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 개설로 사람 발길 잦아지며 번식 어려워
해안도로 개설로 사람 발길 잦아지며 번식 어려워
바다직박구리 Blue Rock Thresh (Monticola solitiarius)
봄을 알리는 새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매화가 피기 시작하고 유채와 벚꽃이 온 세상을 덮을 듯이 우리의 주변을 장식한다. 찬바람이 물러가고 꽃이 피고 화려해지면 자연의 생태시간도 더욱 빨라진다. 조류(鳥類)들 역시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봄이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화려한 새 옷으로 갈아입게 된다.
대부분의 새들은 여름 깃, 즉 번식깃으로 변하는데 필자가 제일 관심이 있는 저어새도 겨울이면 온몸을 하얀색으로 치장하였다가 요즘 따뜻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자 머리의 장식깃이 자라나고 노랗게 변하며 가슴 또한 화려하게 변하고 있다.
바다직박구리는 암수가 확연히 구분이 된다. 대부분 야생의 동물이나 조류들은 수컷의 깃이나 털이 화려하고 암컷은 수수한 색상을 가진다. 수컷이 화려한 이유는 암컷을 유혹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암컷이 수수한 이유는 번식을 할 때 둥지에 앉아 알을 포란하는 기간이 대략 3주정도인데, 이때 화려한 색상을 하고 앉아 있으면 천적의 눈에 쉽게 띄게 되어 번식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포란기간 대부분을 둥지에 앉아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암컷의 색상은 수수해지는 것이다.
△ 둥지 재료를 입에 잔뜩 물고 있는 암컷
바다직박구리만이 아니라 꿩의 예를 들어보면 수꿩은 멀리서도 확 눈에 들어오지만 암컷은 크기도 작을뿐더러 색상도 주변의 풀숲과 비슷하여 여간해서는 찾기 힘들다.
△ 해안 절벽에 앉아 있는 수컷
바다직박구리의 전체 크기는 약 25cm정도이다. 수컷은 색상이 화려하여 몸의 윗면과 멱·윗가슴은 잿빛이 도는 파란색이고 가슴 이하 아랫면은 진한 밤색으로 제주의 돌담에 앉은 모습은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반면 암컷은 수수한 편으로 몸의 윗면은 잿빛이 도는 갈색이며 아랫면은 연한 갈색 바탕에 갈색 가로무늬가 비늘모양으로 나 있다. 부리는 수컷이 검은색, 암컷이 갈색이다.
서식 환경은 제주의 해안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특히 애월읍 구엄 해안가 절벽이나 수월봉, 송악산 인근 바다, 동쪽으로는 성산이나 하도 해안가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할 수 있고, 간혹 도시에서 공사장의 담벼락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사는 집의 지붕 위에도 곧잘 앉아 울며, 암컷도 수컷과 비슷하게 울 때가 있다. 해안가의 암벽이 갈라진 곳이나 암초의 틈, 벼랑의 빈 구멍 또는 건축물 틈새에 가는 나무뿌리나 마른 풀을 사용하여 둥지를 튼 다음 4월경부터 번식을 시작하여 한 배에 5∼6개의 알을 낳는다.
△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어린 새와 어미새
지금부터 야생의 세계는 2세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암컷을 유혹(?) 하기 위해 몸을 치장하게 되고 소리 높여 노래를 불러 둥지를 짓기 시작하고 있는 무렵인 것이다. 번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위험이 따르게 된다. 천적으로부터의 방해와 환경, 무엇보다도 인간의 접근도 무시할 수가 없다. 바닷가 갯바위 틈에 둥지를 많이들 틀게 되는데 우리 제주주의 해안가는 대부분 해안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둥지를 틀 장소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
해안도로 덕분에 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수월하게 바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새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관광객과 낚시꾼들의 접근으로 실패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더 열악해지는 환경이지만, 이번 여름에는 많은 수의 바다직박구리 부부가 2세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