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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두려워하는 환자들의 벗 되고 싶어요”

제주한라병원 2019. 12. 31. 14:44

원혜영 홍보위원이 만난 사람 – 제주호스피스선교회

 

“죽음 두려워하는 환자들의 벗 되고 싶어요”

 

 

 

일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를 맞이했다. 아름다운 봉사를 펼치는 제주호스피스 선교회분들을 만나게 된 덕분이다. 제주한라병원에서 어느덧 23년째 호스피스 봉사를 해오고 있는 제주호스피스선교회는 50여명의 봉사자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김명화 목사를 비롯하여 고두옥 봉사회장, 안연희 총무, 김수열 봉사자, 이은숙 봉사자 다섯 분이 봉사를 마치고 인터뷰에 참석해 주셨다.

 

 

“제주한라병원에서의 호스피스 활동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제주한라병원 의료진의 부인들에 의해 처음 시작돼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어요. 제가 책임을 맡은 지는 7년쯤 되네요”라며 제주호스피스 선교회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김 목사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려면 1년에 한번 실시되는 제주호스피스 자원봉사자교육을 20시간 이수해야 한다”며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준다.

 

“호스피스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들의 비밀 유지예요. 환자들과의 교류 중 알게 된 건강관련 사항 등 여러 사생활을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돼요.”라며 호스피스 활동의 규칙을 알려준다.

 

봉사회장을 맡고 있는 고두옥 회장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릴 수 있는지 고민을 하다가 벗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힘든 상황이지만 잠시라도 환자가 웃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라며 호스피스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말해준다. 

 

고 회장은 “생이 며칠 안 남은 환자를 웃게 해 준 적이 있는데 그분이 웃으면서 제 손을 잡고 돌아가셨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이 세상에서는 이별을 했지만 웃으면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참으로 아름다운 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봉사의 기쁨을 알려준다. 

 

안연희 봉사회 총무는 현직 간호사다. 쉬는 날은 어김없이 호스피스 봉사를 다닌다. “병실을 다니다 보면 환우분 가족 중 왜 호스피스냐, 저승사자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셔서 힘든 점도 있지만 그 분들 심정을 이해하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종종 있어요”라는 안 총무는 “호스피스 활동의 주요 목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켜주는데 있어요. 죽음을 앞두게 되면 한이 가득하게 되는데 일종의 원통함을 위로하고 들어주는 거예요”라며 호스피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안 총무는 “생의 말미까지 갔을 때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 지쳐서 힘들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가족에게는 자신의 힘듦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 때 저희 같은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며 “마무리하는 여정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생겼을 때 한 인생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한이나 소망을 들어주는 일이 그 중 하나”라는 말에서 호스피스활동이 왜 아름다운 봉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유방암 절제수술을 했어요”라며 말을 꺼내는 김수열 봉사자는 “제가 암에 걸렸을 때 암을 견뎌낸 사람들을 찾아가서 어떻게 견뎠는지 가서 물어봤어요. 지금은 약이 좋아졌지만 97년 당시에는 항암이 너무 힘들었어요. 항암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해서 죽는 거였어요. 정신력으로 견뎌야 하는 거죠. 지금은 약이 좋아져서 그때보다는 덜하지만 저는 아이들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항암을 견뎌냈어요. 하루에 밥 한 공기를 먹으려고 그렇게 애썼으니까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환자들에게 항상 마음이 안정돼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다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의사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라, 마음 안정시키는 게 가장 힘든데 그게 가장 중요하다. 저도 견뎌냈다. 같이 힘내고 회복하고 같이 봉사하자고 격려한다”는 김수열 봉사자는 완치된 후 호스피스 봉사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항암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서다. 저의 경험을 현재 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얘기하면서 마음으로 그 분들에게 힘을 주려는 거다”는 김수열 봉사자는 그렇게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은숙 봉사자는 색다르게 호스피스활동과 연을 맺었다. “방송을 보다가 호스피스 활동을 알게 됐어요. 저도 생과 사를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견뎌왔기에 기회가 되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제주한라병원에서 호스피스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김명화 목사님께 연락을 했어요.”라는 이은숙 봉사자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마침 교육이 끝난 상태였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목사님에게서 다시 연락이 와서 봉사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바로 시작하는 거라며 교육 전에 먼저 견학 후 교육기간이 되면 교육을 받으라고 해서 호스피스 활동을 생각에 그치지 않고 이어가게 됐어요”라며 호스피스 봉사자가 된 계기를 설명해 줬다.  

 

항상 병원에 상주하는 김명화 목사는 환자가 밤중이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할 수 있도록 개인 전화번호를 준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은 김 목사가 하루라도 보이지 않으면 안부를 묻기 일쑤다.

 

“환자가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면 더 힘들어하는데 이 때는 연락처를 줘서 힘들 때는 연락할 수 있게 해줘요. 원하면 집으로 찾아가기도 하고요. 호스피스는 특별한 어떤 일을 하는 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 영적을 포함한 전인적 돌봄이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가시게 하는 게 호스피스의 목적”이라고 김 목사는 강조한다.

 

‘봉사를 하고 집에 가면 좋은 공부를 하고 온 느낌이다. 마음이 가득 찬다. 돈을 벌어서 시간을 보낼 때보다 마음이 풍요롭고 평온하다’는 어느 봉사자의 말이 온 몸을 따뜻하게 감싸온다.

 

<글=원혜영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