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잠수는 못하지만 뛰어난 수중 발레 공연 보여줘

제주한라병원 2019. 12. 31. 13:32


잠수는 못하지만 뛰어난 수중 발레 공연 보여줘

홍머리오리 Eurasian Wigeon (Anas penelope)






겨울 철새들이 한창 방문할 시기이다. 


제주의 대표적 철새도래지는 구좌읍 하도철새도래지(창흥저수지), 성산읍 오조리(통발알)와 한경면 용수저수지를 들 수 있다. 특히 하도철새도래지는 246종의 새들이 관찰된 기록이 있다. 겨울철새가 98종으로 가장 많으며 봄과 가을에 잠시 들르는 나그네새가 87종, 여름에 찾아와 번식하는 여름철새가 12종, 1년 내내 보이는 텃새가 35종, 그리고 길을 잃고 찾아오는 길 잃은 새가 14종이 관찰되었다. 겨울철에 월동 개체 수는 최대 약 2만 마리까지도 월동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약 3~5천 마리 정도가 월동을 하고 있다.


하도철새도래지는 드넓은 해안조간대와 연안습지가 발달되어 있으며 면적은 약 0.77㎢이다. 하도철새도래지는 동쪽으로 농경지와 오름인 지미봉이 있으며, 북쪽으로는 1km의 제방둑이 있고, 그 너머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갈대숲이 발달해 있어 철새들에게는 천적으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이곳은 용천수가 솟아나오고 있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으로 이곳 물속에는 숭어를 비롯하여 파래, 새우, 게류, 조개류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새들의 먹이 자원이 풍부해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이곳에서 먹이를 먹고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며 겨울의 월동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희귀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를 비롯해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매(천연기념물 323-7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8호),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와 물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등의 맹금류도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겨울 철새는 오리류를 들 수 있다. 오리!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청둥오리를 비롯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고방오리, 부리가 넓적한 넓적부리오리, 여름이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이마에 붉은 혹이 돋아나는 혹부리오리, 뺨이 희지도 않으면서 이름은 흰뺨검둥오리들이 있으며 적갈색 머리에 크림색 이마를 가진 홍머리오리와 수수한 옷차림의 알락오리가 제일 많이 월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속에 잠수해서 먹이를 잡는 흰죽지, 댕기 흰죽지, 비오리들을 볼 수 있다.



◇ 먹이를 찾고 있는 홍머리오리



홍머리오리는 머리가 붉은색이라 홍머리다. 몸길이가 약 48cm정도이며 수컷은 머리가 붉은 갈색이고 가슴은 옅은 갈색, 등은 회색이다. 이마에서 머리꼭대기까지 누르스름한 세로 줄무늬가 나 있으며 수면성(잠수를 하지 않는) 오리로 물위를 유유히 헤엄치며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만큼 탐조를 나갔을 때 쉽게 관찰을 할 수 있는 새들이 바로 오리 종류의 새다. 대체적으로 오리류들은 사람들을 많이 경계하는 편이다. 조금만 다가가도 놀라서 어느새 하늘가득 날아올라 저 멀리로 도망을 간다. 사람과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물위를 떠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연신 엉덩이를 쳐들고 물속에 있는 파래랑 물풀을 먹기도 한다. 예전 군대시절 얼차려 받던 모습과 같은 원산폭격을 하듯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보이는 모습이 똑같다. 어떤 이들은 수중 발레라고도 한다. 싱크로나이즈(synchronize swimming)를 하는 것이다. 한 마리가 시작하면 옆에 있던 녀석들 모두 같이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하며 공연을 한다. 아마 점수로 치면 10점 만점에 10점은 족히 될 점수일 것이다.


홍머리오리는 잠수를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새들이 마찬가지지만 꼬리깃 근처에 기름샘이 발달해 있어 이를 이용해 수시로 깃털에 기름을 발라놓게 된다. 깊은 물에 있는 파래를 먹고 싶지만 잠수를 할 수 없어 이런 공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마우지라는 새는 기름샘이 없어서 잠수의 명수다. 한번 잠수하면 1분여동안도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가마우지를 잠수를 잘하는 대신 기름샘이 없어서 갯바위에서 쉴 때는 날개를 펼쳐들고 바람을 이용하여 깃털과 날개를 말린다. 홍머리오리를 비롯한 기름샘이 발달한 오리류들은 물에 잘 젖지 않고 물위에 뜰 수 있다. 방수와 추운 겨울바람을 피하려고 보온에 유리하다.



◇ 암수가 함께 파래를 먹고 있다



오리들은 물속 깊이 있는 물풀과 파래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새들은 일생을 먹이를 먹는 일과 휴식, 이동에 전생을 투자한다. 이중 먹는 일이 제일 중요하며 열심히 하게 된다. 매일 몸무게의 1/3 정도를 먹을 먹이가 필요하고, 몸무게의 30%정도까지 살을 찌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먹지 않으면 삶에서 도태(淘汰)되게 된다. 


무척 추운 날씨이지만 집에만 웅크려 있지 말고 이번 주말에는 오리들의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한번 관람하러 철새도래지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다에 떠있는 홍머리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