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고전미를 담은 낭만적 재즈의 거장
내 작은 서랍속의 음악 - 케니 드류 트리오의 ‘리콜렉션’
유럽의 고전미를 담은 낭만적 재즈의 거장
봄이 오면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 있다. 동양적 낭만과 유럽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겸비한 재즈 피아노의 거장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케니 드류가 들려주는 재즈 스탠다드 작품집으로, 피아노 트리오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앨범 ‘리콜렉션’이다.
그는 미국 출신이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지내서인지 유럽풍의 클래식컬한 기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키스 자렛이나 빌 에반스 등으로 대표되는 난해한(?) 재즈보다 훨씬 대중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케니 드류는 서정적이면서도 편안한 연주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감성적인 면에서 독창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되는 케니 드류의 음악은 재즈 입문자에서부터 매니아 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케니 드류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8살 때 리사이틀을 가졌을 만큼 음악적 천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10대 때에는 테드 윌슨, 아트 테이텀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았고, 뉴욕의 음악예술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1949년에 첫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당시 참가한 연주인들은 대부분 훗날 재즈계를 이끄는 재목으로 성장하였다고 전해진다). 1960년에 미국을 떠난 후 프랑스 파리를 거쳐서, 1964년에 덴마크에 정착하게 된다. 스탠다드한 음악을 하는 케니 드류는 베이시스트 닐스 페데르센과 트리오를 결성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케니 드류의 트리오 앨범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1989년 작품 ‘리콜렉션’이 탄생하게 된다.
이 앨범은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유럽 최고의 베이시스트 닐스 페데르센과 드러머 앨빈 퀸이 참여한 트리오 형식의 앨범으로, 첫 곡 ‘골든 이어링’부터 느껴지는 그의 맑고 청순한 연주는 이유 모를 슬픔이 젖어있는 듯하며, 영화 주제가인 ‘쉘부르의 우산’에 이르면 봄비처럼 그 슬픔은 온몸을 적시듯이 다가온다. 차분하게 곡을 풀어가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유럽풍의 세련된 고전미가 묻어있다. 닐스 페데르센의 베이스 멜로디로 시작하는 ‘젠틀 레인’은 슬픔을 털어내듯, 트리오 연주의 최고조를 이룬다. 케니 드류의 오리지널 작품인 '코펜 하켄 블루스'와 '리콜렉션'에서는 노장의 회한이 가득 담긴 피아노 연주가 닐스 페데르센의 베이스와 대화하듯 펼쳐진다.
케니 드류의 연주는 빌 에반스의 지적인 아름다움과 듀크 조던의 동양적 서정미가 녹아들어 있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은은하고 촉촉하게 적셔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 앨범 전체를 물들인 절제미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생기 넘치는 봄날에 커피와 함께라면 더 좋을 이 앨범을 듣다보면 93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보였던 골수팬들의 아쉬움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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