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농부 접근해도 신경 안 쓰지만 낯선 사람 경계

제주한라병원 2019. 6. 28. 15:40


농부 접근해도 신경 안 쓰지만 낯선 사람 경계

황로 Cattle Egret (Bubulcus coromandus)



백로는 우리말 이름으로 해오라기다. 해는 ‘희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조류도감에 들어있는 해오라기는 흰빛이 없다. 갈색, 회색빛을 띄고 있는 새들이다. 


황새목 백로과에 속한 새들에는 해오라기와 황로,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흑로, 왜가리 등이 있다. 이들 중에 깃이나 몸의 색깔이 흰 것을 백로라 한다. 




새하얀 깃털을 자랑하는 백로는 예로부터 청렴함을 상징하는 새로 알려져 있으며, 고귀한 자태를 얘기하며 많은 이들이 노래를 했다. 백로류는 대부분 주간에 활동을 하며 해안조간대, 저수지, 하천, 논밭 등지에서 먹이를 찾으며 생활한다. 해오라기류는 대부분 야행성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집단으로 무리지어 활동하는 백로들은 주간에 많이 활동하며 특히 황로는 해안조간대보다 논밭이나 초지에서 먹잇감을 찾는다. 


 황로는 백로 중에 몸집이 작은 편인데 어린 새는 하얀색이지만 성조들은 여름철이면 머리와 목, 가슴, 등 부분이 황금색을 띈다. 그래서 황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겨울이 되면 다른 백로들과 마찬가지로 몸 색이 하얗게 변하게 된다. 황로는 밭이나 목장에서 소나 말들이 움직일 때 튀어 오르는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영어명칭이 cattle egret인데 cattle의 뜻이 ‘소의 무리’라는 뜻이다. 제주에서는 해안가의 밭이나 초지, 중산간의 목장지대인 초지대에서 말이나 소가 풀을 뜯어 먹을 때 움직임에 놀란 메뚜기나 곤충들이 튀어 오르면 이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끔은 말(馬) 등에 올라가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졌지만 논농사가 이루어지던 서귀포 하논 분화구나 용수리, 그리고 종달리의 논에서 모내기철에 소나 말을 이용해 논밭을 갈았다. 이때 황로들은 밭갈이 하는 농부의 주변에서 먹이를 찾고, 농부들이 가까이 접근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으며 먹이 찾기에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져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한다. 필자와 같이 사진을 촬영하고자 접근하면 새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경계하여 도망가기 일쑤인데, 농사철의 분주한 움직임과 접근에도 농부들은 전혀 경계하는 기색이 없이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녀석이 황로들이다. 중대백로, 쇠백로, 황로 등과 함께 농민들과 친숙하게 생활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인간과 야생의 동물이 공생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황로는 여름 철새다. 3월경에 제주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하는데 5월경부터 다른 백로류들과 섞여서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집단을 이루어 번식을 하고 겨울이면 호주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