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겨울철새였지만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텃새

제주한라병원 2019. 12. 3. 15:41



겨울철새였지만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텃새

흰뺨검둥오리 Eastern Spot-billed Duck




흰뺨검둥오리는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 중 비교적 큰 편에 속하는 새로 얼굴부분이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이고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이다. 하얀 눈썹선과 검은 눈선이 선명하며 부리는 검고 끝에 노란 반점이 있다. 다른 오리류들은 깃털의 색깔로 암수 구분을 할 수 있는데 흰뺨검둥오리는 암수가 비슷하여 잘 구분할 수 없는데, 자세히 보면 수컷의 뺨이 약간 밝게 보이며 윗꼬리깃이 검은색이라 이 특징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는 주로 아시아권에 분포하는 종으로 서쪽 인도에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의 북해도까지 서식한다. 육지부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하천변에 서식하는데, 농경지나 바닷가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도심에 흐르는 하천에서도 꽤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새가 되었다. 제주에서는 해안가를 비롯해 중산간의 습지가 있는 곳에서도 보이기도 한다. 하천, 습지, 철새도래지에서는 수초나 물속에 있는 다양한 곤충,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산다.


흰뺨검둥오리는 과거에는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였는데 요즘에는 사계절 내내 쉽게 만날 수 있는 텃새로 자리 잡았다. 왜 이들은 여름철에도 보일까? 잠깐 겨울에 들러서 지내기엔 우리나라가 너무 좋았던 것일까?


육지부에서는 도심 아파트나 연못에서 번식이 확인되어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광주광역시의 왕복 10차로를 건너는 오리 가족들이 있었다. 경찰이 차량 통행을 막은 대로를, 어미오리 따라 새끼오리 열세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30여분동안 큰 길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오리 부부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이 동네 아파트 옥상에 처음 날아든 것이 3년 전부터였는데 사람 눈을 벗어나기 힘든 도시에서 20층 아파트 옥상만큼 알을 낳고 품기에 좋은 곳도 드물었을 것이다. 번식철인 봄이 되자 알을 낳고 부화에 성공하였고 점차 자란 새끼들을 데리고 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어미의 시범을 보고 어린새들이 본능에 따라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렸는데 높이가 너무 높아 그동안 새끼를 모두 잃고 말았다. 이듬해에도 이들의 비극은 반복됐었다.


지난 4월초, 어미 오리가 세 번째로 오자 아파트 주민들이 나서게 되었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시기가 다가오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옥상에서 지상까지 비닐로 만든 탈출통로를 연결했다. 오리 가족은 어미가 먼저 비닐통로를 뛰어내리자 어린새들이 차례차례 무사히 옥상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지난 두 해 동안 어린새들이 죽어가는 모습만 보아 왔는데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어린 오리들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주변의 강까지 가려면 2백 미터나 가야 했다. 어미새를 따라 이동을 시작한 어린오리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미를 따라 보도블럭을 간신히 넘기도 하고 배수구에 빠지는 어린새도 있었다.


더 큰일은 무려 10차선이나 되는 도로를 건너는 일이었다. 주민이 긴급히 경찰에 도움을 청해 30여 분간 교통통제를 한 덕분에 오리 가족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사히 2백미터 떨어진 강변의 새 보금자리까지 가게 되었다.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선지 열 시간 만에 도착한 새끼오리들에게 인간 세상은 더 이상 매몰찬 콘크리트속의 정글이 아니다. 자연의 동물과 사람에게도 그 동네는 아직 살만한 세상이며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다. 




조류를 구분하는 방법 중에 텃새와 철새라고 구분한다. ‘텃새’는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를 말하고, ‘철새’는 특정한 계절인 여름, 겨울에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를 뜻한다. 구분은 이렇게 하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원래 겨울철새였다가 텃새가 되어가고 있어서 이제는 구분하기가 애매해지고 있다.


다시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아왔다. 철새도래지에 가면 많은 철새들 중에 짙은 까만 눈썹을 자랑하는 흰뺨검둥오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에는 철새도래지와 해안가에서 여러 마리가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데 다른 오리들과 비교적 잘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흰뺨검둥오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는데 바로 부리 끝부분에 노란 점이 있다. 흰 뺨은 얼핏 봤을 때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리 끝의 노란색은 선명한 대비가 되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흰뺨검둥오리의 영어 이름은 Spot-billed Duck 이라고 명명이 되었다고 한다. 




겨울바다를 산책하러 나가시다가 흰뺨검둥오리들이 먹이를 찾는 모습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싱크로나이즈 선수들보다도 더 기발한 기술로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는 엉덩이를 하늘로 처들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며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이번 겨울에는 가져보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