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세대의 장점을 보여주는 연주와 노래
내 작은 서랍속의 음악 - 밴드 <빛과 소금>의 1집 ‘샴푸의 요정(1990년)’
아날로그 세대의 장점을 보여주는 연주와 노래
빛과 소금이라는 밴드의 데뷔 앨범으로, 당시엔 가요보다는 팝이면 충분하던 시절이라 이들의 음악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샴푸의 요정’ 정도가 ‘MBC 베스트 극장(채시라 출연)’에 타이틀곡이 되면서 방송을 탄 덕분에 자주 듣게 되는 정도였다.
세월이 지나서 클래식에 심취하고 재즈도 듣고 뉴에이지에 월드뮤직, 국악까지 관심을 가지고 듣는 현재의 나에게 다시 LP로 발매되는 이 앨범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바로 턴테이블에 올려본다.
첫 곡은 연주곡 ‘아침’으로, 저음이 바닥에 깔리면서 웅장한 느낌마저 드는 곡이다. 탱글탱글한 리듬감이 아주 인상적이다. 세 번째 곡으로 수록된 ‘샴푸의 요정’이 흘러나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드라마 속으로 빠져 본다. 퓨전재즈 스타일의 이 곡은 상큼하고 경쾌한 느낌을 선사한다. 당시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철 등과 함께 퓨전재즈 스타일의 완성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점 또한 이 노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회 음악적 경건한 느낌의 네 번째 곡 ‘Beautiful’이 이어지고, 업템포 리듬의 곡 ‘돌아와 줘’가 A면을 장식한다.
B면을 트랙에 걸면, 퓨전록재즈 느낌의 연주곡 ‘빛, 1990’이 짜릿하게 흐른다. 이어지는 곡은 이들의 명 발라드 곡 ‘그대 떠난 뒤’가 아련한 그리움으로 노래한다. 중저음의 청량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곡의 느낌에 그리움이 배가 된다. 끝으로 잔잔한 기타의 선율이 일품인 ‘그녀를 위해’가 후반부의 건반과 어울리며 사랑을 연주한다. 모두 아홉 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은 대한민국 100대 음반 중에서 88위에 오른 앨범이기도 하다.
‘빛과 소금’ 1집은 박성식, 장기호, 한경훈으로 구성된 3인조 그룹으로 1990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신선하게 보컬 없는 연주곡을 3곡이나 앨범에 넣은 음반이었다. 특이한 것은 드러머가 없는 3인조라 드럼은 컴퓨터를 동원해서 음반을 제작했었다고 한다. 지금 들어도 전혀 올드해 보이지 않는 연주와 그들의 노래는 아날로그 세대의 장점을 보여주는 느낌마저 든다.
지금은 그들의 새로운 노래는 들을 수는 없지만, 각자 자기들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컬을 맡았던 장기호는 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 중이고 얼마 전에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심사평을 하기도 했었다.
“네모난 화면 헤치며, 살며시 다가와, 은빛의 환상 심어준,
그녀는 나만의 작은 요정~
......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그녀는 나만의 작은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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