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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도 따라 진료 이뤄져… 재난의료지원팀 가동

제주한라병원 2019. 12. 31. 17:23


중증도 따라 진료 이뤄져… 재난의료지원팀 가동

권역응급의료센터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병원 응급실이다. 한밤중 적막을 깨고 앰뷸런스가 들어오면 조용하던 응급실이 갑자기 부산해지고 소란스러워진다. 생사의 기로를 가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곳이지만 응급실의 기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응급의료의 최정점이라고 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응급실은 크게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로 나뉜다. 응급의료기관이라 함은 일정 요건을 갖추고 국가 또는 광역자치단체의 지정을 받은 곳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특수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세분화되는데 그 시설과 인력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 역시 차이가 난다. 응급의료시설은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에 신고하여 운영되는 응급실을 말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역 혹은 생활권 반경 내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전국 29개 권역에 총 40개 의료기관이 지정 받았으며, 제주권역에서는 제주한라병원이 유일하다. 


권역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 대형 재난·재해 발생 시 응급의료 지원, 특정 지역 내의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의 수용, 권역내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권역 내 응급의료 업무를 수행한다. 사회 안전망 최후의 보루 중 하나이자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일반 진료 시설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권역센터에서 진료는 접수순이 아니라 중증환자 우선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의 시작은 접수와 함께 이루어진다. 하지만 권역응급센터에 들어서면 ‘진료는 접수순이 아니라 중증도순입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응급센터로 내원하는 환자는 △교통사고 등으로 상태가 심각한 중증의 응급환자 △상급기관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전원된 환자 △빠른 진료가 필요한 응급 상황이라고 생각하여 응급실로 방문한 환자 등 매우 다양하다. 일반인이 응급과 비응급을 구별할 수는 없기에 특히 연휴나 월요일 오전의 응급실은 휴일에 열린 오일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진료 순서를 단순히 접수순으로 한다면 적절한 시간 내에 중증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응급센터에서는 내원 환자를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orean Triage and Acuity System, KTAS)를 이용하여 분류하고 진료 우선순위를 정한다. 


또한 중증도에 따라 진료공간도 다르게 배정한다. 종종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다 새치기를 당했다고 생각한 환자나 보호자의 항의가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응급환자가 좀 더 안전할 수 있는 응급진료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도내에서는 권역센터에서만 이 분류도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각급 응급의료기관 및 병원 전 단계의 소방구급대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증의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분산 이송함으로써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두 번째는 재난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재난의료지원팀은 재난 등 발생시 의료지원을 위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조직된 의료팀으로서, 국가 단위에서 구성된 DMAT를 ‘중앙 DMAT’라 하며 현재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구성돼 있다.


‘권역 DMAT’는 지역 단위의 개념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에 구성, 운영된다. ‘권역DMAT’는 재난이나 다수 사상자 발생시 지자체, 지역소방본부, 유관기관 또는 보건복지부의 출동 요청시 사고현장에 출동해 응급환자분류, 처치, 이송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지난해 열기구 추락사고 때와 2015년 요양원 화재 사고 때 권역DMAT가 출동해 현장 응급처치 등의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현장 활동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출동요청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 대형 사고의 경우를 살펴보면 현장에는 항상 권역DMAT이 출동했던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발생 당시 경주지역을 담당하는 권역DMAT는 물론 인접한 울산, 안동 등 권역DMAT 4개팀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외부의 즉각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규모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자체 인력과 장비로 초기 대응을 실시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72시간까지 도내 자원으로만 대응해야 한다. 때문에 향후 권역응급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재난대응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처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일반 응급의료기관과 많이 다르며, 주어진 역할과 임무 역시 많은 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도시 제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365일 24시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문이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