를 힘들게 이동할까? 철새들이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고 있는 이 신비한 여행은 아직 정확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이다.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수수께끼는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다. 새들이 이동하는 방법은 자기장을 인식하고 먹이와 기후에 따라 이동한다는 정도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 이외에 밝혀진 것은 아직도 많지 않다. 이동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새들도 있다. 때문에 새들을 연구한다면 아주 많은 다양한 연구거리가 남아 있다.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간편하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락지를 부착하는 방법과, 최근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비용도 비교적 많이 드는 GPS 발신기를 부착하는 것이다.
◇ 일본 북해도에서 가락지 부착한 좀도요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인 GPS전파 발신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가락지다. 가락지는 반지 형태의 물체를 새의 다리나 목(물위를 떠다니며 쉬는 고니, 오리류등), 독수리와 같이 하늘을 오래 비행하는 새들은 날개(wing-tag)에 부착하는 방법도 있다. 가락지를 다리에 부착하는데 알루미늄 금속에 글자나 번호를 새겨 넣어 부착한 나라, 지역들을 알 수도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야외에서 링을 발견하더라도 숫자와 글씨를 읽을 수가 없어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른 한쪽다리에 컬러링을 달아 구분하기도 한다. 각종 색깔을 조합하여 오른쪽, 왼쪽다리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부착한다. 도요새의 경우는 각 나라마다 부착하는 컬러링을 서로 약속하였다. 부착하는 색깔과 형태를 약속해 놨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부착하였는지 가락지를 부착한 새를 본다면 단박에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단점은 있다. 새를 연구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새를 관찰해야만 이들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지금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GPS발신기를 달고 있다. 새를 포획한 후에 등짐을 지듯이 매달게 되는데 신호는 설정한 시간 간격으로 신호를 내보내면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연구자에게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은 연구자가 간편하게(?) 정확한 연구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단점은 존재한다. 전파발신기의 배터리가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를 얻는 시간이 한 달에서 길게는 3~4개월이다. 그나마 전파 발신기가 고장이 나게 되면 GPS 발신기 비용인 200~500만원을 그냥 버리게 된다.
◇ 러시아 사할린에서 가락지 부착한 좀도요
매년 봄과 가을이면 수많은 철새들이 제주를 거쳐 간다. 요즘 해안가를 돌아보다 보면 도요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이중에서 유색 가락지를 부착한 새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새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관심이 없어 볼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필자는 종종 가락지를 부착한 도요새를 볼 기회가 많았다. 도요새는 해안가 모래사장, 민물이 있는 습지에서 볼 수 있는데 봄철이면 남반구인 호주나 뉴질랜드 인근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나 알래스카까지 이동한다. 호주를 출발한 새는 약 9000~10000km를 거의 쉬지 않고 올라오게 된다. 아주 힘들게 이동하다 제주섬이 보이면 해안가에 잠깐 들러 쉬면서 먹이를 찾고 체력을 보충한 후 다시 먼 길을 떠나게 된다.
제주 해안가를 비롯해 서해안의 갯벌은 도요새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체력이 바닥날 즈음 제주해안과 서해안의 갯벌은 도요새들이 이동하는 중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도요새들은 도착 후 대략 2~3일을 쉬고 이동하기도 하지만 서해안 갯벌에서는 약 2주~3주정도 머물면서 먹이를 찾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5000km정도를 이동하여 번식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 대부분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번식지인 북반구로 이동한다. 넓은 지역에 골고루 퍼져서 월동하던 도요새들은 제주의 해안을 거쳐 번식지인 몽골과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이동한다. 이 조그만 새들이 먼 거리를 매해 반복해서 이동하는 것은 감탄의 연속이며 매우 놀라운 일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신비한 새들의 생태를 연구하고자 가락지나 GPS발신기를 부착하여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구좌읍 종달리 해안에서 촬영)
이 조그만 새들이 시베리아나 알래스카로 가는 이유는 광활히 넓은 면적의 땅이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다. 그리고 북극지방은 여름이 매우 짧다. 4개월도 안 되는 여름 기간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거기에 수많은 곤충들이 단시간에 존재하게 된다. 이때 새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의 숫자가 지구의 다른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게 되는 것이다. 부모새를 비롯해 아기새가 3~5마리가 되더라도 먹이가 충분하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어린새들을 키워내고 다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 도요새들의 앞으로의 삶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중간 기착지이면서 먹이를 보충하던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제주의 해안도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곳은 우리 사람들이 들어가 쉬는 곳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새들이 도착하였지만 충분히 휴식하며 먹이를 찾을 곳이 사라져버리고 있다. 한때는 수백만 마리의 붉은어깨도요는 최근에 개체수가 급감하여 수만 마리에 불과하게 되었으며,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상에 생존개체수가 300여쌍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넓적부리도요는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20개체 이하로 관찰된 보호가 시급한 종이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보호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집(Red List)에는 위급종(CR: 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있다. 지금은 좀도요 개체수가 많지만 이들도 점차 사라져가는 귀한 새들이 되고 있으며 어쩌면 도요새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조만간 닥쳐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