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비판’ 중요하나 맹목적이어선 안돼”
“언론 ‘비판’ 중요하나 맹목적이어선 안돼”
제주관광학회 추계학술대회 패널로 참가
국내관광 역행 중앙언론 보도 문제점 지적
제주 갈치조림 6만원 등 ‘바가지 프레임’
‘NO 재팬’ 국내 관광객 동남아 가라는 격
긍정적 댓글들 있어도 부정적인 것만 주목
이런 보도 우리 국가·국민에 도움 되지 않아
‘실속 있는 국내 관광’ 이런 기사 왜 못쓰나
나무만 보지 말고 눈 들어 숲도 보는 지혜도
제주관광학회 2019년 추계학술대회가 11월8일 호텔 메종글래드제주에서 열렸다. 관광 관련 도내 대학 교수와 석·박사 전공자 및 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제주관광학회는 이날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주관광의 역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관광 전공자들의 발제·토론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2명과 제주에서 2명 등 관광전문기자 4명의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제주관광학회 회원이자 언론인 자격으로 필자도 관광전문기자 패널 토론에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는 국내 관광 활성화에 역행하는 중앙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지적했다. 지역에서 아무리 관광 수용태세를 잘 갖춰놓더라도 중앙 매체에서 ‘우리나라는 바가지’라고 떠들어대면 소비자들은 관광 목적지 선택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7월 일본의 무역제재 이후 시작된 ‘NO 재팬’ 운동으로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에 찾아온 기회를 중앙 매체들의 부정적 보도로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해봤어도 불매운동은 해보자”는 캠페인이 힘을 발휘하면서 일본 관광지엔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아오모리(靑森)·훗카이도(北海道)·오사카(大阪)·구마모토(熊本)·벳부(別府)·유후인(由布院)·규슈(九州) 지방엔 치명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을 가지 않은 한국인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기보다 외국 대체지로 떠나고 있다. A인터넷 항공권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불매운동 영향이 본격화된 8·9월 일본행 발권 매출비중은 3%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반면 동남아 지역 비중은 39%로 34.5%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엔 중앙 언론들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J일간지 2019년 7월31일자 특집기사의 제목은 ‘일본 대신 제주 갈까 했지만 갈치조림이 6만원’이다. 노골적으로 제주도를 가지 말라는 내용으로 읽힌다.
문제는 ‘갈치조림 2인분 6만원이 정말 비싼 것일까’하는 점이다. 재료인 큰 갈치 자체가 비싸다. 대형 갈치는 구이도 한 토막에 2만원 받기도 한다. 더욱이 ‘지역 특산 고급수산물 음식 1인당 3만원’이면 저렴하다고는 못해도 합리적인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설령 관광지에선 요금이 비쌀 수도 있다. 장소성이 반영된 것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시는 맥주에 편의점 가격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관광지에 즐기러 왔으니 지불할 용의도 있는데 언론에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다.
Y방송의 7월31일자 ‘일본 안가고 국내 여행 가려는데 …닭백숙이 20만원?’이란 보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닭백숙 20만원’으로 국내 관광지 모두에 대해 ‘바가지 프레임’을 씌워버렸다. 전날 이뤄진 M매체의 ‘국내 관광 활성화 위해 여행물가 잡아야’라는 기사는 “동해안 피서 모텔 숙박비 20만원…동남아 4성급 밥도 주고 5만원 이하,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고….(아이디 arck****)” “돈 많이 벌면 제주도 갈게. 워낙 비싸서"(neov****)”라는 댓글로 시작한다. 그야말로 강원도와 제주도 관광업체들을 ‘강도’ 취급하는 듯하다.
여기엔 정확성의 문제도 있다. 강원도 숙박비가 이처럼 비쌌는지는 모르지만 제주도는 아니었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인들의 입도가 끊기면서 도내 호텔에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 객실 덤핑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올 여름엔 도내 4성급 호텔 1박이 조식 포함해 3만~4만원에 나왔다.
음식도 비싼 게 있는 반면 저렴한 것도 많다. 7000원·8000원짜리 실속 점심들도 있다. 흑돼지가 비싸다는데 인터넷만 두드려보면 “감동이 물결”이라는 흑돼지·한우 무한리필 1인 1만8900원 등 2만원 미만도 적지 않고 “좋아요” 댓글이 엄청 붙은 1인분에 1만5000원 갈치조림도 있다.
중앙 매체들은 이런 블로그 등 긍정적인 인터넷 정보는 반영 않고 부정적인 것만 부각시켰다. ‘국내 관광지 바가지’라는 기사의 방향성을 잡아놓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보고, 반대되는 것은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팩트(fact)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보이콧 일본, 가자 우리땅” 제목에 실속 있는 국내 관광 시리즈 등의 기사는 왜 쓸 수 없는지 아쉬움이 크다. 저가항공으로 제주로 날아가 실속 있는 음식점과 합리적 가격의 숙박업소를 찾는 방법을 보도해줄 수도 있었다. 나아가 ‘치안 좋고 언어 100% 통하여 안심할 수 있는 관광지 제주’ 등을 강조해주면 소비자들의 국내 관광지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가격이 비싼 것도 논란거리가 아니다. 비싼 음식을 강매한다면 문제지만 관광객들이 선택할 수가 있다. 비싸면 먹지 않으면 된다. 선택의 문제인 6만원 갈치조림이 비싸다고 한다면 1박에 수십만원 하는 호텔은 ‘왕바가지’라고 보도해야만 한다. 1000만원대의 승용차와 똑같이 바퀴 4개가 달렸음에도 5~6배 이상을 받는 BMW나 벤츠, 몇백·몇천만원 받는 OO똥 가방은 ‘명품’이라고 찬양해대는 이중성, 물질 사대주의가 문제의 근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주인이 정하는 것이다. 바가지라며 억지로 낮추라는 것도 지양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좋은 제품, 아니면 목이 좋은 곳에 위치했다면 그것을 경쟁력으로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망하는 것도, 흥하는 것도 그들의 선택의 결과이고 그게 자본주의다.
언론의 지적이 항상 ‘최고의 선’은 아니다. 좋은 것을 알려주고 선도하는 게 국가와 국민들에게 득이 될 때가 있다. 터놓고 말해서 “제주도 비싸니 가지 마라, 동남아가 낫다”는 식의 보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경제에 관광객마저 해외로 빠지니 내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외화가 유출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본령인 견제와 감시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처럼 맹목적이어선 안 된다.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아 중앙의 기자 후배들을 앉혀놓고 ‘내부총질’을 해 봤다. 나무만 보지 말고 눈을 들어 숲도 볼 수 여유와 지혜를 기대해 보면서…….
<김철웅 전 제주매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